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소주 맛집과 간결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소주박물관

by 깜쌤 2015. 7. 8.

 

호텔을 드나들면서 부근에 있는 허름한 집에 매일 사람들이 몰려들어 무엇인가를 사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집 앞에는 항상 오토바이나 자전거들이 가득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기에 무엇때문에 그러는가하는 의문만 품었지 정작 들어가볼 생각은 못했던 것이죠. 작은 떡같은 것을 파는 것 같기에 별 생각없이 그냥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만복흥(萬福興)이라는 집이었는데 마침내 그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소주박물관졸정원을 보고 외곽으로 나가 호구를 살펴본 뒤 다시 시내로 들어와 소주성의 남쪽 끝에 있는 반문을 살펴보기로 했던터라 부근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작정했습니다. 요리사복장을 한 사람들이 밀가루 포대를 나르는 모습을 보고 음식점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던 것이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침 메뉴는 간단했습니다. 국수와 만둣국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국수는 종류가 제법 많더군요. 일단 돈을 내고 표를 샀습니다. 그런 뒤 음식을 내어주는 창구에 가서 표를 주고 기다리다가 음식을 받아오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국수를 주문했는데 우리는 만둣국을 시켰으니 적당히 눈치를 보고 있다가 받아올 수 있었습니다.

 

 

만두도 크고 실한데다가 맛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점은 음식값이 아주 싸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수 한그릇은 10원이 안되는 가격이었고 만둣국도 7원이었습니다. 우리돈으로 쳐도 1,300원 정도였으니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식당이라는 말 외에 어떻게 달리 설명할 수 있을까요?

 

 

빈 테이블이 없어서 우리는 현지인과 함께 섞여앉아 먹어야했습니다.

 

 

우리는 말끔하게 다 비웠습니다. 배를 채우고나서야 안팎을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벽면에는 온갖 단체에서 받은 인증서들이 가득했습니다.

 

 

음식점 역사에 관한 기록을 보니 청나라 말기인 1911년 2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라는 말이겠지요. 강음사람 송지방이 처음 시작했던가 봅니다.

 

 

만복흥은 거기 한군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내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점포가 여기저기 보이더군요. 표를 내고 기다리다가 음식을 받을 때 조리하는 주방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나게 큰 주방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일을 척척 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수나 만둣국만 파는게 아니고 떡같은 것도 함께 팔더군요.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치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했던 곳이 바로 떡파는 가게였던 것입니다.

 

 

호텔부근 음식점을 나온 우리는 백탑서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동쪽으로 걸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백탑서로를 따라 걷다가 임둔루 큰길을 만나게 되면 북쪽으로 꺾어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 식이었으니 굳이 차를 탈 필요도 없었습니다.  

 

 

백탑서로가 끝나면 그다음에는 백탑동로가 됩니다. 중국 도시에서는 길 이름만 잘 확인하고 다니면 목적지를 못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가로수로 심은 나무는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 모르겠습니다. 길거리가 그리 붐비지 않아서 걷기에 좋았습니다.

 

 

길가에 보이는 공중화장실도 깨끗했습니다.

 

 

버스정류장의 디자인도 단아해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버스정류장 뒤에 보이는 인민병원의 디자인이 간결해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백탑동로가 끝나는 곳 부근에 작은 운하가 나타났습니다. 곧 이어 큰길이 나타나기에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조금 걸었더니 부근 풍경이 조금씩 단아하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는 사람도 많이 모여있었고 버스정류장에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바이두지도를 불러내어 확인해보았더니 부근에 소주박물관이 있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소주까지 왔으니 박물관정도는 보고가야 할 것입니다. 오나라 문명의 발상지인 소주에서 박물관을 보아두지 않으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박물관 부근의 풍경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담장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흰색담장과 까만선이 만들어내는 간결미가 남다르지 않습니까?

 

 

바깥 분위기가 이런 곳은 처음 만나본듯 합니다. 그간 중국 동남부를 여러번 돌아다니면서 휘파건축물의 매력에 제법 빠져있었습니다만 그런 특징을 잘 살려 박물관 건축에까지 승화시킨 것은 무척 이례적이었다고 봅니다.

 

 

더 좋았던 것은 무료입장이었다는 것이죠. 정문을 통해 안에 보이는 건물의 단아함이 눈길을 확 잡아당겼습니다.

 

 

그냥 성큼 발을 내딛기가 아쉬워서 주변을 한번 더 살펴보았습니다. 절제미와 단아함이 드러나는 멋진 거리입니다. 

 

 

입장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휴대품 검사를 하게 되겠지요.

 

 

건물에서 이렇게 단아함을 느껴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단정하게 그은 듯한 선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직선미를 한껏 뽐내지만 거친 구석이 없는 그런 아름다움을 나는 느껴보았던 것입니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도대체 누구였던가요?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안내서를 통해 나는 이 건물의 설계자가 프랑스 빠리의 루부르박물관내 유리피라밋을 설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오밍 페이(Ieoh Ming Pei)! 중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진 건축가로 그의 집안이 소주에 멋진 정원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중국 휘주스타일의 특징을 잘 살린 멋진 건축물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적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내 눈에 아름답게 보인다고해서 남의 눈에도 아름답게 여겨질 것이라고 확신하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눈에 다 아름답게 여겨지는데 내 눈에만 더럽고 추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분명 나만의 취향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육각형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유리건물의 모습을 보고 차갑다고 느낄 수도 있고 간결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시실로 들어섰습니다.

 

 

제일 첫번째로 나의 시선을 잡아당긴 물건은 구리로 만든 동검이었습니다.

 

 

세발솥같은 물건들은 청동기시대의 귀한 유물입니다. 

 

 

흑과 백이라는 단조로운 색깔이 유리라는 재료를 만나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듯 합니다.

 

 

머리 모양으로봐서는 서쪽 출신의 여자가 아닐까요?

 

 

재미있는 토기들도 등장합니다.

 

 

가축을 기른 것이 언제적부터였을까요?

 

 

초기의 도기같습니다. 중국도기치고는 세련미가 덜한 것으로 보아 고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백옥으로 만든 요대(허리띠)같습니다.

 

 

지방박물관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크지도 않은 코를 더 다칠 것 같습니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박물관 속으로 물을 끌어넣은 것도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검들이 제법 많이 출토된 모양입니다. 하기사 진시황이 오왕의 무덤을 파헤친 것은 멋진 검에 대한 욕심때문이었다는 일화가 남아있는 것을 보면 오나라의 장인들이 만들어낸 무기류의 우수성을 잘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진열실 안에는 다양한 무기류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도끼 종류도 있고.....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전투상황이 묘사된 그림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창과 갈고리를 합친듯한 무기들도 보입니다.

 

 

지휘관이 입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갑주도 출토가 되었네요.

 

 

재미있는 무기들입니다.

 

 

이런 무기들은 제 관심분야여서 그런지 훨씬 이해하기가 편했습니다.

 

 

관람하는 것이 지겨워지면 한번씩은 전시실을 벗어나서 밖을 살폈습니다.

 

 

소주박물관은 내부의 아름다움도 대단합니다.

 

 

나는 이번 소주여행을 통해 야오밍 페이라는 인물이 추구하는 미를 조금 알게 된 셈이죠.

 

 

밖은 이미 봄인듯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마당에 대나무를 심어둔 작은 한옥에 살아보고 싶습니다.

 

 

다음 전시실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익살스런 모양의 도용을 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후대로 가면서 도기의 수준이 발달한다는 증거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정갈한 통로를 걸어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오나라에서 옥제품을 본다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상품의 옥은 오늘날의 중국 최서단인 신강성에서 주로 생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단옷이 남아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시실 탐방이 끝나자 기념품 판매장이 나왔습니다.

 

 

좀처럼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이지만 여기에서는 볼펜을 두자루 구했습니다.

 

 

이제 정원으로 나갈 차례입니다.

 

 

중국 제일의 물의 고향인 소주에 자리잡은 소주박물관에서 물을 주제로 한 정원을 만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처음에 들어오면서 본 정원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까는 유리를 통해서 보았던 것이고 이번에는 유리창밖에서 본모습을 보는 것이죠. 박물관을 다니다가 잔잔한 감동을 받은 것은 적어도 중국안에서는 소주박물관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