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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묘지의 자작나무

by 깜쌤 2017. 4. 15.

 

눈에 익은 자전거도로가 나타났다. 지상보다 훨씬 낮은 곳을 파서 만든 도로인지라 더 인상적이다.

 

 

한 십여분 정도 걸었더니 도무스 아카데미쿠스 호스텔이 나타났다. 이 호스텔은 아마 알도 대학의 기숙사일 것이다.

 

 

며칠전에 헬싱키를 떠날 때 미리 예약을 해두었던터라 체크인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는 수퍼에서 사온 빵 몇개와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육포 몇조각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참치와 계란, 샐러드도 조금 곁들였다.

 

 

내일은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세인트 피터스버그)로 넘어갈 생각이다. 그러니 호텔 예약을 해두어야했다. 예약하지않고 현지에 가서 구해도 되겠지만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지라 방을 못구하면 어쩌나싶어 은근히 불안해졌다.

 

 

호텔방에서 앱을 통해 시도해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머리도 아파오고 짜증이 마구 치솟아오르기에 바람을 쐬러 혼자서 밖으로 나갔다.

 

 

호스텔에서 조금만 나가면 큰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를 건너가면 발트해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일단 도로를 향해 걸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서있기만 해도 지나가던 차가 멈추어준다. 인간이 인간답게 대접받고 산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 아니던가?

 

 

자동차 중심문화가 아닌 사람중심의 교통문화가 보편화된 나라들은 유럽과 미주대륙 일부, 그리고 일본 정도가 아닐까 싶다.

 

 

나는 도로를 건너 묘지공원으로 갔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유럽의 묘지들은 잘 가꾸어진 공원이나 마찬가지다.

 

 

묘지라는 낱말을 두고 뭔가 음침하고 어두운 구석이 있는 곳이라고만 여기면 곤란하다. 유럽 일부 국가들의 묘지는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사는 공원이었다. 

 

 

사람들은 묘지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산책을 다녔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어야할 몸이다.

 

 

우리는 죽어서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언제 죽느냐하는 것을 정확하게 모르는 사망 불확정 시간을 소지한채 살아가는 인간인 이상 그 어느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비석에 새겨진 문장이 영어로 된것이라면 읽어볼 시도라도 하겠지만 핀란드어는 나에게 외계어나 마찬가지여서 처음부터 도전해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여기에서도 비석의 크기와 차지하고 누운 공간 크기의 차이가 존재했다.

 

 

망자가 차지하고 누운 공간의 크기는 배제하고 적어도 분위기만큼은 이런 모습이 진정한 공원묘원이 아닐까싶다.

 

 

묘지공원에도 자작나무가 많이 보였다.

 

 

참으로 세밀하게 관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담장너머로 바다가 나타났다.

 

 

나는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아야했다.

 

 

어떤 젊은이가 바닷가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나도 출구를 찾아 바닷가로 나갔다. 모두들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뛰고 있었다.

 

 

하나같이 건강한 모습이었다.

 

 

어떤 이들은 낚시를 즐기기도 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데 왜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만 가득한지 모르겠다.

 

 

어떻게하면 자기나라에 태어난 국민들이 인간답게 잘 살수 있는가를 고민하기에도 바쁠텐데 죽이고 제거하고 내칠 생각만 하고 사는지......

 

 

핀란드에서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새댁도 달리기를 즐기던데.....

 

 

돌아갈 시간이다.

 

 

나는 다시 묘지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검박하게 여겨질 정도로 자그마한 묘지도 있었다.

 

 

화단에 물을 주는 급수시설인가보다.

 

 

묘지는 천박하지도 않았고 돈치레했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았다. 

 

 

 경건하되 깔끔함이 묻어있다는 느낌만 가득했다.

 

 

어떤 조형물들은 예술품 그 자체였다.

 

 

나는 영화 <제3의 사나이>의 엔딩 신을 떠올렸다.

 

 

다시 일상사가 춤추는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트롤리 버스가 지나갔다.

 

 

시민들은 자전거를 타며 여름 한철을 즐기는 것 같았다. 

 

 

어딜가나 장애우들을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겨울에는 어떤 식으로 변할까?

 

 

건물이나 가게 상표도 참으로 단순했다. 그러나 간결미가 넘쳤다.

 

 

주유소 지붕에도 디자인 감각이 살아있다.

 

 

창문 모양은 또 어떻고?

 

 

나는 호스텔 실내로 들어섰다.

 

 

저녁은 모처럼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호스텔이니만큼 있을 건 다있다.

 

 

화재진압용 담요일까?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호텔 검색에 들어갔다. 가까스로 예약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호텔 예약과정에서 이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 턱이 없었다. 사단은 결국 귀국후에 터졌다.

 

 

정보사회의 문제점은 무서울 정도였다. 편리함 속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