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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장밋빛 로즈밸리를 걷다 2

by 깜쌤 2016. 7. 1.

 

구름이 지나가며 카파도키아의 괴상한 지형위에 그림자를 던져놓자 멋진 색깔 대비가 드러났다.

 

 

발밑을 보았더니 개미가 집을 수리하고 있었다.

 

 

녀석들이 물어낸 자잘한 알갱이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신의 입장에서는 우리 인간들이 카파도키아의 봉우리에 만들어놓은 예배당과 삶의 거처들이 개미집처럼 여겨지리라. 

 

 

교회가 들어있다고 생각되는 봉우리가 보였다.

 

 

우리와 같은 느낌을 가진 나그네가 여기에 앉아 맥주 한병으로 피로를 달랬을지도 모르겠다. 마셨으면 쓰레기는 가져가야지 왜 남겨두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아, 인간아! 왜 사니?"

 

 

맥주병 남겨둔 사람에게 드리는 의문문 하나를 던져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젠 골짜기로 내려가야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 언덕배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자꾸 망설였다.

 

 

종일 걸었더니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리라.

 

 

일단 내려가면 쉼없이 걸어야하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내려가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였다.

 

 

우리는 로프를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길이 매끄랍기에 넘어지면 어딜 다쳐도 다치게 된다.

 

 

 

봉우리 꼭대기에 창문처럼 만들어진 것은 비둘기 집일 것이다.

 

 

경치 구경하려다가 사람다치면 모양새가 우습게 된다.

 

 

 봉우리 아래쪽으로 길이 나있었다.

 

 

반은 터널인데 거대한 나무 밑둥치가 봉우리 한쪽을 떠받치고 있었다.

 

 

버드나무 같다.

 

 

길은 골짜기 속으로 묘하게 이어져 있었다.

 

 

방금 우리가 올려다보았던 봉우리가 터널 천장 구멍 속으로 다시보였다.

 

 

이런 식이니 위에서 아무리 목표지점을 정해두고 내려와도 골짜기 안에 들어오면 찾아나서기가 힘들어진다.

 

 

굴 안으로만 들어가면 한없이 시원해졌다.

 

 

굴 바깥에는 어떤 풍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사실 바깥 풍경이야 위에서 다 살피고 내려오지 않았던가?

 

 

이 부근에도 교회 하나가 숨어있어야한다. 아이발르 교회다.

 

 

나는 표지판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한 후 샛길로 나갔다.

 

 

골짜기를 벗어나서 살짝 위로 올라가자 교회가 있는 봉우리가 나타났다.

 

 

카파도키아는 이런 식이다.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해서 세밀하게 찾아나서면 수없이 많은 유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냥 단순하게 걷기만 하면 멋진 풍광을 다 놓쳐버린다.

 

 

패키지 여행을 하면 유적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은 하나도 맛보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는게 최고다. 아까 언덕배기 위에서 교회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찍었던 그 봉우리가 맞다.

 

 

나는 가까이 다가갔다.

 

 

교회가 들어있는 곳은 어설픈 문짝으로 막아두고 자물쇠를 채워두었다.

 

 

교회입구 옆 구멍에는 최근에 불을 피운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 황당함을 어찌 표현할 수 있으랴싶다.

 

 

괸리인은 어디로 가야만 만날 수 있을까? 내부를 보고자했던 희망은 덧없는 개꿈이 되고 말았다.

 

 

또 다른 입구도 잠겨있었다. 아이발르 킬리세!

 

 

입구 위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를 잠시 살펴보았다. 입구를 막아둔 것은 좋은데 시멘트로 떡칠을 해놓은 것은 또 뭐람? 유적과 유물의 소중함을 모르는 인간들의 막무가내식 처사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터키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이 나라에 대해 깊은 환멸을 느낀다.

 

 

우리 한국인들은 '형제의 나라'라는 수식어에 현혹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색채감있는 인물상이 나그네의 아린 마음을 위로해주는듯 했다.

 

 

봉우리 위쪽으로 비밀통로가 숨어있는듯 했다.

 

 

나는 주변 풍광을 조금 더 살피다가 돌아섰다. 마음이 아파왔다.

 

 

창문처럼 만든 비둘기집 입구공간에 회를 칠하고 그림을 그려놓은듯 하다.

 

 

마음먹고 찬찬히 살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카파도키아에 거주하면서 동굴 교회 연구에 나서볼까?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이 젊었던 날을 허투루 보내면서 인생을 낭비했다는 사실이다.

 

 

자기학대와 자기연민과 술에 절어 살면서 내가 가진 적성과 재능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정말 소중하고 귀하기만 했던 날들을 함부로 마구 흘러보내버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나는 쓸쓸히 돌아섰다.

 

 

하늘은 저리도 파란데 마음은 한없이 무거운 날이었다.

 

 

우리는 원래 걸었던 골짜기로 내려와서 걸었다.

 

 

곳곳에 유적들이 즐비하다.

 

 

그렇게 걸어내려오다가 또 다른 유적을 만나게 된다.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길이 휘어지는 곳에 교회라고 생각되는 굴이 나타났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느낌이 달랐다.

 

 

 나는 몇걸음 뒤로 물러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동굴 안에 조각흔적이 보이는듯 했다.

 

 

느낌이 맞았다. 거기도 교회터였던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허허로워졌다.

 

 

그런 느낌이 들자 서글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