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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2

세련과 깔끔함이 묻어나는 카페 <Take 5>

by 깜쌤 2017. 9. 20.

 

교외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시내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뭐가 이렇게 세련된 집이 있지?"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린 뒤 자전거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포항으로 이어지는 7번 국도가 앞에 보이고 용강동 신주택개발단지에 건설중인 아파트들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초록의 벌판속에 노란빛이 슬며시 끼어드는 8월말, 9월초의 일입니다.

 

 

첫눈에 봐도 일반 가정집을 개조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손을 봐도 너무 잘 보았다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커피, 브런치, 그리고 몇가지 간단한 음식들을 내어놓는가봅니다. 메뉴를 보면 어딘지 모르게 남부유럽적인 지중해 냄새가 풍겨나는듯 합니다.

 

 

흰벽에 내어걸린 간판 상호는 하얀색 네모 속에 검은색 단정한 글씨체로 Take 5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마당에는 화산석이라고 여겨지는 납닥한 돌이 깔려있고 그 틈사이로 잔디가 조밀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Take 5> !  내가 모르는 그 어떤 깊은 의미를 담은 말 같습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재즈 그룹 이름도 등장하고 캐나다 캔디도 등장하며 심지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잡지 이름까지 떠오르더군요. 나중에 주인장께 한번 더 여쭈어보고 확인해두어야겠습니다.

 

 

벽돌재질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더니 무늬로 보아 1980년대에 많이 사용했던 그런 벽돌이 아니었나하고 짐작해봅니다만 확실하진 않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은 수리하면서 새로 부착한 것이리라하고 미루어 생각해보았습니다.

 

 

작은 마당이 있던 곳에는 데크를 깔고 옆집 벽과의 경계를 살리기 위해, 철재위에 도타운 느낌이 살짝 드는 각목 판자를 끊어 붙였는데 그 감각이 놀랍습니다. 스위스 체르마트 분위기를 살린 붉은 격자무늬 천으로 덮은 테이블이 안쪽 공간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실내로 들어서기도 전에 주인의 세련된 감각에 감탄을 하고 말았습니다. 근래에 수리한 집치고 이렇게 품격있게 손을 본 집은 정말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볼 차례입니다. 이층은 아마도 사적인 공간으로 쓰고 있을 것 같아서 올라가보기가 망설여졌습니다.

 

 

왼쪽 문이 정문인듯 합니다. 뭐하나 흠잡을 데 없이 단정하고 간결합니다. 주인 아줌마가 나와서 환한 미소를 띈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방금 밖에서 보았을 때 상호가 예쁘게 걸려있던 벽쪽 공간부터 살폈습니다. 

 

 

 나무결을 잘 살린 목재 둥근 탁자와, 진즈(Jeans)같은 느낌이 드는 천으로 커버를 덮은 안락의자가 편안함을 더해줍니다.

 

 

큰길 쪽으로 면한 이 공간은 전체적으로 진한 푸른 느낌이 듭니다. 하얀 벽에 커다랗게 박힌 큰 창이 시원함을 더해주었습니다.

 

 

빈티지 느낌이 드는 파란색 가구 옆으로 난 푸른 문을 슬며시 밀어제끼면 또다른 공간이 숨어있을 것 같습니다.

 

 

그 느낌은 거의 틀리지 않았습니다. 안쪽 공간 바닥에서부터 스며든 간접조명이 분위기를 살려줍니다. 나는 에게해의 산토리니섬 어느 카페에 와있는듯한 착각을 일으켰습니다.

 

 

 그 안쪽은 좌식공간이었습니다. 방석들은 단정하게 테이블 밑으로 숨어있었습니다. 작은 선풍기가 돌아가며 불러일으키는 공기 순환이 시원함을 더해줍니다.  

 

 

창문을 가린 블라인드의 높이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흔적은 고급호텔의 커피숍을 연상케합니다.

 

 

이런 감각은 아무나 가지는게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

 

 

소품 하나하나가 가지는 매력이 주인의 품격을 말하는듯 합니다.

 

 

블루 계열의 색조가 브라운 색과 멋진 조화를 이루어냈습니다. 

 

 

이제는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조리하는 공간 앞부분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이 공간은 아마 거실이었던 곳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실 앞 창문을 떼어내고 폴더식 문으로 대체하면서 데크를 깔아 바깥 공간을 안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공간 확장의 효과를 살려낸듯 합니다. 

 

 

진한 브라운 계열의 탁자와 의자가 제법 높은듯 하지만 여기에서는 서있는듯 걸터앉아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에 알맞도록 의도한게 아닐까요?

 

 

그 맞은편은 카운터를 겸한 주인아줌마 전용공간입니다. 이렇게 간결하고 깨끗한 곳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전용공간옆 작은 방은 커피 콩을 로스팅하는 장소일 것입니다.

 

 

  파란문이 달려있는 그 안쪽은 누가봐도 화장실입니다.

 

 

이집에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 한군데 더 숨겨져 있었습니다.

 

 

제일 안쪽 공간은 서재같은 분위기가 살아있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창문쪽 벽면에 붙은 긴 의자에 기대어 책을 보면 정말 편안한 느낌이 들것 같습니다.

 

 

이 방의 전체적인 느낌은 차분하고 편안합니다.

 

 

이런 아늑한 공간이 또 있을까요?

 

 

여기서는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누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품격있는 소품으로 채워진 벽면 장식품들......

 

 

커피와 관련된 물품들 같습니다.

 

 

지중해 스타일의 공간이 있는가하면 북유럽적인 냄새를 풍기는 공간도 있습니다.

 

 

이는 주인 내외의 품격과 안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어떻게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가정적이면서 품격있다는 카페는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손님 수준은 주인의 품격과 관련있다고 확신합니다.

 

 

수준 낮은 손님들이 거들먹거리는 꼴은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주머니에 돈 좀있다고 함부로 거들먹거리는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설치는 모습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그런 스타일의 손님은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곳은 슬며시 찾아가서 격조있는 점잖은 대화를 나누다가 조용하게 돌아오고 싶은 그런 카페입니다.

 

 

품격있는 공간에 좋은 손님이 찾아들면 고급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상업지역이 아니어서 크게 번잡스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꼭꼭 숨겨두고 한번씩 찾아가고 싶은 그런 가게였습니다.

 

 

아 참, 나도 이제 커피 한잔 정도는 맛보고 가야지요.

 

 

드립 커피를 주문해보았습니다.

 

 

창밖 경치를 살필 수 있는 곳에 앉아서 프로방스 스타일의 덧문을 살펴보며 맛을 봅니다. 

 

 

먼저 색깔을 보고, 냄새를 맡고, 그런 뒤 입에 넣고는 살짝 머금은채로 감촉과 맛을 천천히 음미해보았습니다.

 

 

커피 맛에서조차 품격이 느껴지는듯 합니다. 

 

 

맛은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기에 함부로 말하기 그렇습니다만 적어도 나에게는 합격점이었습니다.

 

 

아무렇게나 추출해낼 수 있는 그런 맛은 아니었다고 확신합니다.

 

 

한잔의 좋은 커피나 차, 그리고 수준있는 대화는 삶의 활력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일 것입니다. 

 

 

아울러 살아갈 맛이 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속에 초가을의 정취가 가득 풍겨나던 날이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