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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황금고리를 찾아서 4

by 깜쌤 2017. 8. 5.

 

채플 곁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연한 옥색을 칠한 종탑과 진한 파랑으로 내부를 칠한 채플과는 기막힌 색깔의 조합을 보여주는듯 했다. 

 

 

 그리고 그 앞으로 보이는 회색 오벨리스크처럼 생긴 작은 구조물.....

 

 

채플 가운데 세워진 십자가에서는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둘러선 사람들은 그 물을 받기 위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든 작은 소녀는 병에다가 물을 잔뜩 받고 있었다. 분홍색 머릿수건을 쓴 아이가 한없이 귀엽게 보인다.

 

 

나는 다시 한번 종탑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종탑 뒤로 돌아가면 어떤 모습이 나타날지 그게 궁금해졌다.

 

 

먹구름이 끼어들기 시작하는 하늘과 황금색으로 칠한 꾸뽈의 대조가 너무 아름다워 눈을 떼지 못할 지경이었다.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절간의 황금색 탑과, 황금빛 꾸뽈을 머리에 인 러시아 정교회가 주는 느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 쪽에서는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사람마다 그 느낌은 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보물관 앞쪽 벤치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광장에는 평화로움이 가득했다.

 

 

종탑 모퉁이 쪽으로 다가가보니 못보던 아름다운 건물들이 다시 그 자태를 드러냈다.

 

 

도대체 이 수도원 구역에는 몇개의 건물이 배치되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런 거창한 규모의 수도원을 만들어야만 했을까?

 

 

갑자기 어디선가 신학생인듯한 젊은이들이 쏟아져나와 광장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나같이 검은 색 옷을 걸친 그들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걷고 있었다. 나는 그때  유주현님의 수필 한편을 떠올렸다.

 

 

<탈고 안될 전설>이라는 작품이다. 왜 갑자기 그런 수필을 떠올렸는지 궁금하다면 이 글 마지막에 올려둔 석장의 사진을 보면 된다. 젊은 신학생과 늙은 수도사, 그리고 기품있게 늙은 아름다운 여인.....

 

 

이상하게도 나는 광장에서 그 수필을 떠올렸다. 시대적인 배경과 장소는 달라도 사연은 혹시 비슷하지 않을까? 지나친 상상과 생각의 비약은 좋은게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벤치 부근에서 종탑 앞 광경을 다시 한번 눈에 찍어넣었다.

 

 

그리고는 신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도원을 방문한 여인들이 하나같이 모두들 긴 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종탑 뒤쪽으로 돌아가자 또다른 구역이 나타났다.

 

 

거긴 Zar Palace였다. 교회역사 및 교회 고고학 박물관을 겸한 황제의 궁전이었던가 보다. 거긴 출입금지구역이었다. Czar이라고 하면 차르, 즉 러시아의 황제를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여행자센터에서 받아온 안내서에는 단순히 Zar Palace로만 표기하고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Zar를 러시아 황제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정확하게 아는 분이 있다면 가르쳐주시기 바란다. 

 

 

 양쪽으로 계단이 있는 이 붉은 색 건물은 참으로 단아했다. 

 

 

워낙 단정해서 빈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여인이 성호를 긋고 있었다.

 

 

 나는 담장 속에 버티고 서있는 건물을 다시 한번 더 살펴보았다. 윗층 벽면 무늬가 너무 아름답다.

 

 

그 너머로는 또 다른 타워가 솟아 있었다. '순례자의 탑'이리라.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곳은 광장 부근의 몇개 건물뿐인듯 하다.

 

 

나는 다시 광장쪽으로 돌아나갔다.

 

 

러시아 여인들의 신심은 남다른듯 하다.

 

 

적어도 여기에 찾아오는 여자들만큼은 한없이 경건한듯 했다.

 

 

그들은 결코 시끄럽게 굴지 않았으며 교양없는 천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할때도 조용조용하게 속삭이는듯 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러시아인들에 대한 편견을 많이 수정해야했다.

 

 

분명히 그들 러시아인들은 딱딱한 면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나는 러시아인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냉전이 한창일 때 물자부족현상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어디에서나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서방에서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조롱하기도 하고 사회주의 체제의 문제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러시아 여성들은 기도문 같은 것을 펴서 보기도 했다.

 

 

줄은 건물을 감아돌아 엄청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성삼위일체 교회 뒤로 돌아가보았다.

 

 

러시아인들이 사용하는 시릴 문자(=키릴 문자)와 영어, 그리고 중국 간자로 표기된 안내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념품 판매점에는 나중에 들어가보기로 하고 일단 주위를 먼저 살폈다.

 

 

성삼위일체 예배당 뒤편의 작은 건물 출입문 부근에서 남매간인듯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어린 소녀가 스카프를 두른 모습이 너무나 깜찍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도 러시아 여성들이 머릿수건을 쓴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었다.

 

 

화단 부근의 꽃들을 살피며 노는 꼬맹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천국의 모형을 보는듯 했다. 

 

 

화단과 건물, 사람들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냈다.

 

 

황금빛 꾸뽈과 파스텔조의 건물들도 그랬다.

 

 

그동안 제법 많은 곳을 보며 다녔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경건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곳은 처음 보았다.

 

 

여기를 와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러시아 문화의 정수를 놓칠 뻔했다. 꼬맹이 여자아이의 엄마가 와서 아이들을 데려갔다.

 

 

나는 관광객들에게 개방해주는 곳은 다보고 싶었다.

 

 

남김없이 샅샅이 뒤져보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 뒷 공간에서 나는 다알리아 꽃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작은 꽃밭을 만났다. 

 

 

 흰색....

 

 

노랑과 분홍......

 

 

그리고 빨강.....

 

 

손자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그윽한 시선..... 하나같이 아련하고 애잔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방인들이 출입이 금지된 곳에서 수도사와 여인 한명이 걸어왔다.

 

 

 수도사는 제법 늙어있었고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어떤 사이일까? 남매일까? 아니면 예전의 연인들이었을까? 아님 친척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좀더 낭만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어서 유주현님의 수필 <탈고 안 될 전설>을 떠올렸던 것이다. 서울 인근 노원 부근의 원두막에서 라는 인물이 만났던 불암사의 여승과, 여승을 찾아왔던 한 팔 없는 젊은 도시 청년의 이별 장면......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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