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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2 My Way

사랑하는 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오다

by 깜쌤 2016. 9. 17.

 

8월 6일 오전에 시외버스 터미널에 갔다가 한국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 백인 커플을 만났습니다. 7일 심야에는 공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었기에 공항버스표를 사러 경주시외버스 터미널에 갔었던 것이죠. 

 

"어디를 가려고 그러십니까?"

"아, 예! 남산을 가려고 합니다."

 

터미널에서 경주남산을 가려면 내남과 봉계쪽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면 쉽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작은 지도 한장만 들고 있었습니다. 한여름 땡볕에 준비없이 그냥 남산으로 간다는 것은 엄청 괴로운 일이 될 것이라는 것쯤은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만약 당신들이 나를 믿을 수 있다면 제가 남산까지 동행해드리겠습니다."

"왜요(Why)?"

"나도 내일 밤에는 출국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야합니다. 북유럽 배낭여행을 위해서죠. 그러니 당신들의 입장과 처지를 잘 이해하기에 그냥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트럭을 가지고 있는 분께 연락을 드렸더니 마침 터미널 부근에서 일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들을 차로 모시고 남산 삼릉골까지 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온 분들이었습니다. 이번 여름 나의 여행 목적지 가운데 모스크바가 들어있었기에 참으로 신기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이죠. 내가 러시아의 세인트 피터스버그(=상트 페테르부르)에 도착할 때쯤 이 러시아 커플도 모스크바에 돌아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남산 핵심을 살펴보고 하산을 했습니다. 세 시간 이상을 걸었습니다. 그날따라 정말 더웠습니다. 그들은 내 여행 일정을 알고나서는 모스크바에 오게 되면 반드시 연락해달라며 이메일 주소를 남기고 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러시아에 가서 먼저 연락하고 만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찾아온 외국인에 대한 베풀음과 친절은 그냥 순수하게 베푸는 것으로 끝나는게 옳은 것이죠.

 

그분들이 묵는 게스트하우스까지 다른 차를 태워서 모셔드렸더니 정중하게 저녁식사에 초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나그네가 한국인을 대접하겠다는 뜻은 좋으나 그런 것은 한국 고유의 전통 예절에 어긋난다는 핑계를 대고 다시 거절했습니다.

 

 

귀국해서 확인해보니 그들은 내가 모스크바에 도착할 즈음에 나에게 이메일을 보냈었고 휴대전화번호까지 남겨두었더군요. 이틀전에 이분들로부터 다시 이메일 연락이 왔습니다. 진정으로 고마워하는 깊은 진정성이 느껴졌기에 방금 이 메일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 사진들을 첨부해서 말이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추억으로라도 간직할까 싶어서 포스팅 해봅니다.

 

"세르게이 그리고 아나스타샤! 감사합니다. 한국에 다시 오면 꼭 연락주세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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