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수도원을 찾아 걸었다. 그런데 이 산중에서 현대차를 만났다. 아반테 구형인것 같다. 해외로 수출할 땐 엘란트라라는 이름을 쓴다는데 그 엘란트라를 만난 것이다. 여행을 하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던데 나는 항상 그런 경험을 한다.
길은 산속으로 쭉 이어지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물이 흐르는 계곡이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다. 가끔씩 사람들 말소리가 들리곤 했다. 어떤 곳에서는 젊은이들 수십명이 보이는 집이 있기도 했다. 아마 수련회를 온 모양이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길래 한번 내려가보았다.
갈수기여서 그런지 계곡물이 그리 풍족하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간이 파빌리언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있었다. 우리들을 보더니 와서 같이 먹고 마시자고 했지만 우리가 거절했다. 부근에는 물이 나오는 수도가 있었다. 물을 미리 듬뿍 마셔두었다.
계곡에서 다시 큰길로 올라왔더니 길가에 안내판이 보였다. 영어로 된 부분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 부근은 딜리잔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멋진 트래킹코스가 딜리잔 마을로 이어진다고 했지만 시간을 계산해보니 조금 늦어질 것 같아서 혼자서만 빨리 읽어보고는 포기했다. 사실 말이지만 론리 플래닛에도 하이킹 코스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일행들에게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도로를 벗어나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따라 걸었다. 하늘이 파랬다.
길은 산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느낌상으로도 다 온것 같다.
길이 양갈래로 나있었다. 아까 밑에서 만났던 프랑스인 젊은이가 이야기하던 곳이었다. 여기에서 왼쪽으로 가야하는데 그가 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던터라 그만 오른쪽 길로 올라가고 말았다.
GPS상으로도 분명히 이 부근에 교회가 있어야하는데 찾을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부근에서 바베큐파티를 하던 현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아까 본 양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나타난다고 이야기해준다.
살짝 가파른 언덕을 오르느라고 모두들 힘들었던가 보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잠시 숨을 돌렸다가 먼저 일어난 나는 왼쪽 길로 슬며시 가보았다.
왼쪽 길로 가서 숲길을 조금만 더 걸어오르자 숲속에 뭐가 보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쇠 빔으로나마 보강을 해둔 교회 건물이 보였다. 현지인들이 죽타크방크라고 부르는 유적지가 이것인가 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단정한 느낌을 주는 돌로 된 건물이었다. 오랜 세월을 버티느라 너무 힘이 들었을까? 사방으로 돌아가며 철제 빔으로 보강을 해두었다.
나는 정문 쪽으로 가보았다. 설주 양쪽으로 새겨놓은 조각이 예쁘기만 했다.
정면 상단으로 철제 빔이 지나가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섰더니 정면에 제단이 보였다. 최근에 가져다둔 자그마한 성화가 전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돔을 이루었던 돌은 떨어져나간 모양이다. 파란 하늘빛이 안으로 그냥 떨어지고 있었다.
촛불을 피웠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죽타크방크는 두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하나는 성모교회라는 의미를 가진 아스트바차친교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르프 그리고리교회라고 한다.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산골 길에서 만난 안내판에 써진 내용을 새로 읽어보았더니 주크트라는 말은 '커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그러니 두개의 교회가 모여있는 것이 맞다는 말이다.
이 건물은 11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지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를 가지고 비교하자면 고려시대 초기의 건물이라는 이야기다.
바로 위에 또하나의 건물이 자리잡았다. 밑에서 그냥 볼 때는 안보였는데 아래쪽 교회를 한바퀴 돌자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 교회는 입구가 굉장히 작았다.
참으로 참한 교회였는데 말이다.
나무로 가려져 있어서 얼핏 보면 못찾을 수도 있겠다.
카치카르 몇개가 교회 벽면에 기대세워져 있었다. 조각들이 하나같이 섬세하다. 우리들은 교회부근 잔디밭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아까 물을 얻어둔 집 주소를 꺼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메모지를 분실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나중에 영어를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영어로 옮겨달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땀을 식힌 뒤 우리는 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갔다. 내리막이어서 걷기가 훨씬 편했다.
산골마을에는 풀벌레 소리들이 가득했다. 그렌데 이상하게도 매미소리는 적게 나는 것 같았다. 고원지대에는 매미가 잘 안생기는 것일까 ?
바나조르로 이어지는 메인 도로까지 내려왔더니 마슈르트카 한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딜리잔으로 내려간단다.
우리가 타자마자 버스는 곧 출발했다. 우리가 머물고있는 마그니트 비앤비 앞으로 거쳐가는 것이 확실하기에 두사람을 먼저 내리게 하고 나와 ㄱ사장은 통닭을 사기 위해 다운타운까지 가보기로 했다.
우리를 다운타운에 내려준 버스는 재빨리 꽁무니를 빼고 말았다. 낮에 여길 왔을때 통닭을 판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해두었다.
바로 이집이다.
간판에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해두었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주문을 했다. 장만하는데 한 심십여분이 걸린다고 해서 그동안 커피나 한잔 마실 생각으로 커피가게에 가보았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던 그런 가게는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자판기에서 빼낸 커피를 마셔야했다. 한잔에 100드람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가보았더니 다 만들어서 포장까지 해두었다. 6,000드람을 주었다. 우리나라 돈으로는 15,000원 정도다. 비앤비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 피자 두판을 더 샀다. 이만하면 저녁은 푸짐하리라 기대하면서.....
아침에 봐둔 뒷마당에 가서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통닭을 뜯어 먹기 위해 포장을 뜯었더니 놀랍게도 얇은 빵 라바시로 싸여져 있었다.
라바시를 벗겨내자 통닭 두마리가 곱게 들어있었다. 냄새가 좋았다. 그런데 말이다, 조금 뜯어서 먹어보니 너무 짜게 느껴졌다. 이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짜게 먹는것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너무 짜다. 라바시에 고기를 싸서 먹으니까 조금은 덜 짜게 느껴졌다.
어쨌거나간에 양이 너무 많아서 남자 네명이 다 먹지 못하고 30% 가량을 남겼다. 과일에다가 피자까지 함께 먹었으니 정말 배터지게 먹은 셈이다. 남은 것은 잘 보관해두었다가 내일 산에갈 때 가져가서 먹기로 했다.
밤에는 일부러 뒷마당에 나가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을 보기 위해서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눈이 시리도록 별을 찾아보았다. 마을 불빛이 적은데다가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온 하늘이 별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별을 보자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의 시골집 밤하늘이 생각나서 괜히 눈물이 났다. 딜리잔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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