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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7 베트남-월남의 달밤 1(完)

캐논포트 2

by 깜쌤 2017. 8. 2.

 

산길을 조금 오르자 골짜기에 들어앉은 마을이 그 모습을 슬며시 드러냈다.

 

 

산길 가에 자라는 나무에는 열매가 조롱조롱했다. 잘 알지 못하는 열매는 절대로 함부로 맛보려고 시도하지 않는게 옳은 일이다.

 

 

전선을 따라 무시무시하게 굵은 붉은개미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물리면 절단나겠다.

 

 

조금 더 올라가자 깟바 해수욕장 안내판이 나타났다. 저긴 내일 가볼 생각이다.

 

 

염소떼들이 도로를 가로질러 갔다.

 

 

캐논포트 입구에서는 표를 팔고 있었다. 입장료는 자그마치 4만동이다. 우리돈 2천원이라는 이야기다. 캐논포트라고했으니까 정상 어딘가에는 대포와 포대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걷다가 산모퉁이를 돌았더니 바다가 슬쩍 보인다. 여기에도 억새가 자라는가 보다.

 

 

나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그놈의 바다가 뭐라고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다시 바다가 보인다. 봉우리 한두개가 섬 하나다. 섬들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어떤 봉우리들은 제법 길고도 크다. 아까 배를 타고 오면서 실컷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자꾸 생기니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절벽 저 밑에 모래 해수욕장이 보인다. 제법 괜찮은 풍경같다.

 

 

우리나라 한려수도에 떠있는 작은 섬들과 무슨 차이가 있으려나싶지만 하나는 세계가 다 인정하는 관광지고 다른 하나는 아는 사람만 아는 풍경이 되었다.

 

 

방금 내가 내려다본 해수욕장을 바다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 된다. 사진 속 CAT이라고 쓰여진 글씨 밑에 보면 안테나 같은 것들이 보이는데 우리는 지금 그 부근을 향해 걷는 것이라고 보면 정확하다.

 

 

그 다음날 내가 실제로 가본 바에 의하면 깟바 비치와 리조트는 상당히 좋았다. 위치도 좋았고 리조트 서비스도 좋았다. 저런 데서 머물러야하는데 그걸 몰랐다. 

 

 

정보가 부족하면 항상 뒷북만 치게 되어있다. 실제로 머물러보고 자기가 직접 찾아가보며 그렇게 경험한 사실을 쓰는 여행기는 그래서 소중하다. 꼭대기 부근에 있는 집들은 여기에 있는 시설물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사는 관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거기에 닭들이 산다. 닭털 색깔이 중국 남부 절강성 토루에서 본 닭들과 비슷했다. 연한 갈색이다.

 

 

 

중국 남부 복건성에서 본 닭들이다. 복건성 닭들과 베트남 하롱베이의 닭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게 아닐까?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위에 언급한 내용이 성에 안차는 분들은 아래 주소를 클릭해보면 된다.

 

 

 

내가 별 쓰잘데기 없는 시시한 생각을 하며 걷는 동안 또 다른 포구가 나타났다.

 

 

전화기 중계탑일 것이다. 베트남도 스마트폰은 일반화되어 있으니까..... 부겐빌리아가 피었다.

 

 

나는 이꽃을 정말 좋아한다. 어떤 이들은 종이꽃이라고도 이름 지어 부르던데 참으로 멋진 착상이다. 망초나 개망초를 보고 계란꽃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발상일 것이다.

 

 

햇살이 내려앉은 바다는 은종이처럼 반짝거렸다.

 

 

옛날 담배속에는 은종이가 들어있었다. 은색으로 빛났기 때문에 은종이라고 불렀다. 더 고급 담배갑 속에는 황금색으로 빛나는 포장지가 들어있었기에 그건 금종이라고 했다.

 

 

화가 이중섭씨는 한국전쟁(6.25전쟁)때 남쪽으로 피난가서는 답배갑 속에 들어있는 은종이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재료가 없었고 차한잔 마실 돈이 없어서 그렇게 끄적거려 재료값으로 차값으로도 지불했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깟바마을 앞바다는 내눈에 은종이로 보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올라왔던 길만 뒤로 남았다.

 

 

정상 부근에 오르자 비로소 포대가 나타났다.

 

 

참호인지 토치카인지는 모르지만 군사시설 비슷한 것이 숲속에 숨어있었다. 

 

 

나무가지 틈 사이로 깟바마을 앞바다가 나타났다. 해안도로를 따라 모퉁이를 돌아가면 멋진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사실 하롱베이에는 멋진 해수욕장들이 무지무지하게 많이 숨어있다.

 

 

구글 위성지도로 검색해보면 숨겨진 해수욕장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어로 된 작은 안내판이 가르쳐주는대로 숲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예상대로 포대가 숨어있었다. 미니어쳐 인형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거의 실물 크기다. 

 

 

 이런 곳에 숨어서 포를 쏴대면 상대편 입장에서는 화력 원점 찾기가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 

 

 

바다에 떠 있는 붉은 지붕을 가진 배들은 레스토랑이라고 보면 된다. 육지와 연결된 시설이 없다는 것은 만약의 경우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 된다. 여성 여행객은 절대 혼자서 가면 안된다. 두명 정도가 가더라도 반드시 금액을 미리 확인해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은 낭만이 아니다. 여행은 생존이다. 섬 뒤편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보인다.

 

 

섬이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었다.

 

 

간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치는 훌륭하다.

 

 

잠시 앉아 쉬면서 사방을 살폈다. 여기 말고 다른 휴게소가 있으므로 한번 가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다시 일어난 우리들은 참호같은 시설물을 찾아보며 걸었다.

 

 

길은 숲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아까 본 포대로 이어지는 비밀 창고같은 시설물이다.

 

 

시멘트로 참호를 만들고 곳곳에 탄약저장고를 배치했다. 

 

 

하늘에서는 아무리 훑어보아도 찾기가 어렵겠다.

 

 

지휘소로 쓰였던 것같은 건물은 콘크리트로 견고하게 보강되어 있었다.

 

 

병사들은 간이침대를 두고 생활했던 모양이다.

 

 

벽에는 아이들의 그림 작품이 걸려있었다. 어쩌면 병사들의 작품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기념품 판매장 겸 박물관으로 썼던 모양인데.....

 

 

소장품이나 시설은 조잡하기 그지 없었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모르겠다.

 

 

당시 전화라면 모두 유선이었을 것이다. 무전기도 있긴 있었지만 무전병이 등에 지고 다닐 정도로 컸었는데.....

 

 

우리들은 다시 숲속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걸었다.

 

 

터널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단순한 구조물이지만 U자 모습으로 휘어져 있었다.

 

 

다른쪽 출구다. 숨겨둔 대포로 한방 날린 뒤 레일을 통해 반대쪽으로 이동해서 다시 또 한방 갈겨댔으리라. 그렇게되면 적군은 혼란스러워진다.

 

 

포대 부근의 나무들도 터널을 이루었다.

 

 

이런 참호들이 산정상 곳곳을 누비며 연결되어 있었다.

 

 

조금 더 걸어나갔더니 마침내 진짜 휴게소가 나왔다. 미로를 헤매다가 밖으로 나온 기분이 들어서 그랬을까? 속이 다 시원해진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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