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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확실히 나는 신의 직장에 다닌다?

by 깜쌤 2014. 9. 18.

 

집에서는 7시 55분경에 출발한다. 그 흔해빠진 자가용차 한대조차 없으니 당연히 자전거로 갈 수밖에 없다. 강변으로 시원하게 뻗은 길을 자전거로 달린다. 비가 오고 바람불고 눈이 오고 우박이 떨어져도 나는 어지간하면 자전거를 타고 간다. 시내버스를 타면 좁은 공간안에 갇혀있어야하는데 그게 괴롭게 느껴지니 어쩔 수가 없다.

 

 

출근시간? 8시 반까지는 출근해야한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달랑 4명이 전부다. 예쁘고 착한 외국인 아가씨 한명과 한국인 선생님 두분,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다. 아참, 화요일마다 또다른 외국인 원어민 교사가 출근하므로 화요일은 무려 다섯명이나 된다.  

 

 

나이로 치자면 내가 제일 고참이다. 제일 젊은 선생님보다 내가 살아온 날수가 배는 더 많으니 고참이 안될 수가 없다. 경력으로 쳐도 그렇다.

 

 

우리는 항상 조용하다. 모두들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고 있으니 말을 붙일 엄두가 안날 때가 많다. 나이 많은 사람이 자꾸 말을 붙이면 체신머리 없어 보일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영어를 가르치다보니 어떤 아이들은 나를 외국인으로 여기기도 한다. 말을 걸어도 헬로우로 시작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문제는 내 영어가 브로우큰 잉글리시에 가깝다는 것이다.

 

 

보통 오전에 4시간을 가르친 뒤 교내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는데 어떨 땐 영어책을 옆구리에 끼고 가기도 한다. 그러니 더더욱 나를 외국인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딱 한두과목만 가르치니 교재연구의 부담이 작아서 좋다. 꼬맹이들을 다루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니 항상 즐겁다. 한두과목만 가르치는게 이렇게 편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며칠 전에는 운동회를 했는데 소속된 학년도 없고 담임을 맡지 않으니 아이들을 지도할 일도 없다. 이 정도면 신의 직장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내 신분은 기간제교사다. 일단 3개월동안만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계약을 해두었으니 석달 뒤에는 실업자 신세가 될것이 뻔하다. 기간제교사는 14호봉 급여를 준다. 은퇴시기에 받았던 월급의 반밖에 안되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담임을 맡지 않았기에 담임수당은 당연히 없고 점심은 학교에서 먹지만 절대 공짜가 아니다. 아이들은 무상급식의 혜택을 보지만 교사는 철저히 돈을 내야한다.

 

 

월급이 적은들 어떠랴? 나에게는 퇴근길도 즐겁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게 퇴근길이지만 그날 기분여하에 따라서는 강변으로 갈 수도 있고 시내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변에 억새꽃 대궁이 슬슬 솟아오르는 계절이니 강변으로 가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이만하면 나도 신의 직장에 다니는 셈이 아닐까 싶은데......  월급으로만 따지면 Begger world에 속한 사람이라 하겠지만 그런들 또 어떠랴? 일할 수 있다는게 어딘데?

 

 

한번씩은 이런 장소를 빌려 음악회를 진행하기도 하니 그리 슬픈 인생은 아닌듯 하다. 그나 저나 이달 봉급을 받아 저금하고 아내에게 줄돈 주고 나니 용돈으로 딱 10만원이 남았다. 이 돈 가지고 어떻게 한달동안 버티지? 목표로 정해둔 돈을 모으려면 앞으로도 한참 고생해야 하는데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