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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시굴다 트래킹 1

by 깜쌤 2017. 9. 29.

 

폐허를 만날 때마다 거기에 터잡고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누구에게는 잊지못할 추억의 장소였을테고 누구에게는 연인과 처음 만났던 사랑의 추억 가득한 장소일 수도 있다.

 

 

어쩌면 누구에게는 원수로부터 모욕을 받은 수치스러운 장소일 수도 있다.

 

 

장소마다 사연이 스며들어 있었겠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세월속에 묻혀버렸다.

 

 

우리는 다시 성안으로 돌아왔다.

 

 

 성벽 안 공터에는 공연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무 색깔로 볼 때 활용해온지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어떤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확인해볼 수가 없었다.

 

 

공연장 왼쪽에는 옛날 성벽이 조금 남아있었고 그 위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까 우리가 올라가본 성벽 위의 시설물이 보인다.

 

 

우리는 또 다른 전망대를 향해 걸었다.

 

 

통로 옆 작은 화단에 해당화가 피어있었다. 아무리봐도 내눈에는 해당화처럼 보인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지 한껏 기대가 되었다.

 

 

전망대에 서자 놀랍게도 계곡 너머에 붉은 빛깔을 가진 성채가 나타났다.

 

 

시굴다 최고의 명소인 투라이다 성채다. 일직선으로 평평하게 잘래낸 듯한 대지를 배경으로 한 투라이다성은 숲속에 피어난 한송이 장미처럼 보였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더니 작업을 끝낸 트랙터가 돌아나가고 있었다. 

 

 

투라이다 성채를 묘사한 그림인가보다.

 

 

투라이다 성채와 우리 전망대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존재한다.

 

 

전망대에는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고누를 닮은 놀이판이 마련되어 있었다. 고누를 안두어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다.

 

 

그런 놀이들은 이제 기억속에서도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무대 뒤를 거쳐 감시탑 위에 걸린 전망대를 향해 갔다.

 

 

감시탑 입구 출입문 장식이 아름답다. 돌덩어리 속에 박힌 작은 모형탑처럼 보인다.

 

 

가만히 살펴보니 나무판자를 잘라서 덧대는 식으로 이어붙인듯 하다. 

 

 

안으로 들어가자 현대식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나는 목조 계단으로 걸어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성채 안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연장의 좌석 배치가 질서정연하다. 

 

 

반대쪽을 살폈더니 강 건너편에 영주 저택이 살포시 숨어있는게 보인다. 짙은 색을 띈 강물도 슬며시 그 모습을 드러내고 한쪽으로는 케이블카가 강을 건너고 있었다.

 

 

무대 뒤편 출연진 대기석 위 지붕에는 이끼가 진하게 묻어있었다.  

 

 

사방 경치를 살핀 뒤 나는 계단을 통해 걸어서 내려왔다.

 

 

마당으로 나와서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여기 다시 찾아와서 이 탑을 또 만날 일은 거의 없으리라.

 

 

나는 공연장을 옆으로 두고 걸었다.

 

 

리보니안 기사단들의 흔적은 이제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들은 간 곳 없 성채 벽만 남아서 무심히 흐르는 세월을 지켜보는듯 하다.

 

 

성문 입구 부근에서 나는 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냈다. 강 건너편으로 가보려면 여기서 밑으로 내려가야하는게 확실하다 싶었다.

 

 

나무 계단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보니 도로가 보였다. 건너편 건물도 한층 더 뚜렸하게 나타난다.

 

 

그렇다면 거의 확실하다.

 

 

성채 밑을 따라 조금 걸었더니 이내 도로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길이 나타났다. 

 

 

 이 부근의 길은 워낙 아름다워서 러시아 황제도 걸었다고 하던데.....  그게 진짜였던가? 1800년대 중후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의 라트비아 방문을 앞두고 트래킹 루트를 개발하여 건설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 

 

 

라트비아인들에게 시굴다 캐슬 뒤로 흐르는 가우자(혹은 가우야)강은 보배나 다름없다.

 

 

지도 속에 우리가 걸은 길이 그대로 표시되어 있다. 우리는 시굴다 기차역 부근에서 걷기 시작해서 15번으로 표시된 성채에서 강을 건너려는 중이다.

 

 

이런 길을 따라 하루종일 걸어보는 것도 멋진 일일 것이다.

 

 

조금 더 내려가자 도로가 보였다. 길은 평탄해서 걷기가 너무 쉽다.

 

 

가우자 강에 걸린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는 한창 보수공사중이었다. 

 

 

 라트비아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풍경이다.

 

 

난간 공사중인 곳으로는 접근을 금지하고 있었다.

 

 

가우자 강폭은 좁았지만 수량은 제법 많은듯 하다.

 

 

물색깔이 푸르지 못했다. 검게 보이는 것은 나혼자만의 느낌이었을까?

 

 

강 양쪽으로 숲이 울창했다. 자작나무들도 숲 곳곳에 박혀 자라고 있었다. 

 

 

강을 건너자 트래킹 길이 도로 밑으로 형제처럼 뻗어있었다.

 

 

도로로 올라가서 걸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꽃은 언제 봐도 예쁘다.

 

 

이정표가 군데군데 서있어서 숲속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안해도 되겠다. 

 

 

 숲이 워낙 울창해서 그런지 햇살조차 잘 스며들지 못했다.

 

 

조금 더 걸어나가자 개활지가 나타났다.

 

 

호젓한 길이다.

 

 

시굴다의 자연은 어디에서나 항상 건강해보였다.

 

 

사람 흔적이 적게 묻어서 그런지 싱그러운 느낌이 났다.

 

 

햇살이 구름속을 자주 드나들어서 색깔 변화가 무쌍했다. 나는 오묘하게 변하는 자연의 색상을 즐기며 천천히 걸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