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교사의 언행에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3

by 깜쌤 2013. 11. 25.

 

아이들에게 교사의 언행은 인생의 거울이며 표본이고 모본(模本)입니다. 특히 어린시절에 만나는 교사의 모습은 두고두고 깊이 각인되어 그들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오늘은 평소 교사의 언행으로 만들어둔 카리스마와 신뢰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1월 11일, 해마다 그날이면 거의 모든 학교의 고학년 교실에서는 빼빼로 과자때문에 약간의 소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정말 아무일도 없이 그냥 넘어가는 교실이 있다면 평소 생활지도가 아주 철저히 이루어진 학급이라고 봐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고요. 올해는 의도적으로 특정한 날에 관해 사전교육을 않지 않을 경우, 우리의 학급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니 벌써 제 책상위에 몇개의 과자통이 놓여있었습니다. 선생님께 빼빼로를 드린다는 간단한 메모지와 함께 과자통 몇개가 얌전히 놓여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폈더니 아침자습시간에는 움직이지 않고 조용하더군요. 하지만 교사가 출근하기 전에 이미 다른 반에 다녀온듯한 눈치였습니다.

 

오후에 종회를 하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거의 모든 아이가 빼빼로를 주고 받았더군요. 29명의 아이들가운데 처음부터 완전히 주고 받지 않은 아이는 두어명 뿐이었고, 친구로부터 받긴했는데 담임선생님이 틀림없이 벌점을 줄것으로 생각해서 받은뒤 곧 돌려준 아이가 세명이나 되었습니다.

 

이성으로부터 받은 아이들이 반 가량이나 되었습니다. 다른 반 아이들부터 받은 아이들도 제법 많았고 4학년이나 5학년으로보터 받은 아이도 3명이나 되었습니다. 부모가 챙겨주어서 학교에 가지고 온 아이도 몇명 있었고 학급전체 아이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준비를 해온 아이가 세명이나 되었습니다.

 

 

다른 학년 학생으로부터 받은 아이들의 명단을 먼저 파악해두고 받은 과자를 모두 꺼내게 해서 고무밴드로 묶은 다음, 교실 뒤의 개인용 사물함속에 과자를 넣어두도록 시켰습니다. 아래 학년 아이들로부터 받은 것 가운데 강제성을 띈것이 있다면 추후 다시 조사를 해야하므로 미리 파악을 해둔 것이죠.

 

우리 교실에서는 사물함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서로 믿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평소의 지론이기 때문입니다. 며칠이 지난 뒤 틀림없이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과자를 꺼내먹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기 마음대로 먹은 아이들은 자수를 하도록 했더니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물함 속에 보관하고 있는 빼빼로 통을 다시 재확인하게 한 뒤 제가 가지고 있는 벌점정리 장부속에 숫자를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12월이 되어 날이 추워지면 아이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질때 꺼내서 먹을 수 있도록 해둘 심산이었습니다.

 

11월 21일 목요일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사물함 속에 넣어둔 빼빼로 숫자가 모자란다는 아이의 신고가 있었던 것이죠. 주인 몰래 남의 사물함을 열고 과자를 가져간다는 것은 절도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을 크게 범죄시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런 것 정도는 죄의식도 없이 쉽게 저지른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제 교실 안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신고가 접수된 순간 교사가 미리 화를 낼 일은 없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게 효과적인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죠. 경험이 없는 선생님들은 이런 일이 생길 경우 아이들을 마구 다그치기도 하는데 그런 행위는 아무런 효과도 가져 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모두들 한가지씩은 무슨 청소를 해도 다 하도록 하므로 청소를 다한 뒤에는 반드시 교실에 다시 들어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청소후 마침회 시간이 되었을때 낮은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까 누구누구로부터 사물함 속에 넣어둔 빼빼로 숫자가 모자란다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사물함 속에 보관해둔 과자통 숫자를 확인하겠습니다. 사물함 속에서 빼빼로를 꺼내와서 책상위에 올려두기 바랍니다."

 

교사의 이야기가 끝나자 아이들은 조용히 교실 뒤에 있는 자기 사물함에 가서 과자통을 꺼내서 책상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교사가 말을 하면 제 눈을 쳐다보도록 학년초부터 철저하게 훈련을 시켜두었으므로 아이들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눈치가 워낙 빠른 요즘 아이들인지라 6학년쯤 되면 사건의 의미와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더 잘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저번에 내가 빼빼로 숫자를 기록해둔 것을 알 것입니다. 지금부터 번호 차례대로 자기번호를 부르면서 책상위에 올려놓은 빼빼로 통을 들어서 나에게 보인 뒤, 가지고 있는 과자통의 숫자를 부르기 바랍니다. 숫자를 부를 동안에 전후좌우로 손을 움직여 어떤 물건이라도 전달하게 되면 선생님을 속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의심받을 짓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숫자를 들어가며 손에 들고 보여주는 통을 하나씩 확인해보고 저번에 기록해둔 수와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를 세밀하게 확인해두었습니다. 29명의 아이들이 부르는 숫자를 듣고 저번에 기록한 숫자와 일일이 대조를 해 가는 것이죠.   

 

"조사결과 모두 5통의 차이가 생겼습니다. 우리반 누구누구가 남의 사물함속에 든 물건에 손을 댄 것인지는 모르지만 없어진 빼빼로는 모두 다섯통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자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습니다. 지난 1년동안 깜쌤과 생활해보았으니 선생님의 성격과 언행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것입니다.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를 하면 없던 일로 여기고 그냥 넘어갈 것입니다. 자수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입니다."

 

아까 위에서 교사의 언행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교실에서 철저하게 언행의 일치가 이루어지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하겠다고 말했으면 기어이 실행을 했고 안한다고 했으면 철저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교사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지체없이 사과를 했으며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어떤 압력이 들어와도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깜샘이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으므로 자수할 수 있는 기회도 단 한번만 주는 것이죠.

 

 

"선생님이 나누어 준 종이에다가 번호와 이름을 적고 책상 간격을 띄우기 바랍니다. 그런 뒤 엎드리세요. 절대로 고개를 들지 말것이며 모두들 필통속의 연필을 꺼내어 손에 잡습니다. 이제 부르는대로 받아적기 바랍니다. 저는 누구누구의 사물함 속에 들어있는 과자를 몇통 꺼내서 먹었습니다. 꺼내지 않은 사람들은 꺼내지 않았다고 쓰면 됩니다. 모두 다 글을 쓰게 되므로 누가 글을 쓰고 안썼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없어진 숫자와 여러분이 자수한 숫자가 맞아야만 이 사건이 해결됩니다. 기회는 단 한번! 이제부터 쓰세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연필 굴러가는 소리만이 교실안의 정적을 깨뜨렸습니다. 

 

"고개를 들지말고 종이를 반으로 접으세요. 이제 그 종이를 앞으로 전달합니다."

 

그렇게 전달받은 종이를 손에 들고 아이들이 고개를 들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보내온 종이를 펴보았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 것 같습니까? 사물함 속에서 없어진 빼빼로 숫자와 아이들이 자수한 숫자(몇명이라고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가 정확하게 일치했을뿐만 아니라 종이 속에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의 글까지도 쓰여져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훌륭합니다. 모두들 정확하게 자수를 했습니다. 자기 잘못을 깨달았으므로 선생님은 더이상 여러분들을 꾸중하거나 혼을 낼 생각이 없습니다. 여러분이 제출한 종이는 여러분이 보는 앞에서 지금 찢어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찢은 종이는 선생님의 가방속에 넣고가서 집에서 처리할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맞추어 볼 수 없도록 하겠다는 뜻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가르친 반에서는 절도사건같은 것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기만 하면 절대로 더 이상 혼을 내지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게된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주려고 노력했고 아이들 사생활에 관하서는 무의식중에라도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교사의 그런 언행이 아이들 앞에서 항상 깔끔하게 이루어져 왔으므로 아이들이 교사를 믿게되는 것이죠.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여러분 나이가 되면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법이므로 사물함 속에 있는 과자를 보면 주인몰래 가져가서 먹고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이 가진 좋은 물건을 보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것을 가져가거나 탐을 내는 것은 절대로 옳은 생각과 행동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잘못 생각해서 순간적으로 실수할 수 있습니다. 잘못했을때는 잘못된 것을 빨리 인정하고 반성하면 됩니다.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고 인정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일기장 속에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하고 자기의 생각을 적어보도록 합시다. 기다려보겠습니다."

 

교사의 일관성있는 행동과 카리스마는 아이들의 잘못을 교정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위에서 예를 들어 소개한 방법이 모든 선생님들에게 다 통하는 기법은 아닙니다. 교사가 평소에 하는 언행이 아이들에게 깊은 신뢰를 줄때에만 통하는 방법인 것이죠. 원칙준수신뢰성 유지는 교사의 멋진 자산임과 동시에 교사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