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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중국 4대정원 가운데 하나인 유원에 가보았습니다 - 2

by 깜쌤 2015. 6. 22.

 

배고픈 사람도 예술활동을 할까요? 결론적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하긴 한다는 것입니다. 단 예술활동이 일반화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인간은 부유해져야 여유가 생기고 여유로워야 예술에 눈을 돌리는 존재이기도합니다. 먹을 것이 없는 사회는 먹는 것 해결이 급선무여서 예술활동은 아무래도 빈약해지기 마련입니다.

 

 

황실이나 왕실이 아닌 일반인이 이런 정원을 만드려면 엄청난 부를 소유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소주는 예전부터 물산이 풍부하고 부유한 도시였습니다.

 

 

엄청난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 한두명 등장한다고 해서 이런 것이 만들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부유한 자들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저번 글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소주에는 소주4대정원 말고도 아름다운 정원들이 많습니다. 

 

 

고급정원은 소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항주에도 있고 소흥에도 있습니다. 절강성 안의 도시들을 잘 살펴보면 그런 정원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런 사실은 절강성과 강소성이 옛날부터 부유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단순히 부유하다고 해서 이런 것이 만들어질까요? 그 다음에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야하고 장인들이 존재해야합니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는 소주에 대해서 말하기를 "명주실의 생산량이 엄청나고 유복한 상인들이 많은 곳"이라고 했답니다. 따옴표속에 있는 문장은 진순신이 쓴 <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기행> 제3부 속에 등장합니다. 

 

 

그런 것을 보면 소주의 부유함은 예전부터 유명했습니다. 이런 정원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소주인들이 유약하고 섬세하며 여성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고장은 군인과 협객들이 많이 배출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사실은 소주가 겉보기와는 다른 고장이라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사실 나는 이런 정원들을 둘러보며 여기는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절강성, 복건성, 강소성, 안휘성, 산동성을 둘러보면서 나는 중국문화의 유구함과 수준높음과 상대적인 우위성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한번씩은 저력의 무서움도 느껴보았습니다.

 

 

나도 무조건적인 사대주의 근성을 가진 인간이 아닙니다. 아홉차례의 중국배낭여행을 통해서 중국문화와 대륙문명의 실체를 조금씩 느껴가기 시작한다고나 할까요? 그동안 중국에서 보낸 날들을 합쳐보았더니 반년 이상은 되는 것 같았습니다. 돌아다닌 거리는 상상하기에도 벅찰 정도로 엄청나더군요.  

 

 

나는 이번에 주로 강남지방을 여행했습니다. 양자강 남쪽의 부유했던 고장을 살펴본 셈이죠. 이번 여행에서는 호남문화와 휘주문화의 저력을 보고 듣고 살폈으며 느끼고 배웠습니다. 멋진 경험이었기에 다른 분들에게도 이쪽으로도 한번 다니면서 세밀하게 살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행은 아는 만큼 본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하고 어줍잖은 글을 쓰면서 나는 내 지식 수준의 가벼움과 얄팍함을 다시금 깊이깊이 깨달았습니다. 사실 그것은 어제 오늘에 느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유원 깊은 곳으로 출구로 돌아나가는 길입니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많이 기억하고 배우려고 찬찬히 살폈습니다.  

 

 

중국정원과 일본정원과 한국정원의 차이도 이젠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젊었을때 이런 여행을 하는 것이 가능했더라면 정말 내가 진정으로 하고싶었던 분야의 일을 했을 것이라는 후회를 해보았습니다.

 

 

중국인의 바닥장식은 로마인들의 모자이크와는 또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더군요. "동양과 서양의 바닥장식 모자이크의 비교연구" 같은 제목으로 논문을 쓰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제 관심분야는 역사학과 언어학같은 학문영역이었습니다만 무엇하나 번듯하게 해놓은 것도 없이

세월만 하염없이 흘러보냈습니다.

 

 

이제는 나도 예순을 넘긴 나이이기에 젊은이들처럼 좌충우돌하는 식의 재미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여행기를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젊음의 특권은 실수를 해도 용납이 된다는 것이지만 나이든 사람이 하는 실수는 미숙함과 어설픔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남보기에 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 몸에 배여들어 여행기자체가 재미없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주문화의 특징은 세련미와 원숙미와 격조미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결코 천박하지 않은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우아함과 고고함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봉선관이라는 공간에서 단아함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글 속에 푸념비슷한 것을 섞어 버렸네요.

 

 

유원의 특징 가운대 하나가 화창(花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창은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창을 의미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형태의 창이 등장함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그런 사실에 처음부터 너무 무지했기에 입구부터 자세히 살펴보지 못하고 나갈때쯤 뒤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던 것입니다.

 

 

바보가 따로 있던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바로 바보였던 것이죠.

 

 

유원 내부의 산책로 길이는 약 700미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함부로 쏘다녀보아도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닌듯 합니다.

 

 

입구풍경이 워낙 확실하기에 이 공간만 찾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겨울이지만 많은 이들이 입장하고 퇴장하기를 가듭하고 있었습니다.

 

 

유원을 보았으니 이제는 졸정원의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거기는 하루를 건너뛰고나서 볼 생각입니다. 오늘 본 유원의 풍광이 너무 인상적이었기에 일단 흥분을 가라앉힌뒤 새로운 감흥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어떤 이들은 유원이 커다란 네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서 설계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둘러보고 나서 느낀 소감은 과연 그렇다라는 것입니다. 공간에 따라 돌과 나무과 건물의 배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원에는 화창과 분재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유원의 유래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어설픈 내 지식수준으로는 정확하게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워낙 이 부분에 통달한 분들이 많으니 나까지 나서서 아는척하는 것은 활자공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출구쪽으로 거의 다 왔습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유원의 역사에 대해서 찬찬히 공부해두면 좋겠지만 유람객들이 흔히 하는 말로 '일정이 바빠서' 급하게 돌아나왔습니다.  

 

 

명승지나 유명관광지라면 항상 있는 곳이지만 출구에는 예외없이 기념품가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원의 기념품들은 그리 조잡하지 않았습니다. 소주는 예로부터 자수의 고장으로 명성을 떨쳐왔습니다. 자수품 정도는 하나 정도 챙기면 좋겠지만 배낭여행자의 짐은 갈수록 무거워지면 짐만 되므로 과감하게 그런 유혹을 잘라내기로 했습니다.  

 

 

중국인들의 부채사랑도 정말 유별난듯 합니다.

 

 

이제 저 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면 유원을 벗어나는 것이죠. 나는 문을 나선뒤 한참동안 멍해짐을 느꼈습니다. 나같은 시골뜨기 어설픈 멍청이가 멋진 정원을 보고 나서 느낀 신체반응은 멍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