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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5 중국-붉은기의 흔적:강소,호남(完)

효기로 가다가 용회탄마을에 들렀습니다

by 깜쌤 2015. 5. 26.

 

얼마쯤 걸어야 효기마을이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럴땐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무식하게 꾸준히 걸었습니다.

 

 

이런 깊은 산중에 아름다운 휘파 건물이 가득한 시골동네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입니다.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한적이 있습니다만 휘주의 남자들은 장사길에 나서서 집을 많이 비웠습니다. 그러길래 외적으로부터의 방어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그들은 높은 벽과 담장을 가진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산골짜기에서 깊은 물이 감돌아 흐르는 강을 만났습니다. 부근 어딘가에 댐이 만들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수량이 엄청 풍부했습니다.

 

 

겨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산에는 푸른 색깔을 자랑하는 대나무가 많았고 들에는 채소가 그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온 산천에 푸르름이 가득했습니다.

 

 

강가에 있는 저 짙은 녹색밭은 차밭일까요?

 

 

그림같다는 풍경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우리가 걷는 지방도로 위로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항주로 이어지는 모양입니다.

 

 

화물차 한대가 우리를 스쳐지나갔습니다.

 

 

강변을 낀 도로가에 자라는 억새의 키가 무지하게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길은 강가를 따라 산속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모퉁이를 돌았더니 하얀색으로 난간을 색칠한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고속도로와 지방도로를 동시에 안고 흐르는 강은 수심이 제법 깊은듯 했습니다.

 

 

강물이 휘돌아나간 곳에 하얀색 마을이 하나 숨어있었습니다. 

 

 

용회탄(龍廻坦)이라는 마을이었습니다.

 

 

내가 잘못 읽은 것이 아니라면 용회탄이 틀림없습니다. 강서성 무원현에 자리잡은 경관좋은 마을이라는 말이겠지요.

 

 

우리는 이 마을로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우리나라에서 이 마을에 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정비를 한듯합니다.

 

 

우리는 강을 따라 난 길을 걸어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밭에는 다양한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파리에 곱게 어린 무늬가 참 고운 채소입니다. 배추를 닮은듯하지만 배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쌉쌀한 맛이 나는 쌈채소도 보입니다.

 

 

강가에 이런 마을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마을 입구에는 사당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차나무들이 사당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무원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이 마을도 모두 나서서 마을가꾸기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노인내외가 일을 하다말고 허리를 펴고는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집에 가서 함께 음식을 먹자는 시늉을 했습니다만 거절해야했습니다. 거동하기가 쉽지않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불편을 드리기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휘파건물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작은 건물입니다.

 

 

마을 입구에는 쉬어갈 수 있는 작은 공원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쉼터 너머로 마을이 다소곳하게 숨어있었던 것이죠.

 

 

참 조용한 마을입니다. 나는 사당이라고 생각되는 건물 앞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마을과 집안의 안녕을 비는 글귀가 입구 양쪽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마을을 향해 걸어가봅니다.

 

 

나무 한그루 한그루마다 수종과 관리번호를 붙여두었습니다.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짙은 녹음이 여름에는 위력을 발휘할 것 같습니다.

 

 

여기 이 마을도 인간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한 삶의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첩첩산중마을이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을 뒤로 큰 길이 나고 마을 부근 어디엔가 댐이 만들어지면서 그나마 조금 형편이 펴졌을 것입니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강서성이지만 원래는 안휘성 휘주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중국 동부의 행정구역가운데 안휘성은 가난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산악지대가 많았기 때문이죠.  

 

 

이런 데서 살아남으려면 장사를 하는게 제일 빠른 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농사짓고 사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걸어오면서 살펴보았지만 첩첩산중이니 농토가 풍부할 리가 없습니다.

 

 

깊은 산중에 이런 마을이 존재하려면 어느 정도의 부는 갖추어야 합니다. 그런 부는 장사에서 창출되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새로 짓는 사층짜리 건물이 한채 보였습니다. 이런 시골에 사층짜리 건물이라니......

 

 

마을 안길은 아주 깔끔했습니다.

 

 

강변쪽으로는 대나무를 심어두었습니다. 대나무뿌리의 치밀성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 홍수가 나도 사나운 물살로부터 마을을 지켜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나무 줄기사이로 강물이 보였습니다.

 

 

강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 골목 한쪽으로 다시 작은 골목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복을 부르는 글귀가 문에 붙어있습니다.

 

 

마을 안에는 제법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는데 주로 어린아이들과 여자들이었습니다.

 

 

하얀벽에 써놓은 글귀들도 한결같이 달필입니다. 간자보다는 번자가 더 많은듯 합니다.

 

 

휘파건물들의 특징인 높은 벽이 이 동네 골목에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대나무를 엮어서 간이 울타리를 만든 솜씨가 보통이 아니란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장작을 패서 가지런하게 쟁여두었습니다. 시골살이를 해보면 저렇게만 해두어도 배가 부른듯한 느낌이 듭니다. 

 

 

다큰 처자가 밥그릇을 들고 골목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저런 행동은 조금도 흉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집이든 기둥양쪽으로는 주련이 붙어있었습니다.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으로 글씨를 직접 써서 붙이기도 하고 그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가지고 와서 붙여두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아기도 아장아장 걸어가며 골목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닭들도 심심한지 그런 대열에 함께 동참했습니다.

 

 

골목에서 나는 흥미로운 표를 발견했습니다. 마을 게시판으로 쓰는 담벼락입니다.

 

 

마을 청결활동에 나온 사람들을 월별로 표시해둔 것 같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용회탄 마을은 강만진 효기촌 소속으로 되어있는가 봅니다.  

 

 

우리도 새마을 운동이 한창일때 저런 식으로 공동활동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잘살아보자고 노력하는 것은 멋진 일 아니겠습니까? 나는 이 험한 산골짜기에서 중국인들의 의식변화 바람을 느껴보았습니다.

 

 

거의 모든 집의 대문은 닫혀있었습니다. 입구가 약간 누추하긴했지만 모두들 깨끗하게 해두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나는 천천히 걸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다가 골목 저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사건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어떤 아주머니가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전통적인 방법으로 돼지고기를 훈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화로에다가 등겨나 왕겨를 넣고 불을 피운뒤 그 위에 돼지고기 덩어리를 올립니다.

 

 

그런 뒤 포대기로 덮어두더군요. 며느리가 기초적인 준비를 하고나자 시어머니라고 생각되는 할머니가 마지막 손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정집에서 고기 훈제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인 손질을 한 것은 통풍이 잘되는 벽에 걸어서 말리는 것 같습니다. 훈제품을 만드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노릇노릇하게 잘 익어가는 중입니다.

 

 

저렇게 장만한 돼지고기는 어떤 맛이 나는지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이 마을에도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할머니의 음식솜씨가 위력을 발휘하는 날이 다가오겠지요.

 

 

이웃 강만효기에도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서 돈을 쓰고 가는데 용회탄마을이라고 예외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마을은 풍부한 물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해봄직도 합니다.

 

 

이 주전자도 밑바닥과 둥근 옆면이 쌔까맣게 색이 변할 정도로 오래 사용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닥불에 주전자를 얹어서 물을 끓였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방법으로 물을 끓이는 변화의 새바람이 이 마을에도 슬슬 몰아닥칠 것이라고 생각하며 괜히 내가 가슴속에 작은 희망을 품어보았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