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7 베트남-월남의 달밤 1(完)

하롱(=할롱)시를 향하여

by 깜쌤 2017. 7. 21.

인생살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최대 28년을 더 살지 모른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고 의아해 할지 모르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신비로운 경험도 많이 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남보다 훨씬 많은 신비한 경험을 하고 살아왔다. 소설 같은 이야기를 수없이 겪었으니까..... 

 

 

제법 의미있는 꿈을 꾼 밤이었다. 2017년 1월 20일 금요일, 베트남 여행 16일째다. 오늘은 하롱베이로 이동하는 날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었다. 방에 들어와 조금 쉬다가 11시45분경에 체크아웃을 했다. 

 

 

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한국인 청년 두명을 만났다. 그들은 닌빈 국립공원에 가서 트래킹도 했단다. 아! 우린 그걸 못했구나. 아쉽다. 매표소 아가씨가 나를 보더니 까만색 내 필통을 꺼내주는게 아닌가? 어제 표를 사면서 매표 창구에 놓아두고 갔단다.

 

 

이럴 때 나는 베트남을 점점 더 사랑하게 된다. 친절하고 정직하고 물가조차 싸기만하니 여행자 천국일 수밖에 없다.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배낭을 뒤져 내가 가지고 있던 한국 과자들을 달달 긁어서 그녀에게 선물했다. 그녀는 우리가 타고갈 버스가 벌써 와서 대기하고 있다면서 손짓으로 버스 위치를 알려주었다.

 

 

버스 차장은 남자였는데 배낭을 받아서는 버스 제일 뒤에 정리한다. 배낭을 놓기 전에 물휴지를 꺼내 좌석을 닦는 성의를 보여주었다. 나는 작은 배낭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버스 아래쪽의 짐칸은 엉망이었다. 그만큼 고물이었다는 말이다. 배낭을 왜 짐칸에 넣어두지 않는지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버스 출발전부터 운전석 부근 위에 부착되어 있는 모니터에 화면을 띄워두고 커다란 음악소리로 차내를 빵빵 울리도록 했던 운전기사에게, 내 부근에 앉아있던 서양 아가씨가 다가가 조근조근 이야기를 했다. 결국 기사는 소리를 죽였다. 백인 아이들의 똑 부러지는 행동 모습을 본 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어딘가 그애들은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버스는 우리나라 대우회사 버스다. 참으로 아까운 일 가운데 하나는 모모 정권 시절에 대우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대우의 브랜드 가치만 해도 엄청났었는데....... 살리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살릴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밉상으로 낙인찍힌 기업이나 권력자들 눈에 벗어난 기업 죽이기를 여사로 해댔으니 정부가 하는 일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할지 모르겠다.

 

 

12시가 되기 전에 터미널을 빠져나간다. 출발시간보다 일찍 출발하는 버스를 두고 나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버스는 손님을 찾아 시내를 한바퀴 더 돌았고 결국 시간을 넘겨 출발하는 것이었다.

 

 

가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으로 보아 완행 중의 완행버스였다. 아무렴 어떠랴? 가는대로 가보는 거다.

 

 

깟당 기차역 앞을 지난다.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우리 위치를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동경로를 대강 알 수 있다. 가만히 짐작해보니 닌빈을 출발하여 남딘을 지난 후 타이빈을 거쳐 하이퐁을 지나 하롱으로 갈 모양이다.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굵은 노란색점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하노이고 다른 하나는 하롱의 배낭여행자들 집결지다. 중간중간 찍힌 빨간색 점은 우리가 거쳐나가는 도시를 의미한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섬안의 배낭여행자 집결지이지만 오늘 안에 도착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번 여행에 론리플래닛 베트남편을 가져오지 못했다. 구하지 못했기에 들고가지 못했다는게 정확한 표현이다. 한국인이 쓴 베트남여행 안내서를 하나 가지고 왔지만 하롱베이에 관한 정보는 빈약하기 그지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그랬다.

 

 

여행사 투어프로그램을 사용한 분들이 압도적이었고 직접 하롱베이의 깟바 섬을 찾아간 이야기는 찾을 수가 없었다. 내 검색능력이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직접 발로 뛰며 쓴 여행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그런 사실 때문에 오기가 발동했던 것이다. 그렇게 많이 널린 정보의 홍수 속에 직접 고생해가며 쓴 글이 너무나 적다는 것에 나는 정말 많이 놀랐고 또 실망했다. 천하의 하롱베이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수집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닌빈지방 여행기도 어쩌다 올라오긴 했는데 부실하기 그지 없어서 진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행기가 너무 드물었다. 그래서 지도까지 첨부해서 상세하게 올려두는 것이다. 별것 아닌 내 글이지만 다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버스는 가다가 멈추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운전기사와 남자 차장의 손발이 어찌 그리 잘맞는지 모른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손님을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손님이 잠시 망설이기라도 하면 잽싸게 물건을 채와서 짐칸에도 넣고 버스 안에도 밀어넣었다. 모든 좌석 밑은 간이 수납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도 한 때는 그랬다. 기름값 한푼이라도 아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손님들이 짐짝 취급을 받았다. 초만원 완행버스나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모퉁이를 돌기라도 하면 승객들이 이리저리 밀리면서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버스안을 메웠다. 완행열차도 예외가 없던 시절이었다. 

 

 

여기는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이 보급되어 있어서 그나마 그지경까지 안간게 천만다행이었다.

 

 

강을 건너고 들판을 달렸다. 하염없이 달리는듯 하다.

 

 

3시간 반이나 달린 끝에 주유소에 들어가서 잠시 쉬었다. 주유소에 들어간다는 말은 화장실 다녀오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자들이야 조금 덜 하지만 여성 승객들의 불편함이야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지 싶다.

 

 

 주유소 부근의 집 하나는 제법 깨끗했다. 경제적인 여유가 좀 있는 집 같다.

 

 

우리는 계란과 과일을 사서 점심을 대신했다.

 

 

길가 풍경이 정겹기만 하다. 과일 장사들이 많았다.

 

 

짧은 휴가를 이용해서 하롱베이를 다녀오고 싶은 분들에게 얼마전에 빅뉴스가 터졌다. 하이퐁으로 가는 비행기가 뜬다는 사실이다. 하노이가 아니라 하이퐁이다. 물론 하노이로 가도 된다. 하이퐁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의 입구 역할을 하는 인천과 같은 도시인데 하롱베이와도 가까우므로 이왕이면 항구도시인 하이퐁으로 들어가라는 말이다.   

 

 

 

지도를 보자. 왼편의 빨간색 점은 하이퐁을 나타낸다. 오른쪽 바다에 보이는 섬이 하롱베이의 중심을 이루는 섬이다. 섬 아래쪽에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점이 하롱베이에서 가장 큰 깟바 섬인데 깟바섬의 중심지가 바로 거기다.

 

노란색 두개의 점은 하롱시에서 깟바 섬으로 갈 경우 배를 타고 내리는 곳이다. 초록색 점은 하롱시의 호텔 밀집지대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를 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번에 그런 투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발로 뒤며 여행을 해볼 생각이었다. 

 

하노이 시에 머물면서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를 하면 시간 배분이 뻔하다. 먼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3시간 반이나 4시간을 걸려 하이퐁이나 하롱시까지 간다. 그런뒤 전세 낸 배를 타고 4시간동안 바다와 섬구경을 하고 다시 4시간 걸려서 하노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게 하롱베이 1일 투어인데 그런 식으로 다녀오고는 하롱베이를 다녀왔다며 자랑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듯 했다.

 

돈을 더내면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때는 고급 유람선에 올라가서 하룻밤을 바다 위에서는 자는 것이다. 그런 뒤 그 다음날은 뭍으로 나가서 하선하여 하노이나 하이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고급 유람선들의 집결지가 위 지도 위쪽에 있는 노란색 점이 된다. 

 

하롱베이를 간단하게 다녀오고 싶다면 하이퐁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시라. 하이퐁에서 고속선을 타고 깟바 섬으로 간 뒤 호텔을 정해두고 쉬다가 오면 된다. 깟바 섬 최남단에 가면 작은 도시가 나오는데 어지간한 시설은 거기 다 있다. 하롱베이를 다녀오는 유람선도 그곳에는 엄청 많다. 경상도 말로 하자면 천지삐까리다.   

 

 

백인 아가씨 한명은 하이퐁 교외에서 내렸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라고 운전기사가 아주 간단한 영어로 이야기해준다.

 

"헤이, 유! 택시! 하이퐁, 택시 오케이?"

 

 

혼자 내린 그 백인 아가씨는 아마 하이퐁에서 깟바로 가는 배를 탈 것이다. 우리는 이왕  이리 되었으니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안그러면 언제 하롱 시에 한번이라도 가 볼 수 있으랴?

 

 

나는 버스가 하이퐁으로 들어갈까봐 은근히 마음을 졸였다. 대도시에 들어가면 시간을 엄청 잡아먹기 때문이다.

 

 

하이퐁을 지나 얼마쯤 달렸을까? 갑자기 풍경이 일변한다.

 

 

누가봐도 하롱베이 풍경이다.

 

 

어떤 곳은 그 아름다운 봉우리를 마구 깎아내고 있었다. 석회암 봉우리라면 시멘트 만드는데 제격일 것이다. 아이고, 아까워라.

 

 

닌빈에서 싣고 온 사당용 제사상은 하롱시 부근에서 내려졌다. 참 멀리까지 이동해왔다. 조상을 섬기는 마음 하나로 그 멀리까지 가서 구해온 모양이다.

 

 

저 멀리 바다가 나타나고 기막히게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바다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이제 거의 다 온듯하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7 베트남-월남의 달밤 1(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롱베이를 향하여 2  (0) 2017.07.27
하롱베이를 향하여 1  (0) 2017.07.25
염소고기 먹기  (0) 2017.07.19
화려한 호아루 2  (0) 2017.07.17
화려한 호아루 1  (0)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