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라트비아의 보석 시굴다 5

by 깜쌤 2017. 9. 28.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나 꺼내보기로 하자.

 

 

역사 드라마나 법정 드라마같은 장면을 유심히 보고있으면 궁정이나 법정,혹은 학교 식당이 소음으로 술렁거리면 권위를 가진 인물이 나서서 지팡이 같은 것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Order! Order!"라고 외쳐 질서를 잡아나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Order라는 말의 의미를 질서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러면 이런 말은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Military Orders. 제법 애매모호하지 않을까? 이럴땐 흔히들 기사단(騎士團) 정도로 번역을 하는 모양이다.  

 

 

기사단! 우리나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조직이지만 서양역사에서는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말이다.

 

 

서양사를 살펴보자면 심지어는 기사단이 다스리는 영토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 실제 사례가 우리들 눈앞에 펼쳐져 있다. 지금 우리들 눈앞에 펼쳐진 저 건물은 리보니안 기사단(Libonian Orders)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단의 멤버들이 다스리던 성이었다.

 

 

기사단이 있으면 당연히 지휘자격인 기사단장도 있어야한다. 기사단장이 살았던 그런 성이 시굴다 뉴 캐슬 뒤에 숨어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일단 미뤄두자. 조금 뒤에 다시 꺼낼 생각이니까.

 

 

우리는 뉴 캐슬 앞을 걸어서 Sigulda Castle Creative Quarter 건물로 다가갔다. 마주 보이는 건물이다. 시굴다성 창조성 본부 정도로 번역을 해야하나? 

 

 

 작은 구역안이지만 볼게 제법 많았다.

 

 

회색 지붕을 머리에 이고 아주 연한 분홍색 기운이 살짝 도는 벽면을 가진 단층 건물이 Sigulda Castle Creative Quarter다.

 

 

지붕에 창이 나있는 것으로 보아 실내는 다락방이 있는 2층 구조로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벽면 색깔과 조화를 이루도록 마당은 붉은 색 벽돌로 치장되어 있었고, 잔디밭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 철로 만든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어딜 가나 벤치가 놓여있고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으니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엔 그저그만인 도시다. 정말이지 내가 추구하는 삶과 너무 잘 어우러지는 곳이니 이런 지방이야말로 딱 내 스타일인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가죽으로 만든 정갈한 지갑같은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가게 안에는 무두질한 가죽을 가지고 물건을 만드는 여성 장인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건물은 장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작업을 하기도 하고 그들이 제작한 상품을 팔기도 하는 그런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자작나무를 잘라낸 통나무 토막 위에는 기술자들이 쓰는 연장이 놓여있었다. 벽면에는 다양한 도구들이 질서있게 걸려있었고.....

 

 

우리팀 멤버 가운데 한분은 가죽 허리끈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는듯 했다. 유감스럽게도 길이가 맞질 앉았다. 작업중인 장인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적당히 눈요기만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서는 남매를 데리고 나온 젊은 아빠가 아이들과 시소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모두에게 참으로 좋은 시절이다. 

 

 

커다란 트랙터 한대가 낡은 성으로 연결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우리도 뒤따라 갔다.

 

 

뉴 캐슬 건물과 성채 사이에는 관문 같은 출입문이 만들어져 있어서 요새다운 느낌이 났다. 

 

 

중세에 만든 건물과 새로 보수한 부분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육중한 시멘트 덩어리처럼 보이는 이 건물이 화장실 겸 매표소다. 우리는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갔다.

 

 

옛날 14세기의 기사처럼 복장을 흉내낸 젊은이의 키는 아무리 안되도 2미터는 너끈하게 넘어갈 것 같다. 저런 거구의 사나이가 장검을 들고 마구 휘두르면 감당이 안될 것 같다. 입장권을 샀다. 2유로였다.

 

 

벽에 붙어선 아가씨는 중세 시대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그녀의 태도는 공손하기 그지 없었다.

 

 

 튼튼한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성채가 나타났다.

 

 

중세시대의 이 성이야말로 <리보니아 검()의 형제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단의 본거지였단다.

 

 

서기 1202년 리보니아 지역의 주교였던 폰 북스회프텐이 창설했던 기사단 이름이 리보니아 검의 형제 기사단이다. 당연히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구성원들은 주로 독일인들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성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섰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역 안쪽에도 다른 성벽이 장벽처럼 나타나서 옆면을 가린다. 독일 상인들과 동행했던 선교사들과 원주민들과의 알력때문에, 선교사를 보호할 목적으로 이 지방에 주둔하여 수비할 기사단이 조직되었던 것이다.

 

 

주로 독일인들로 이루어진 기사단의 활약으로 오늘날의 라트비아에 해당하는 리보니아 지방이 평정되었고 마침내 에스토니아 지방까지 수중에 넣게 되었다.

 

 

그것이 1218년의 일이었다고 하니까 우리나라 역사로 치자면 고려시대 중기의 일이다. 리보니아 검의 형제 기사단은 적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과 폭정으로 나중에는 주민들에게 배척의 대상이 되었고 그게 훗날 들어 악명을 떨치게 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성안 면적은 그런대로 넓은듯 했다.

 

 

이제부터는 일부 복원된 시설을 살펴볼 차례다. 

 

 

 전체적인 모습부터 먼저 살펴보았다. 성의 구조가 그림으로 남아있어서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멀리 보이는 저 건물은 북쪽 감시탑이 아니었을까?

 

 

이 벽체가 동쪽에 있었던 건물의 외벽인 모양이다.

 

 

성벽에 붙어있는 사람과 비교해보면 높이를 대강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건 형벌 도구임에 틀림없다.

 

 

가운데 부분에 범죄자의 목을 넣게 했을 것이고 양쪽으로는 손을 넣어서 고정시켰을 것이다. 그런 뒤에 방치해버리면 죽을 고통을 맛보게 되었으리라.

 

 

우리는 성벽 외부에 걸쳐둔 나무 계단을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갔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성채 안의 구조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성벽 안쪽 구조물은 생각보다 정교했다.

 

 

성벽에 나있는 문을 통해 밖을 살펴보았다. 아까 우리들이 걸어들어온 입구가 보인다.

 

 

밧줄을 통해 성문을 감아올리는 시설물이 복원되어 있었다. 

 

 

바로 이 장치다.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본 모습이다.

 

 

밧줄을 통나무에 감았다가 풀었다가 하는 것으로 성문을 들어올리고 내렸던가 보다.

 

 

중세의 성은 귀족들과 영주들의 거주지 겸 요새역할을 했다. 그게 서양의 성과 동양(특히 중국과 우리나라 및 일본)의 성이 가지는 서로 다른 점일 것이다.

 

 

 밧줄과 도르레를 활용했다니 조금 이해가 된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바깥을 내려다보니 사방 경치가 조금씩 더 넓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벽 안쪽의 너른 공간을 지금은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아까 우리 앞에 들어간 트랙터도 무대 준비용으로 작업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벽체는 제법 두터웠고 주로 돌을 사용해서 장식했다. 벽돌을 사용하지 않고 이 정도로 높게 쌓아올리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했을 것이다. 

 

 

아래로 내려와서 출입문 쪽의 벽면을 새로 살펴보았다. 그렇다. 벽돌을 사용해서 벽을 쌓은 뒤 돌을 붙인 것이 틀림없다.

 

 

한때는 건물이 있었을테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린 것이 틀림없다.

 

 

나는 성채바깥으로 나가보았다.

 

 

노란색 자잘한 꽃들이 소복하게 달린 야생화들이 지천에 흐드러졌다.

 

 

그 너머로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줄기가 가는 자작나무들이 여기저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성벽을 살펴보니 제법 튼실하게 보인다.

 

 

나는 다시 성채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영걸들은 모두들 다 사라지고 벽체만 남아서 나그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듯 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