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9일 금요일이다. 벌써 북유럽을 돌아다닌지 12일째다. 러시아에서의 일정은 5일째가 된다. 아침 6시 15분에 일어났다.
7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모이기로 했었기에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했다. 나는 복도로 나갔다.
4성급 호텔답게 시설은 훌륭하다. 복도 한켠에 있는 칵테일 바에는 아침부터 불이 켜져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일단 5층 루프탑에 올라갔다. 햇살이 들자 어제 저녁에 느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옥상 휴식 공간에서 호텔 주위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눈에 익은 저 건물은 많이 본 기억이 난다.
5층에 바와 레스토랑이 있다. 우리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아침 식사가 숙박료에 포함되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4성급 호텔답게 하나는 단정하고 품위가 있었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럴까,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치즈와 햄을 올려 구운 빵과.....
커피와 주스.....
계란 반숙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식사였다. 주스는 공장제품이고 커피는 커피 머신에서 내려서 마시도록 되어 있었다.
그 정도면 한끼 식사로 든든하다. 지붕이 빨갛게 칠해졌으니 구글 위성지도에도 건물 색이 빨갛게 등장하는 모양이다. 구글 위성지도의 위력은 놀랍도록 무섭다.
나는 방에 들어와서 행장을 꾸렸다.
내가 머물고 있는 방은 오른쪽 두번째 문이 있는 곳이다.
오늘 우리가 해내야할 첫번째 임무는 발트 삼국 가운데 하나인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로 가는 열차표를 구하는 일이다.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서는 라트비아(Latvia)의 리가(Riga)로 가는 열차가 출발하는 기차역의 위치부터 알아두어야한다. 물론 하루 전날 지도 검색을 통해서 리가행 열차표를 구하기 위해서는 리츠스카야(Rizhskaya, Rizhsky station) 역에 가야한다는 사실 정도는 확인해두었다. 위 지도를 보자.
1. 빨간색 점(지도 상단) : 리츠스카야 기차역 -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로 가는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서 찾아갔다. 당신이 인터넷에 아주 능통하다면 인터넷으로도 구입 가능할지 모른다.
2. 빨간색 점(지도 하단) :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 위치
3. 노란색 점 : 붉은 광장 - 모스크바 관광의 핵심지대다. 기차표를 구한 뒤 우리는 다시 거기로 돌아왔다.
4. 보라색 점 : 기타이 고로드 지하철 역
5. 초록색 점 : 레닌그라드 기차역 -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세인트 피터즈버그)를 가고 싶다면 거기에서 기차를 타야할 것이다.
위 지도는 클릭하면 크게 뜨게 되어있다. 스마트폰에서는 그렇게 안될 수도 있다.
호텔을 나온 우리는 기타이 고로드 지하철 역을 향해 걸었다. 호텔 부근에 있는 작은 공원을 지나갔다. 다시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초록색 작은 점이 시작하는 곳에 있는 빨간색 점은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의 위치다. 노란색 점들은 리가행 기차표를 구하고 난 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와서 붉은 광장으로 간 길을 의미한다. 위 지도도 클릭하면 크게 확대되어 나타날 것이다.
이제 지하철 타는 것은 제법 익숙해졌으므로 입구만 잘 찾으면 되었다. 6호선의 기타이 고로드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기타이 고로드에서 6호선으로 세 정거장만 가면 리츠스카야역이 될 것이다. 6호선과 7호선이 붙어있어서 잠시 당황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6호선을 찾아가 승차했다. 내려야 할 역 계산을 잘못해서 두번째 역인 프로스펙트 미라역에 내렸다가 다음 열차를 다시 올라타고 리츠스카야역까지 갔다. 지하철 역 밖으로 나오니 낯선 경치가 펼쳐졌다.
사진 오른쪽으로 둥글게 보이는 건물이 리츠스카야 지하철 역이다. 그런데 말이다, 도대체 어느 건물이 리츠스카야 기차역인지 알 수가 있나?
지하철 역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봐도 기차역은 보이지도 않는데다가 영어 표기가 없으니 살짝 신경질이 다 날 정도였다.
결국은 ㄱ장로가 현지인에게 묻어 위치를 파악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큰 도로 건너 연한 하늘색으로 보이는 저 건물이 리츠스카야 기차역이었던 것이다. 영어를 할 줄 아는 ㄱ장로가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걸어갔다.
기차역 건물은 예술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어 위키피디어를 검색해서 리츠카야역의 역사(history)를 잠시 빌려왔다. 핵심은 이렇다. 1897년에 라트비아 방향으로 철도가 건설될 때 역건물이 건축되었는데 1901년부터 승객 서비스를 실시했다. 1946년 라트비아가 소련방의 멤버로 편입되고나서부터는 리츠스키 기차역으로 다시 이름지어졌다. (아마 영어식으로 표기하니 리츠스키라고 하는 모양이다)
2004년부터는 기차역 인근에 모스크바 열차박물관이 개관했단다. (구글 위성 지도로 검색해보니 실제로 그렇게 되어있었다. 시간이 많다면 한번 둘러볼만 하리라고 생각한다.)
After 1918, when Latvia became independent, the former Vindava direction decayed, since it did not serve any big cities. In 1930, the station was renamed Baltiysky railway station, in 1942 - Rzhevsky railway station, and in 1946, when Latvia has been already annexed by Soviet Union, it was renamed Rizhsky railway station. Originally, the suburban direction was scheduled to be electrified in 1943, but the electrification of the stretch between Moscow and Nakhabino only occurred in 1945, after World War II was finished.[3]
In 2004, the Moscow Railway Museum was opened next to Rizhskaya railway station
경비원이 보였다. 우리는 테러와는 관련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리츠스카야 기차역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아래 글상자의 내용을 읽어보면 된다. 출처는 영어 위키피디어다.
Rizhsky station (Russian: Рижский вокзал, Rizhsky vokzal, Riga station) is one of the nine main railway stations in Moscow, Russia. It was built in 1901. As well as being an active station it also houses the Moscow Railway Museum. The station is operated by the Moscow Railway.
It is located at Rizhskaya Square, at the crossing of Mira Avenue and Sushchyovsky Val. The station is served by Rizhskaya metro station. Although Rizhskiy Station is relatively the least busiest station in Moscow, its connection to Latvia is Moscow's only, and is highly used. on the intersection of two main roads, Rizhskiy is adjacent to a Holiday Inn hotel, a large market, and numerous Moscow apartments and offices. In addition, Rizhskiy Station has some of the best architecture of all the Moscow "vokzals".
영어본문 속의 빨간색 부분은 내가 변환시켜두었다. 라트비아의 리가와 이어지는 유일한 기차역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내부도 깔끔하고 멋지다. 예술적인 분위기가 건물 안에 가득했다. 매표소를 찾아가야하는데 어딘지를 몰라서 제복입은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더니 직접 창구까지 안내해주었다. 고마워라! 우리 할머니! 알고보니 그녀는 세금계산담당이었다. 그런데 기차역 한쪽에 세금계산 담당 직원이 왜 있어야하는 걸까?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적어서 쉽게 창구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러시아의 매표원 할머니들은 영어가 잘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한다. 할머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직원들이 다 그랬다. 그래서 나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러시아 배낭여행 안내서에 붙어있는 내용을 미리 우리나라에서 몇장 복사해가서 기록을 해두었다가 창구직원에게 내밀었던 것이다. 내용이 궁금한 사람들은 사진을 유심히 보기 바란다. 이런 식으로 여행하면 차표를 구하는 것도 얼마든지 다 가능하다. 창구를 지키는 할머니 직원은 단번에 우리들의 요구를 파악하고는 메모지를 꺼내들더니 몇자 적어서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내용인즉 이랬다.
'오후 7시에 출발하는 리가행 익스프레스 기차는 없다. 대신 오후 5시 6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다. 4인용 쿠페는 1인당 33,000루불이다. 6인용 침대칸은 일인당 대략 6300루블이다. 어떤 것을 택할래?"
내가 삼성그룹 후계자도 아니고 서울에서 빌딩을 가진 건물주도 아니니 당연히 6인용 침대칸을 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침대칸 3장을 샀다. 침대 위치에 따라서 6418루블짜리도 있고 5947루블 짜리도 있었다. 비싼 것 2장, 덜 비싼 것 1장을 샀다. 어쨌든 한장에 거의 12만원 꼴이나 되는 거금이다. 호텔비와 이동경비를 한꺼번에 지불했다고 생각하는게 마음편하다.
같은 침대칸에 우리를 배정하려니 그렇게 밖에 안되는 모양이다. 그럼, 여기에서 잠깐! 지리에 밝은 사람은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당신들이 굳이 라트비아를 먼저 가려고 하느냐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지리적 감각이 출중하여 얼마든지 배낭여행이 가능한 분들이다. 다시 아래 지도를 보기로 하자.
위의 지도 안에 이번 여행의 개략적인 루트를 표시해보았다. 첫 입국지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였다. 이해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이번에는 좀 더 큰 지도를 가지고 설명드린다.
빨간색 큰 점들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방문한 곳이다. 모스크바 옆의 노란색 점으로 표시한 곳도 우리가 들렀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다. 거기서 국제열차를 타고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넘어갔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고속열차 삽산을 타고 모스크바까지 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로 가는 국제열차표를 사려고 하는 중이다. 그 다음 행선지는 라트비아 바로 밑에 있는 리투아니아의 수도인 빌리우스(=빌뉴스)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모스크바에서 빌리우스로 바로 넘어가는게 일정상으로 훨씬 편하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지도를 확대해서 잘 보면 러시아와 리투아니아는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지 않다.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사이에는 벨로루시라는 나라가 버티고 있다. 바로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벨로루시라는 나라는 예전에 백러시아로 알려져 있었던 나라다. 그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고 단순히 통과만 하기 위해서도 통과비자가 필요한 것이다. 비자없이 들어가다간 국경에서 입국을 거절당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벨로루시 밑에 있는 우크라이나(수도는 키에프)에서 리투아니아로 가려던 한국인들이 벨로루스 국경에서 입국을 거절당해 국제열차에서 강제 하차를 당해야했던 사람을 이번 여행에서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되면 돈은 돈대로 손해를 보고 여행 일정 자체가 다 망가져버린다.
라트비아행 기차표를 구한 우리는 어려운 숙제 한가지를 해치운 듯한 느낌으로 역을 나서서 지하철 역으로 돌아왔다. 속이 다 후련했다. 사진 중앙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연하늘색 건물이 리츠스카야 기차역이다.
이제 우리들은 러시아 안에서의 여행 일정을 편안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애시당초 원래의 여행 계획은 처음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서 모스크바를 거친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두만강 바로 위 블라디보스톡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런 뒤, 배를 타고 속초로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여행 멤버 확정 문제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예약문제 때문에 처음의 계획을 포기했던 것이다.
우리는 리츠스카야 지하철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붉은광장 부근의 기타이 고로드 역으로 향했다.
기타이 고로드역에 내려서 출구 선택을 잘해서 올라오니 붉은 광장과 가장 가까운 곳이 되었다. 너무 일이 잘 풀리는듯한 기분이다.
어제 오후에 걸었던 도로를 따라 잠시 걸었더니 성 바실리 대성당이 나타났다.
러시아 정교회 사제들일까? 세사람의 사제가 성 바실리 대성당 밑을 걸어가고 있었다.
붉은 광장이 저만큼 앞에 보인다. 그런데.....
저 하얀 거대한 풍선같은 구조물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오늘도 어김없이 레드 스퀘어(붉은 광장)에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명물로 통하는 빨간색 이층 버스가 붉은 광장 한편에 머물러 있었다.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을 통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소련)을 건국한 레닌의 묘가 크렘린 궁전의 붉은 담벼락 앞에 자리잡았다.
어수선한 광장 분위기 때문에 지접 가까이 가서 살펴보는 것 보다는 멀리서 슬며시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리는 굼 종합백화점 앞을 지나쳤다.
어제 저녁에 이미 와서 본 곳이므로 세밀히 살필 필요가 없었다.
러시아연방공화국의 수도답게 모스크바는 상당히 활기차 보였다.
어제 보았던 부스들도 그냥 지나쳤다.
카잔 대성당도 떨어져서 보니 훨씬 더 아름답다.
카잔성당과 굼백화점 사이의 통로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역사박물관의 위용도 대단하다.
우리는 부활의 문을 향해 다가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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