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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아르메니아, 조지아, 터키(完

언덕위에 앉은 세바나방크

by 깜쌤 2015. 10. 3.

 

언덕 위에는 두개의 교회가 나란히 자리잡았다. 흰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달마시안처럼 보이는 교회가 아라켈로츠(Arakelots)교회다. 영어로 번역하자면 Apostles가 된다. 사도교회라는 말이겠지. 

 

 

나는 올라온 길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다보았다. 교회가 서있는 위치 하나는 절묘하다. 예전에는 여기가 섬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세반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금은 반도로 연결되어 버렸다. 

 

 

수위가 낮아지기 전에는 호수 크기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소비에트 연방(=소련)시절 세반호 언저리에는 해군도 주둔했었다고 한다. 

 

 

왼쪽이 아라카로츠교회에고 오른쪽은 수르프 아스트바차친교회다. 아스트바차친이라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 아니던가? 아스트바차친은 Holy Mother of God라는 의미니까 성모(聖母)교회쯤으로 번역할 수 있겠다. 아르메니아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교회들이 많았다.

 

 

호수의 길이가 80킬로미터 정도니까 한눈에 다 들어온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도교회는 문이 닫혀있었다. 오른쪽에 있는 성모교회는 문이 열려있어서 관광객들이 드나들고 있었고......

 

 

그런데 교회 몸체 색깔이 왜 저런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분홍빛나는 연갈색이 아니었다. 왜 저런 색이 된 것일까?

 

 

교회앞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도 했다. 평화로운 정경이다. 

 

 

성모교회와 사도교회가 있는 이곳의 모습은 반도처럼 생겼다. 반도 남쪽은 출입통제구역이라고 한다. 대통령의 여름별장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작가연합 건물도 이 부근에 있단다.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모두들 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남이 데리고 나온 개를 만져보며 즐거워하는 일가족의 얼굴 표정에서 나는 평화로움을 읽었다. 

 

 

하지만 이 평화가 그냥 찾아온 것은 아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는 영토를 둘러싼 전쟁이 있었다.  

 

 

전쟁의 명분은 영토다툼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민족과 종교가 깔려있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슬람국가고 아르메니아는 기독교 국가다. 어쩌면 이들이 누리는 평화는 잠시 동안의 소강상태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성모교회의 입구로 들어섰다.

 

 

항상 하는 습관대로 한번씩은 뒤를 돌아보며 경치를 살펴둔다.

 

 

예배당 입구에는 카치카르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성 메스로프 마쉬토츠가 환상을 보고난 후 여기에다 교회를 지었다고 하는데 이 지방을 다스리던 왕비 마리암이 경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그게 서기 874년의 일이다. 그 시기같으면 통일신라 말기에 해당한다. 물론 현재의 건물은 후대에 보수한 것이고....

 

 

예배당 안에는 성모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성화가 안치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씩 아르메니아 십이사도교회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온다. 구조와 장식이 조금씩 눈에 익어가는 모양이다.

 

 

좌우벽쪽으로는 촛불을 밝히는 곳이 있었다.

 

 

소박하나 정결하고 그러면서도 엄숙한 그 무엇이 예배당 안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그냥 그대로 돌아서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예배당 뒤로 난 길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확실히 세반호수는 아르메니아의 보배다. 이런 호수가 없었다면 내륙국가인 아르메니아 현지인들은 어디에서 바다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까?

 

 

바싹 마른 대지에는 연분홍색 꽃을 피운 야생화가 모진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음에는 5월이나 6월에 여행을 가야겠다. 지금까지는 직장에 얽매여 있었기에 여름이나 겨울에만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접할 수 있는 산하의 색깔이 거의 비슷하기만 했던 것이다. 

 

 

이 작은 반도에도 정말 다양한 생물군이 존재하는가보다.

 

 

나는 성모교회를 뒤에 남겨두고 반도 최정상부분으로 걸어갔다. 호수에는 쾌속보트가 떴다. 생김새와 움직임이 날렵하다.

 

 

정상부라고 해도 그냥 밋밋한 언덕이다. 언덕으로 오솔길이 외줄로 나있었다.

 

 

일행은 저만치 뒤처져서 따라오고 있었다.

 

 

꼭대기 부근에는 카치카르가 몇개 모여있었다. 그 뒤로 건물 흔적이 보였다. 교회흔적이지만 터만 남았다.

 

 

돌에 십자가를 비롯한 여러가지 문양을 새길 때는 어떤 기원이나 바램같이 있었으리라. 그게 무엇이었을까?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호수 사방으로 높은 산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긴 분지에 해당하리라. 분지 낮은 곳에 물이 고인 것이 세반호수다.

 

 

호수가에 인간들이 모여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물이 있으면 산물이 생기고 농사짓기에도 편할 뿐더러 풍치까지 좋아지니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언덕 최정상부 너머로는 더 갈 수가 없었다. 철망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에서 벨로루시에서 왔다는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구형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그들이 내민 카메라를 받아들었다. 필름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보는 것은 얼마나 오랜만의 일이었던가?

 

 

벨로루시는 한때 소련을 구성했던 나라 가운데 하나다. 백러시아로 부르기도 했는데 요즘은 벨로루시로 나라 이름이 통일되어가는 것 같다.

 

 

수도가 민스크였는데 러시아가 자랑했던 항공모함 이름으로도 꽤 유명했었다. 벨로루시 커플에게 그런 정도라도 슬쩍 아는 척이라도 해주었어야 하는데 그순간에는 그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이가 드니 머리에 장착된 두뇌컴퓨터 성능도 확실히 느려지는가 보다.

 

 

반도 정상부근에 서서 나는 북쪽 끝머리를 살폈다. 우리도 조금 뒤에는 저 산 어디엔가를 넘어가리라.

 

 

이런 식으로라도 세반 호수를 살폈으면 된 것이다.

 

 

우리도 돌아가야한다.

 

 

시간적으로는 운전기사와 어제 전화상으로 약속했던 대기시간 30분을 훌쩍 넘겨버렸다.  

 

 

나는 사도교회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택해 걸었다.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풍광을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물속에 잠겨있다가 이제는 육지와 연결된 부분은 숲으로 덮여있었고, 숲 한가운데로 도로가 나있었다.

 

 

고원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햇살이 따가웠다.

 

 

내려오다가 경남지역에서 왔다는 우리나라 단체여행객들을 만났다. 주로 교사들로 이루어진 팀같았다. 카프카즈(=코카서스) 삼국을 돌아다니는 여행팀이란다. 그녀들은 모두들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이젠 딜리잔으로 가야한다.

 

 

세반호수가로 나있는 깔끔한 도로를 달려 북으로 향했다. 도로 왼쪽으로는 기찻길이다.

 

 

산길로 들어서자 산천의 색깔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갈색으로 바싹 말랐던 대지에 초록이 조금씩 묻어오고 있었다.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푸르름이 주는 감동은 남다른 것이다.

 

 

사이클링을 즐기는 커플이 자동차 주위를 재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고개를 넘을 줄 알았는데 자동차는 터널 안으로 들어서는게 아닌가? 이 터널을 빠져나가면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날 것 같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