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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추억이 물에 잠길 때 1

by 깜쌤 2013. 8. 18.

 

나는 그곳에 한번 더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낙동강 상류에 있습니다. 안동시가지 앞을 지나는 낙동강 철교위를 내가 탄 기차가 지나갑니다.

 

 

이제 댐이 거의 완공되어 언제든지 물을 가둘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안동역을 지났습니다.

 

 

옹천역을 지나 영주까지 갈 생각입니다.

 

 

옹천에서 영주사이 일부구간의 중앙선 철로는 이미 이설공사를 완료했습니다. 무섬 전통마을 부근을 지나면서 보니까 복선으로 철로를 깔 수 있도록 해두었더군요.

 

 

영주역에 도착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되었지만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급하게 시내버스 터미널을 향해 걸었습니다.

 

 

일단 영주역 대합실에서 기차시간표를 확인해두었습니다.

 

 

시내버스 터미널까지는 이십여분만 걸으면 됩니다.

 

 

영주 시내를 누비는 시내버스 시간표도 반드시 확인해두어야 합니다.

 

 

나는 30번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평은을 지나 미림까지 가는 시내버스입니다. 미림이라는 마을과 마주보는 놋점이라는 마을에 영주댐이 공사중입니다. 놋점마을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평은 버스정류장에 내렸습니다.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버스 안에 승객이 거의 없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사정없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한 뒤 졸업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마음속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길을 6년동안 걸어다녔습니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여기가 모두 물에 잠기게 됩니다. 나는 그게 안타까웠던 것입니다. 물에 잠기기 전에 한장면이라도 더 사진으로 남겨두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죠.

 

 

먼 산을 허물어내는 것으로 보아 호수가를 도는 일주도로를 내려고 하는가 봅니다.

 

 

이 지붕 낮은 건물에 학용품과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약간 통통했다고 생각되는 아주머니 얼굴은 아직도 어렴풋하게 생각이 납니다.

 

 

평은 지서 건물도 보였습니다만 이제는 문을 닫은듯 합니다.

 

 

동네에 보이는 집들은 사람이 떠나가서 이미 거의 비어버린듯 합니다.

 

 

나는 내가 다녔던 학교로 갔습니다. 도로가에 있는 학교입니다.

 

 

운동장은 옛모습 그대로인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다닐때 있었던 건물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이 느티나무도 그때 존재했었던가요?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꺼내어 보았지만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아름드리 밑둥치를 자랑하는 이 플라타너스 나무는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기억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지금 학교건물이 서 있는 높은 곳에 뒷 건물이 있었습니다. 그 기억은 거의 확실합니다. 동상이 보이는 곳에 나무로 만든 앞건물이 있었습니다.

 

 

이 나무 밑에서도 제법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입니다.

 

 

다 지난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일이 다 꿈같습니다.

 

 

그 꿈같은 추억의 장소마저 물속에 들어간다니 더더욱 아쉽고 안타깝기만 한 것이죠.

 

 

한학년에 60명씩으로 된 학급이 두학급씩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12반으로 이루어진 시골학교였는데 그때만해도 전교생이 700명이 넘었습니다.

 

 

함께 졸업한 동기생만 해도 120명이 넘었습니다.

 

 

나는 졸업하기도 전인 6학년 말 겨울방학때 부모님을 따라 먼 곳으로 이사를 갔으니 그 이후로 못본 친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2월 내내 결석했다가 졸업식 전날에 어머니와 함께 다시 찾아와서 친구집에서 자고 다음날 졸업식에 참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벌써 몇년전 일이던가요? 그날로부터 거의 반세기가 흘렀습니다.

 

 

나는 아이들 소리가 끊어진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가뜩이나 아이들이 귀한 시골인데 지금은 방학중이니 아이들 소리가 들릴 리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물속에 들어가면 이제는 영영 못보게 될것 같습니다.

 

 

모든 기억이 희미해져버린 지금 오래전 그 자리에 와서 서있습니다. 학교 뒷동산에 무덤이 있었고 커다란 소나무가 서있었습니다만 이젠 찾을 길이 없습니다.

 

 

나는 유년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잘라내버린 산허리 밑까지 물이 들어찰 것입니다.

 

 

내가 지금 서있는 이 장소도 물론 물속에 들어갈 것입니다.

 

 

저 커다란 나무도 물에 잠겨서 숨이 막혀 죽을 것입니다.

 

 

건물 속은 나중에 커다란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될 것입니다. 

 

 

돌봄교실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에 나온 아이들이 있는가 봅니다. 아이들 소리가 났습니다.

 

 

나는 애써 그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했습니다. 양심에 어긋나거나 구린 행동은 거의 하지 않는 성질입니다만 혹시나 누가 알아볼까 은근히 두려웠습니다.

 

 

저 옆 어딘가에 6학년때 가르쳐주셨던 담임선생님이 혼자 계셨던 사택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나는 현관에서 오래전 졸업생들의 사진을 찾았습니다. 일제강점기때 졸업한 선배님들같습니다.

 

 

선생님들도 모두들 군복차림입니다. 나는 저런 판자로 만든 건물에서 공부했었습니다.

 

 

저 건물 끝에는 예전에 작은 공터가 있었습니다.

 

 

아, 흘러보낸 그날들이 몹시도 그립습니다.

 

 

나는 느티나무 밑에서 잠시 서성거렸습니다.

 

 

저 멀리 산모롱이에서 자동차가 달려오면 그 뒤로 먼지가 하얗게 일어났습니다. 자동차가 운동장 앞을 지날때면 먼지 속으로 뛰어들어 마구 허우적거렸던 날들이 어제일 같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허허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돌봄교실에서 아이들 소리가 새어나왔습니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늙은이들이 사라져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