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청암고진-중국돈 2원으로 되살린 대륙의 자존심

by 깜쌤 2016. 4. 18.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아침이다. 겨울여행이 여름여행보다 괴로운 것은 추위때문이다. 거기다가 비까지 내리면 더 괴롭다.

 

 

일단은 먹고 가야한다. 추위에 아침까지 굶고다니면 비참해진다. 우리는 어제 점심을 먹었던 곳에 가서 만두와 닭죽을 먹기로 했다.

 

 

이 정도로만 먹고 다녀도 아침식사로 거뜬하다.

 

 

여행에서는 속 편한게 최고다. 자칫 잘못해서 배탈이라도 나면 여행자 자신만 손해다. 중국인들은 아침을 가볍게 먹는 것 같았는데 사실 그렇게 해보니 정말 편하고 좋았다.

 

 

중국에서 포털 사이트 랭킹 1위를 자랑하는 바이두 지도를 통해 귀양부근의 명승지를 찾아보았더니 일순위는 검령산공원이었고 교외지역으로는 청암고진이었다. 고진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전통이 살아있는 옛날마을이라는 뜻이겠지 싶어 찾아나섰던 것이다.

 

 

청암고진을 가기 위해서는 일단 화계라는 마을로 가야만 했다. 화계라는 이름을 가진 변두리 마을까지 간 뒤에 버스를 갈아타야만 했던 것이다. 화계행 버스로는 203번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바이두 검색을 통해 알아두었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귀양 기차역 앞으로 걸어갔다.

 

 

길거리에서 노점을 하는 노인에게 한자로 써서 물어보았더니 203번 버스가 화계로 간다는 것이었다. 귀양역 앞에 시내버스 정류소가 있다. 목적지별로 출발하는 장소가 다 달랐다. 우리는 기어이 203번 버스 출발지를 찾아냈다.

 

 

화계로 가는 버스는 만원이었다. 중간쯤에서야 간신히 앉아갈 수 있었지만 한동안 고생을 했다. 화계까지는 거의 한시간 정도가 걸린듯 하다. 화계공원을 지나서 3537광참에서 내렸다. 내리고보니 커다란 도로가 지나는 길가였다. 약간은 황당했지만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도로 끝부분에 보니 갈색안내판에 청암고진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는게 보였다. 그렇다면 바르게 내린 것은 틀림없다. 이제 청암고진으로 가는 시내버스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미니버스가 한대 달려오는데 버스 앞면 유리창에 청암(靑岩)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손을 들어 세우고는 올라탔다.

 

 

우리나라의 다마스처럼 생긴 빵차 안은 만원이었다. 여행자들은 이런 차를 두고 빵차라고도 부르지만 중국인들은 포차(包車)라고 부른다. 3537광참(시내버스 정류장 이름이다)에서 청암고진 북문까지는 4원이었다. 두 사람 요금으로 10원짜리를 통에 넣었는데 2원을 내어주지 않길래 영어로 잔돈을 내어달라고 요구했다. 

 

 

영어로 말을 해두어야만 외국여행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차안에 탄 사람들은 우리가 외국여행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은근히 우리편을 들 수 있지만 중국인들의 행동특성상 절대로 대놓고 나서지는 않는다. 

 

결국 2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감동은 그 뒤에 따라왔다. 우리는 청암고진 서문을 지난 뒤 북문부근에서 내렸다.

 

 

2원을 포기하고 청암고진 북분을 향해 걷는데 키가 낮춤한 할머니가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2원을 내미는 것이었다. 사라져간 포차를 가리키면서 말이다. 옆에는 며느리거나 딸이라고 생각되는 새색시가 서있고 유치원에 다닐 것이라고 짐작되는 꼬마가 함께 있었다. 나는 그제사 상황을 파악했다.

 

 

내가 아무리 거절해도 할머니는 한사코 2원을 우리들에게 돌려주고자 했다. 나중에는 성질까지 부려가며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2원을 받아서 함께 있는 꼬마에게 돌려주었는데 그것조차도 거절했다. 나는 꼬마가 입고 있는 윗옷에 달린 후드에 돈을 넣어주었는데도 정색을 하며 받지 않으셨다. 

 

서로간에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나라 체면을 생각하는 이런 할머니도 계시는구나 싶었다. 그게 중국인의 자존심이고 긍지인가보다. 나는 귀주사람들을 다시 보았다. 이런 자긍심이 바탕에 깔려있기에 그들은 홍군을 해방자로 맞이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가 싶기도 했다.  

 

 

내가 호텔이나 민박집을 나설 때마다 깔끔하게 방을 정리해두고 나가는데는 할머니와 같은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청암고진 북문 앞에 너른 광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낮은 산 비탈을 따라 성벽이 감아오르고 있었다.

 

 

북문 앞 광장 주변에는 기와집들이 즐비했다.

 

 

세련된 가게들이 제법 많았다. 아침이어서 그런지 문을 연 가게들은 그리 많지않았지만........

 

 

중국이 언제부터 이런 식으로 세련되게 변화했던가 싶었다.

 

 

놀라운 일이다. 서구식 케이크집까지 등장했다. 청암고진은 귀양시내에서 3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시골동네나 마찬가지 아니던가?

 

 

나는 접대중심에 찾아가 보았다.

 

 

중심이라고 했으니 영어의 센터를 옮긴 말일 것이다.

 

 

속은 넓고 깨끗했다. 부근에 화장실이 있었다.  

 

 

입장권을 샀다. 성안 여러곳을 다 들어갈 수 있는 통표는 80원이었지만 단순히 구경만 하며 돌아다니는 표는 10원이기에 돈도 아낄 겸 10원짜리 표를 샀다.

 

 

판단은 관광객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중국 역사에 밝지못한 우리가 세세하게 다 들어가보는 것은 낭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북문을 향해 걸었다.

 

 

우뚝 솟은 성벽위의 누각이 위풍당당한 자세로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청암고진은 누가봐도 최근에 재개발했다는 느낌이 뚜렷하다.

 

 

해자가 있어야할 곳은 개울로 변해있었다.

 

 

개울 위로 다리가 걸려있었기에 계단을 올라야 했다.

 

 

북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선 나는 성루 위로 올라가보았다.

 

 

방금 내가 거쳐온 접대중심이 왼쪽 밑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성벽 위로 이어진 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루 속으로 들어가보았더니 다양한 옷가지들이 걸려있었다. 입고 사진을 찍되 돈을 내라는 말이겠다.

 

 

방금 내가 걸어들어온 북문 앞에 걸린 다리와 계단이 보였다.

 

 

성밖으로도 마을이 자리잡고 있었다. 북쪽으로 펼쳐진 산자락들의 형상이 범상치 않아보였다.

 

 

이제부터는 성벽길을 따라 걸으며 마을 안팎을 살펴볼 차례다.

 

 

배낭여행의 매력은 이런데 있다. 내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는 것! 나는 이런 매력 때문에 패키지 여행을 하지 못한다.

 

 

중국경제가 놀라운 모습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인들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륙전체의 모습을 바꾸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도 그랬다. 일본의 시골을 가보면 참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나는 마을 안에서 예배당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중국 여행에서 그리도 보기 어려운 십자가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두고 중국에도 종교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최근들어 십자가를 외부에 내건다는 것은 모험에 속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청암고진은 소수민족들의 결집체나 마찬가지인 동네다. 특별한 동네라는 말이다. 

 

 

성벽 위로 난 길을 따라 걸어서 조금 높은 곳에 오르자 청암고진 북문 부근의 성벽 안팎 모습이 확연하게 민낯을 드러냈다. 통일된 지붕색깔이 단정함을 더해주었다. 참으로 단정한 마을이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16 중국-대륙의 오지:중경,귀주,광서(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암고진에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  (0) 2016.04.22
청암고진 성벽길 걷기  (0) 2016.04.20
귀양가다 3  (0) 2016.04.14
귀양가다 2  (0) 2016.04.11
귀양가다   (0) 201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