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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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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계림 시내를 걸었다

by 깜쌤 2016. 6. 25.

 

2016년 1월 17일 일요일이다. 어제 잘 때 입구에 커튼을 치고 침대에는 침낭을 펴고 잤었다. 그랬더니 실내가 훈훈해서 한결 나았다. 마루바닥이 나무여서 걸을때 한번씩 삐걱거리기도 했지만 80원짜리 방이니 그정도는 감수해야했다. 1인당 40원이면 우리돈으로 쳐서 7200원 정도로 하루밤을 보낸 것이다. 

 

 

둘이서 조용히 예배를 드린후 체크아웃을 하고, 보증금(=야진) 40원을 받아들고는 객잔을 나섰다. 우리말을 잘했던 순작옥양에게 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고 이별을 했다. 배낭을 메고는 양삭가차북참(=양삭 북부 버스 터미널)을 향해 걸었다. 

 

 

15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그러니 내 성질에는 항상 걷는다. 내가 가진 삶의 기준으로 볼 때 그 정도 거리는 걸어다니는게 옳은 일이다.

 

 

계림으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9시 55분 발이다.

 

 

대형버스였다.

 

 

정확한 시간에 출발하더니 백사진 마을을 지난 뒤에는 좌회전을 해서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백사진 마을은 양삭에서 그리 멀지 않을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우룡하 상류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가면 멋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위치를 알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다. 전자제품 가게에서 개업행사를 하는가보다.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었다.

 

 

곳곳에 공사중이었다. 이는 한창 개발중이라는 말이다. 중국은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었다. 

 

 

개발이 꼭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무분별하게 해버리면 언젠가는 그 댓가를 치르게 되어있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가 탄 버스는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올땐 이 길로 오지 않았다.

 

 

 계림행 버스는 쾌적했다. 사람들도 조용했고.....

 

 

온 산을 비닐로 덮어놓은듯 하다. 오렌지나무와 열매가 냉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위해서인가보다.

 

 

수확하고 난 뒤 나중에 저 엄청난 양의 비닐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다.

 

 

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무식하면 용감해지기 때문이다. 

 

 

버스는 꾸준히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하도 많이 보아버려서 약간은 식상해진 경치 사이를 뜷고 버스가 달린다.

 

 

풍광이 워낙 아름다우니 그래도 매력은 가득했다.

 

 

이 정도면 지상낙원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무엇을 보았길래 눈까지 휘둥그레졌느냐고?

 

 

푸른 하늘과 햇살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너른 하늘 한켠에 나타난 파란 하늘이 왜그리 반가웠는지 모른다.

 

 

중국에 온지 열이틀만에 마침내 햇살을 만났다. 12일만에 파란 하늘을 본 것이다.

 

 

그렇게 감격에 겨워 몸을 떨고 있는데 버스는 어느덧 계림시내 인근까지 와있었다.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가다가 서다가를 반복했다.

 

 

오토바이에 매달려가는 닭들이나 차안에 갇힌채 꼼짝 못하는 우리나 다를게 뭐가 있으랴?

 

 

차가 밀리기 시작한 지점에서부터 자그마치 40분동안이나 시달린끝에 계림시내 버스총참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배낭을 찾아서 메고 계림기차객운총참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행선지에 관한 정보를 알아두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용승이다. 버스 노선도를 보니 용승이라는 지명이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실수한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이제 호텔을 구해야한다. 이번에는 좋은 곳에 묵기로 마음먹었다.  양삭에서 돈을 절약하느라 이틀 동안이나 추위에 떨며 잤기 때문이다.

 

 

계림기차객운총참(=계림시외버스 터미널) 맞은편에 성시주점(City Inn)이 있었다. 카운터의 아가씨는 협정요금이라며 1박에 232원을 불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만 2천 224원인 셈이다. 올해 1월 당시의 환율이 우리돈 182원이 중국돈 1위안이었으니까 그런 계산이 나온 것이다.

 

 

내 기준으로는 비싼 요금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긴 이르다. 이틀을 머무르기로 하고 200원으로 깎았다.

 

 

1인당 만팔천원정도로 교섭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이 된다. 

 

 

트윈베드룸에다가.....

 

 

동료와 대화를 나누고 일기를 쓸 수 있는 작은 테이블.....

 

 

깔끔한 욕실과.....

 

 

쾌적한 실내온도.....

 

 

거기다가 아침식사가 포함된 가격이다.

 

 

 바로 이 호텔이다. 계림시내 버스터미널 맞은편이다. 걸어서 2분거리에 있다. 우리는  하는 일이 늘 잘되는 팀이기에 뭐든지 척척 쉽게 풀린다.

 

 

이젠 점심을 먹어야했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호텔 바로 옆집 음식점에 들어갔다.

 

 

마파두부 15원짜리와 부죽육편 25원짜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밥 한 사발! 그 정도만 하면 둘이서는 배터지게 먹는다. 일인당 4200원 정도들었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자세히 소개해두면 중국배낭여행 경비를 대강 짐작할 수 있지 싶다. 한자만 조금 알고 용기만 가지고 있다면 패키지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

 

 

고급호텔 구해두었고 푸짐하게 점심먹었으니 이젠 걸어서 배를 꺼트려야한다. 운동삼아 걷기로 했다.

 

 

성질 급한 젊은이들 같으면 버스타고 택시타겠다고 덤비겠지만 나이든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걷고, 걷다가 안되면 쉬고, 쉬다가 더 쉬고 싶으면 호텔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인생이 그런 것 같았다. 너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된다. 어떤 이는 나를 보고 해외여행도 다니는 주제에 팔자좋은 소리하고 앉았다고 비꼴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아직도 자동차없이 사는사람이다. 경주 시내에서 돌아다닐땐 철저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어지간하면 걸어다닌다. 자전거를 타고 멀리 나갔다가 점심을 먹어야할 처지가 되면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때우기도 한다. 

 

 

나는 철저히 절약하며 산다. 워낙 외출복이 없어서 안타까워진 아내가 제발 옷좀 사입으라고 부탁해도 예전에 입던 옷을 세탁해서 입고 다니며 구멍난 양말은 기워신는다. 

 

 

지나친 짠돌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 맞다. 나는 짠돌이며 절약가다. 하지만 돈을 반드시 써야할 자리에는 아낌없이 쓴다. 

 

 

이야기가 엉뚱하게 흘렀다. 일월쌍탑문화공원 옆을 지났다.

 

 

우리는 계림시내 중심도로를 걷는 중이다.

 

 

이름하여 중산남로, 중산중로다.

 

 

이 거리 부근에 계림의 핵심관광지대가 다 몰려있다.

 

 

칠성경구도 그리 멀지 않다. 거긴 내일 갈 생각이다.

 

 

오늘은 노인산에 올라가볼 생각이었다.

 

 

어떤 젊은이가 과일 구경을 하기에 나도 쳐다보았더니 잭 프룻(Jack Fruit)이었다. 속 열매의 모습은 두리안과 조금 닮았지만 맛은 완전히 다르다.

 

 

방금 점심을 먹었으니 사먹을 일이 없었다.

 

 

시내경치를 세밀하게 살펴본 사람이라면 왜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들이 양삭으로 몰려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 교회의 뾰족탑을 발견했다.

 

 

교회일까? 아니면 성당일까?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