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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굉촌(=宏村 홍춘)이 괜히 굉촌입니까? 1

by 깜쌤 2015. 6. 4.

 

1월 22일 목요일 아침입니다. 여행 17일째입니다. 오늘은 밤 8시 45분에 야간열차를 차고 소주로 이동해야합니다. 오늘 하루종일 걷고 밤새도록 야간열차를 타려면 몸이 꽤나 고단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호텔 주인에게 오후에 두시간 동안 방을 빌리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50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실 나는 30원 정도를 기대하고 물어본 것이지만 50원이라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밤에 70원을 주고 잤는데 고작 두시간 사용하는데에 50원이라면 너무 비싼 가격이길래 나는 두말없이 배낭을 메고 기차역으로 갔습니다. 기차역 안에 들어가서 큰배낭을 맡겨두고 작은 가방만 메고 길을 나섰던 것입니다. 배낭을 하루종일 맡기는데는 10원이었습니다. 우리돈으로 1,800원 가량입니다.      

 

 

우리는 황산 기차역앞에서 2원을 내고 9번 버스를 타고는 황산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 도착하니 8시 35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유명한 굉촌을 갈 생각입니다. 굉촌가는 길에는 서체마을도 같이 있습니다. 굉촌과 서체는 유네스코에서 시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길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가볼 생각이었습니다. 어디를 갈까 한없이 망설이다가 결국은 정보검색을 통해 굉촌으로 정했던 것입니다.

 

  

굉촌행 버스는 9시에 출발합니다. 우리는 표를 샀습니다. 요금은 17원 50전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침을 아직 먹지 못했다는 것인데 표를 사고나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 정도였습니다. 이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해서 아침을 먹어야했습니다.

 

 

우리는 버스터미널 부근에 있는 작은 음식점에 들어가서 만둣국을 주문했습니다. 7원짜리 만둣국을 정신없이 먹고 일어났습니다.

 

 

개찰을 하고는 버스에 올라갔습니다.

 

 

이 버스를 놓치면 다시 한시간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굉촌행 버스는 오전에 4번, 오후에 4번 있으므로 자주 있는 편이 아니길래 절대 놓쳐서는 안되었던 것이죠. 버스는 순식간에 만원이 되었습니다.

 

 

터미널에서 출발한 차는 서체를 거치고 나서는 이현에 들렀다가 굉촌에 가게 됩니다. 방금 제가 언급한 마을들을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여행사를 따라 올 경우 보통 사람들은 황산에 오면 시내를 간단히보고 곧바로 황산등반에 나섭니다. 그게 일정이 빡빡한 패키지여행의 한계이긴 하지만 산에만 오르고 주변 마을을 둘러보지 않는다면 황산여행의 재미는 반으로 줄어들고 맙니다. 

 

 

서체와 굉촌같은 마을을 둘 다 둘러보면 좋겠지만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여행자들은 곧 식상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들같은 배낭여행자라면 하나하나 찬찬히 둘러보는 재미를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버스는 한적한 도로를 달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면서 달립니다. 차창 오른쪽으로는 한번씩 황산자락이 슬며시 다가왔다가 사라져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체마을에 들렀습니다. 서체를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시디가 됩니다. CD는 아니고요.

 

 

시디버스정류장에 들렀던 버스는 계속 달려서 이현을 지났습니다. 이현은 작은 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큰 마을이었습니다. 잠시 아래지도를 보겠습니다.

 

 

 

지도에서 3번으로 표시된 곳이 황산시를 나타냅니다. 2번이 이현의 위치를 나타내며 1번이 굉촌이 있는 곳을 나타내고 있는것이죠. 이현 밑에 보면 서체라는 마을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도를 클릭하면 크게 나타나므로 위치를 확인해두는 것이 이 글을 이해하기에도 좋고 실제 여행을 할때도 엄청 편리할 것입니다.

 

 

황산시부근에는 유명한 작은 현급 마을들이 몇개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현, 흡현, 무원같은 곳입니다.

 

 

알다시피 무원이 지금은 강서성으로 편입되어있습니다만 한때는 휘주 소속이었습니다. 원래 이름이 둔계였던 황산시는 휘주의 중심지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이현을 지나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굉촌에 이르게 됩니다.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난 것 같습니다. 어디든지 저런 식으로 펼쳐놓고 판매하더군요.

 

 

굉촌마을 입구에는 커다란 주차장이 있습니다. 우리가 타고온 시외버스는 주차장에 도착하더군요. 출발지로부터 한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 서체까지는 한시간이 걸렸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황산시내로 돌아나가는 버스시각표를 먼저 확인해두어야만 했습니다. 나가는 버스는 오후 3시에도 있고 4시에도 있었습니다.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고 그 내용을 확인해두어야했습니다. 왜냐고요? 이제부터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표를 샀습니다. 정상적인 요금은 104원입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굉촌은 우리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그게 궁금해졌습니다.

 

 

굉촌! 그렇습니다. 여긴 굉촌입니다. 중국인들 발음으로는 홍춘정도가 될것 같습니다.

 

 

서기 2000년, 홍콩출신의 영화배우 주윤발, 말레이지아 출신의 양자경, 북경어를 구사하는 장자이, 대만 출신의 장진이 어울려 멋진 무협영화 한편을 구성해냈습니다. 그들은 연기를 한 것이고 영화를 만든 분은 대만출신 영화감독인 이안입니다.

 

 

뜬금없이 갑자기 영화이야기가 왜 나오느냐고요? 저는 지금 이안 감독이 만든 무협영화 <와호장룡>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중입니다. 주윤발은 무당파 최고수 검객인 이모백(어떤 이들은 이무백이라고 합니다만 한자로는 분명히 이모백으로 나옵니다)을 연기했고 양자경은 이모백이 은근히 마음을 두고 있는 죽은 친구의 약혼녀였던 양수련으로 나옵니다.

 

 

나는 방금 저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었습니다.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장자이(장쯔이)는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고관대작의 철없는 딸 옥교룡 역할을 맡았지요. <와호장룡>에서는 푸른 대나무숲에서의 환상적인 결투장면이 펼쳐집니다. 서기 2000년에 만든 영화였는데 미국인들이 이 영화에 엄청 열광했었습니다.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서 대성공을 거두어 돈도 엄청 벌었지요.

 

 

영화 <와호장룡>에 굉촌이 등장합니다. 믿어지지 않는다고요?

 

 

영화속에는 하얀 벽과 검은 지붕, 그리고 잔잔한 호수가 있는 마을이 분명히 등장합니다. 

 

 

나중에 그 장소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놀라운 것은 출입구를 지나 호수가 있는 둑길에 올라서면 눈앞에 펼쳐지는 놀라운 풍경에 우선 넋을 빼앗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을 전면에 펼쳐지는 너른 연못과 그 연못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휘파건물들......

 

 

마을 뒤로 펼쳐지는 낮은 야산과 멀리서 푸근히 감싸안은 듯한 형상으로 물러나 있는 제법 높은 산들의 어울림!

 

 

그런데 그 산이라는 것이 천하절경을 자랑하는 황산줄기라는 사실이 더더욱 관광객을 놀라게 만듭니다.

 

 

누가봐도 첫눈에 반하도록 만드는 놀라운 매력을 굉촌 마을이 안고 있었던 것이죠.

 

 

마을 하나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단순히 마을의 입지로만 본다면 안동의 하회마을이 굉촌보다는 몇수 위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주댐으로 인해 수몰되는 금광리마을도 입지조건상으로는 그런 멋진 마을가운데 하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는 기어이 물에 잠길 것 같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태연하게 벌어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기도 하지요.

 

 

마을 앞에 있는 호수 중간으로 멋진 다리가 있는 길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마을 앞에 있는 이 호수의 이름이 남호(南湖)입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통로가 호수를 이등분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합니다만 다리 밑으로 물이 서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누가봐도 멋진 마을 구성입니다. 마을 앞에 멋진 인공호수가 있는 것이죠. 마을 앞쪽으로 강물이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도록 배치한 마을은 경북 영주의 무섬마을인데요, 위치상으로 보면 무섬마을이 굉촌을 능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마을을 이루고 있는 건축물의 배치에서 무섬이 굉촌에 너무 밀린다는 것이겠지요. 

 

 

둑길은 돌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둑길이라고 해서 작은 시시한 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구글 위성 지도를 가공한 것입니다. 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되어 나타납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남호를 가만히 살펴보면 개울과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을 설계자들의 안목이 드러나는 부분이지요. 마을 한가운데 있는 반달모양의 호수가 월소입니다. 와호장룡에 지도 속의 사진이 배경으로 그대로 등장합니다. 주윤발과 장자이가 벌이는 대나무숲 결투장면 바로 앞에 나옵니다.

 

 

남호를 가로지른 돌길에 걸린 저 아치형 다리를 화교(畵橋)라고 부릅니다.

 

 

정말이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화교가 굉촌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둑길에 서보면 남쪽과 서쪽으로도 마을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굉촌을 둘러싼 마을의 풍경이 남호둑에서 보면 환하게 드러납니다.

 

 

하얀 벽을 가진 휘파건물들이 가득하므로 어느 계절에 가봐도 항상 단정하게 보일 것입니다.

 

 

둑길에서 본 마을의 동북쪽 모습입니다. 이렇게 정갈한 마을이 숨어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의 둑길을 걸어온 것입니다. 여름이라면 녹음이 짙어서 멋진 그늘길을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화교를 건너서 마을로 들어갑니다.

 

 

둑길 한쪽에는 작은 쉼터를 만들어두었더군요.

 

 

저 멀리 남쪽으로는 황산에서부터 뻗어내린 산자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나는 화교가 놓여져 있는 돌길로 들어섭니다.

 

 

둑길을 걷는 이들의 발걸음에서 푸근함이 넘쳐납니다.

 

 

남호 한쪽에는 유명한 남호서원이 있습니다.

 

 

남호 양쪽으로는 지난 여름에 피었다가 져버린 연밭의 흔적이 남아있더군요.

 

 

남호를 끼고 만들어진 마을 안길에 현지주민들이 모여  삶의 현장을 민낯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휘파건축물의 특징인 마두벽이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듯 합니다.

 

 

하얀색 벽을 배경으로 하여 해바라기를 즐기는 노인도 보입니다.  

 

 

여름에 방문한다면 연꽃이 활짝 피어있는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겨울입니다.

 

 

나는 방금 화교를 넘어온 것이죠.

 

 

화교를 넘은 뒤 마을을 향해 몇걸음을 떼자 하얀 벽을 가진 집들이 바로 앞으로 다가섭니다.

 

 

너무 정겨운 풍경입니다.

 

 

이런 마을이 남아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길 끝자락에는 교모하게 길을 내어 삶의 편리를 추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멋진 설계입니다. 호심루객잔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집은 명당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변을 앞에두고 마음 심()자를 붙인 글자는 '스며들다'라는 의미를 지닌 심()자입니다. 호심루객잔! 멋진 이름입니다.

 

 

마을에서 남호를 본 모습입니다.

 

 

나는 굉촌의 입구풍경에 반해 마을 안쪽으로 쉽게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마을 풍경 하나하나도 그냥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