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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젤베로 가자 2

by 깜쌤 2016. 5. 24.

 

젤베 계곡에는 최근까지도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최근이라 함은 1952년까지를 말한다. 약 60년전까지만해도 이 골짜기에 사람들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동굴들이 많고 봉우리 모양이 기괴해서 무너질 위험이 많았기에 사람들을 집단이주시켰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마을이 예니젤베(=새로운 젤베)다. 다른 말로 악테페! 젤베 계곡에서 그리 멀지 않다.

 

 

젤베 계곡은 3개의 골짜기로 이루어져있다.

 

 

그래서 번호를 붙여두었다. 1번 계곡, 2번 계곡, 3번 계곡으로 말이다.

 

 

내가 이 글에서 우리는 지금 몇번 계곡을 보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

 

 

입구는 하나다. 안으로 들어가면 골짜기가 세개로 갈라져있다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곳곳에 교회가 숨어있어서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대신 그만큼 힘이 든다.

 

 

처음 온 나그네 입장에서 어디에 어떤 교회가 숨어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아서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기에 안내판을 보고 적당히 돌아다니는게 제일 편하다.

 

 

나는 골짝에 만들어둔 길을 따라 다니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다가 굴이 나타나면 들어가기도 하고 통로 주변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살펴보기도 했다.

 

 

어떤 안내판에는 당시의 생활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기도 했다. 포도주를 만드는 모습이다.

 

 

와이너리였다면 이슬람인들의 유적은 아닐 것이다. 이슬람에서는 술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우리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기괴하다.

 

 

골짜기 저 멀리 아와노스 마을이 보였다. 젤베와 아와노스 사이에 예니젤베가 있다.

 

 

젤베 계곡은 9세기부터 13세기까지가 전성기였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짐작한다고 한다.

 

 

많은 수도승들이 이 안에서 비밀스런 생활을 유지해나갔다.

 

 

7세기경에 아라비아반도에서 이슬람교가 시작되었으니까 13세기경에는 여기까지 이슬람의 물결이 밀려들어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했을 것이다.

 

 

소수의 수도승들은 이런 험한 골짜기 안에 숨어살며 신앙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서 그 맥이 끊어진 것이리라. 

 

 

수도승들이 사라지고나자 이번에는 투르크 주민들이 밀려들어왔다.  

 

 

골짜기를 차지하고 살던 현지주민들은 1952년을 마지막으로 강제퇴거를 당했다.

 

 

붕괴의 위험을 인지했으리라. 줄을 쳐놓은 것을 보면 말이다.

 

 

인간들의 아귀 다툼을 아는지 모르는지 흰구름 몇점이 하늘에 동동 떠서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 카파도키아에서 크리스찬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다.

 

 

코란의 내용과 성경의 내용이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코란을 읽어보았으니 자신있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아예 코란을 한권 구해서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은 상당수 비슷할 수 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성경내용을 왜곡시켜 놓은 부분도 상당히 많다. 그러므로 둘 중 하나는 분명히 가짜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신만이 아시는 영역이다.

 

 

'서울 안가본 사람과 가본 사람이 다투면 안가본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 논할 때는 목청 큰자와 잘 우기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게 인간사다.

 

 

나는 속으로 온갖 생각을 다해가며, 쓴 웃음까지 지어가며 골짜기 속으로 이리저리 연결된 길을 걸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