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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북유럽,러시아-자작나무 천국(完

예쁜 마을 포르보 1

by 깜쌤 2017. 2. 2.

 

2016년 8월 11일, 벌써 핀란드에 도착한지 4일째가 되었다. 오늘은 헬싱키 인근의 예쁜 마을 포르보에 가보기로 했다. 아침은 지하 레스토랑에 가서 해결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빵과 치즈같은 것으로 골라 먹었다.

 

 

어제는 눈이 많이 충혈되어 있었는데 인공눈물을 넣고 잤더니 많이 좋아졌다. 사실 출발 한달전에 왼쪽 눈 수술을 했었다. 큰 수술은 아니고 섬유혈관조직이 눈 안쪽으로 파고드는 현상이 있어서 자주 눈이 충혈되었는데 그 살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던 것이다. 전문적인 용어를 가지고 인용하자면 익상편 수술을 했다는 말이다.

 

 

버스터미널이 있는 캄피(Kamppi)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캄피는 헬싱키 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잠시만 걸으면 되었다. 룸 키는 항상 카운터에 맡겨놓고 다녔다. 그게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했었는데 정말이지 북유럽은 자전거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 거치대 디자인이 어찌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버스 터미널이 있는 캄피 안에는 고급 매장들이 가득했다. 지하 1층에서 버스 티켓 부스를 찾아서 표를 샀다.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는데 간식거리를 파는 아가씨에게 두번이나 묻고나서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표는 버스 안에서 운전기사에게 직접 사도 된다고 했지만 안전하게 하기 위해 판매부스에서 표를 샀다. 대형 고속버스여서 그런지 요금이 자그마치 18유로나 되었다. 올땐 시내버스 스타일의 버스를 탔는데 9유로밖에 하지 않았다. 시내버스는 운전기사가 직접 요금을 받고 표를 발매해주었다. 하지만 나중에 시외버스를 타보았을때도 운전기사가 직접 표를 발매하기도 했으니 무엇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9시 33분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37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헬싱키라는 도시가 워낙 환경친화적인 도시여서 그런지 중심가에서 조그만 벗어나도 자연냄새가 폴폴 났다.

 

 

동양인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다. 인물좋고 체격좋은 백인들만 가득 있으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속도로로만 달렸다. 도로 양쪽으로 거대한 평원과 숲이 끝없이 이어졌다.

 

 

버스를 따라오는 숲이 자작나무로 이루어진 숲이어서 분위기가 훌륭했다. 나는 백석의 시 <백화>를 떠 올렸다.

 

                백화(白樺)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山넘어는 평안도(平安道)땅도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의 시에 등장하는 백화가 바로 자작나무다. 줄기가 하얀 자작나무가 시커먼 침엽수림속에 박혀있을땐 그 모습이 단연코 압권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정말 원없이 자작나무숲을 보고 싶었다. 실컷,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자작나무와 무슨 깊은 원한이 있는게 아니다. 내 가슴속 깊이 자리잡은 정서 가운데 하나가 줄기하얀 자작나무가 주는 분위기다. 포르보가 어디쯤에 있는 도시인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지도를 하나 올려드린다. 바로 밑에 있는 지도를 보자.

 

 

 

지도를 클릭하면 제법 크게 뜰 것이다. 노란색으로 찍어둔 곳이 포르보다. 초록색 작은 점은 핀란드와 러시아, 에스토니아와 러시아 사이의 국경을 의미한다. 빨간색 점 3개는 이 부근의 대도시다. 나중에 우리들은 국제열차를 타고 헬싱키에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로 넘어가게 된다.

 

 

약 한시간 정도를 달려 포르보에 도착했다. 포르보 버스 터미널은 그런대로 정갈했다. 버스 앞에 서있는 백인들의 키와 비교하면 시외버스가 어느 정도의 크기를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낯선 지방으로 버스여행을 할 땐 반드시 종점까지 가본다. 그래야 터미널의 위치를 확인해둘 수 있기 때문이다. 터미널 위치를 확인해두면 돌아올 때나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엄청 편해진다.

 

 

포르보에서 출발하는 버스다. 빨간색 버스 옆면에는 반타라고 쓰여져 있는데 Vantaa 반타는 국제공항이 있는 마을이다. 헬싱키 외곽 반타 마을에 국제공항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면 이해하기 쉽다. 모음이 두개씩이나 연결된 것은 길게 발음하는 모양이다. 반타라고 쓰지만 읽을 때는 반타아 하는 식으로 소리를 낸다는 것이리라.

 

 

헬싱키 시내로 돌아갈 땐 승강장 1번이나 2번에서 타면 된단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번 팻말 앞에서 버스를 타면 헬싱키 시내로 가는 버스라는 말이다. 

 

 

우리가 타고 왔던 대형버스의 운전기사가 우리들에게 알려준 정보다. 그의 친절이 한없이 고마웠다.

 

 

이젠 시내구경에 나설 차례다. 잠시 아래 지도를 다시 한번 더 살펴보기로 하자.

 

 

 

초록색 점으로 둘러쳐진 부분이 포르보 구시가지다. 우리는 구시가지를 둘러보려는 것이다. 오른쪽 아래쪽에 있는 빨간색 점이 터미널의 위치이고 위에 있는 점은 여행자 안내센터의 위치를 나타낸다. 유럽에서 여행자 안내센터는 거의 예외없이 소문자 i 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잘 이용해도 여행에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어떤 가게 앞에서 옛날 타이프라이터를 발견했다.

 

 

구시가지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거리는 너무나 단정하고 깨끗했다.

 

 

헬싱키에서 포르보로 이어지는 큰 도로를 넘어서면 거기서부터 구시가지다. 아까부터 계속 포르보, 포르보했는데 DAUM 백과사전에서는 포르보를 이런 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헬싱키 북동쪽, 핀란드 만의 포르보뇨키 강 어귀에 있다. 주민의 대다수가 스웨덴어를 사용한다.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14세기초부터 교역의 중심지였고, 1346년 도시가 되었으며, 1723년부터는 주교관구였다. 1809년 핀란드 의회는 포르보에서 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1세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러시아의 일개 대공국으로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포르보는 전쟁과 화재, 번성한 도시 헬싱키와 가깝다는 점 때문에 발전에 제약을 받았다. 문화 중심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핀란드의 국민시인 J. L. 루네베리와 조각가 W. 루네베리의 고향이다. 중세에 화강암으로 지은 대성당(1414~18)에는 핀란드가 알렉산드르 1세에게 충성을 약속한 것을 기념하는 청동 기념물이 있다. 시청은 1764년에 세워졌다. 제재소·조선소·목재소·도자기 공장 등이 있으며, 핀란드에서 가장 큰 출판사가 있다. 

 

 

 

구시가지로 들어서자 아름답다는 느낌부터 밀려왔다.

 

 

 방금 내가 건너온 횡단보도 위치를 확인해보고자 뒤로 돌아섰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빌딩 벽면에 붙은 그림과 글씨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게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비밀은 나중에 다른 글에서 밝혀드리겠다.

 

 

마을 안내도를 살펴보고나니 마을이 구성된 모습을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포르보 강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이루어진 마을이었지만 핵심은 강오른쪽, 그러니까 동안(東岸)에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구시가지 거리는 박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거리를 우리가 독차지한 느낌이 들었다.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찾아야했다. 자전거 거치대 모습이 참으로 다양했다.

 

 

인포메이션 센터는 헬싱키로 이어지는 다리 부근에 자리잡고 있기에 거기부터 찾아나서기로 했다.

 

 

찾아가는 길은 너무 쉬웠다.

 

 

다리 아래 교각이 있는 근처에 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마을 지도를 구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는 자전거대여업도 겸하고 있는듯 했다.

 

 

마을 지도를 구하고 난 뒤 나는 포르보강가로 나갔다.

 

 

강건너편에 예쁜 주택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강변에 작은 요트들이 정박해있었다. 사실 여기에서는 발트해가 그리 멀지 않다.

 

 

한쪽에는 제법 규모가 큰 옛날 배가 한척 묶여있었다.

 

 

건너편엔 현대식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해있었다.

 

 

생김새로 보아서는 범선이지만 용도는 분명히 레스토랑이다.

 

 

맥주집을 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입문으로 쓰는 나무 발판에 가로대가 걸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문을 열지않은듯 하다.

 

 

포르보강과 인포메이션 센터!

 

 

나는 대강의 분위기를 살핀뒤 다시 구시가지로 향했다.

 

 

하늘이 한없이 파랬다.

 

 

푸르디푸른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우리들은 어쩌다가 이 푸른 하늘조차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산업화도 좋고 선진국도 좋지만 나는 괜히 서글퍼졌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