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에 급히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그 강이 보고 싶었다. 올라가는 김에 한번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기에 찾아가보기로 했다. 일단 무조건 영주까지는 가야했다.
기차가 안동을 들어서자 예상대로 강물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중부지방은 104년만에 처음보는 혹독한 가뭄을 겪어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하며 모두들 목말라 하다가 며칠 전부터는 다시 폭우가 쏟아진다고 아우성이었다.
경북 북부에도 비가 제법 쏟아졌던 모양이다. 강물이 약간 붉은 색을 띄며 누렇게 물들어있었다.
초등학교를 같이 졸업했던 친구가 청첩장을 보내왔다. 꼭 가보아야할 자리였기에 토요일에 만사를 제쳐놓고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내가 그리 보고싶었했던 이하역 부근의 철도관사는 문이 열려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꼭 찾아가서 내부를 한번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
옹천을 지나 내성천 물줄기와 맞닥뜨리게 되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물색깔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 폭우의 영향이리라.
누렇게 변해버린 물색깔 때문에 아쉽기는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런 장면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한다는 의무감에 젖어 달리는 기차 속에서 셔터를 눌렀다.
이제 이곳도 일년만 있으면 서서히 물에 잠길 것이기 때문이다. 산중턱을 깎아내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되는 것 같았다.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친구가 영주역에 마중을 나와있었다. 사무관으로 승진을 한지가 몇해가 되는 그는 이제 고향지킴이가 되어 있었다. 영주 서천변 부근 칼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고 내성천으로 향했다. 휴일이지만 잠시 사무실에 나가봐야할 형편이 생겼다기에 친구차에 묻어가기로 했다.
무섬으로 들어가는 부근에는 새로운 철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영주댐이 완공되면 평은역도 물에 잠기게 되니 기차역은 폐쇄하고 철로는 옮겨가야할 처지였다.
철길 이설공사현장을 보니 새로 옮겨가는 노선이 대강 짐작되었다. 아래의 그림지도를 보기로 하자.
분홍점이 있는 곳이 무섬 전통마을이다. 빨간 막대기가 영주댐 공사현장이고..... 노란 선은 철로이설을 위한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구간이다. 지도를 클릭하면 더 큰 지도를 볼 수 있다.
여기가 내성천과 서천이 만나는 합수지점이다.
나는 납닥고개 마을 부근에서 차를 내렸다. 이제부터는 상류쪽으로 걸어갈 것이다. 새로 이설하는 철길 터널이 보였다.
공사진척 속도가 상당한듯 했다.
상류쪽의 모습이 보였다. 영주댐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은 바로 저곳이다.
상전벽해라더니...... 여기로 철길이 지나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그렇게 아름답던 금모래 은모래밭들이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로만 남게 되었다.
마음이 착잡해졌다. 천만다행으로 여기는 물에 잠기지 않는다.
미림마을은 살아남았다. 마을 바로 위에 댐이 들어서게 되어 기적같이 살아남은 것이다. 이 마을에도 초등학교 동기들이 제법 살았었다.
이제는 아는 친구가 없다. 못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기에 이제는 기차에서 마주 앉아간다해도 성명을 밝히고 인사를 하지 않는다음에야 누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고향마을이 남아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속마음은 모른다. 돈만질 일이 없는 노인들에게 보상금은 쏠쏠한 매력으로 다가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도로를 따라 걸었다. 저 멀리 새로 만드는 기찻길이 보였다.
친구가 살던 놋점마을은 공사기술자들을 위한 숙소마을로 변한듯 했다. 마을 흔적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옛생각이 났다.
http://blog.daum.net/yessir/14737314
공사현장으로 들어가는 도로가에는 댐조감도가 걸려있었다.
공사완공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내가 살았던 모든 곳이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초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맨날 넘어다녔던 고개마루는 어쩌면 남을지도 모르겠다.
놋점 마을은 앞으로 저런 모습으로 변한다는 말이겠지.
나는 회색 양철 담벼락으로 둘러쳐진 공사현장을 빠른 걸음으로 벗어났다.
내가 지나쳐 온 댐공사 현장의 모습이다.
따가운 햇살에 반짝이던 모래밭은 이미 벌써 다 사라지고 없었다. 1960년대부터 줄기차게 모래를 퍼내가더니 결국은 이런 식으로 끝장내는 모양이다. 그랬다. 가을부터 GMC 트럭들이 모래밭을 누비며 한없이 한없이 모래를 퍼내갔었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마을 뒷산도 철도용 자갈을 채취한다는 명목으로 야금야금 파먹기 시작했다. 모래를 파내던 버릇으로 뒷산도 파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남아나는게 없이 만들더니만 마침내는 물속으로 가라앉게 되었다.
공사장을 드나드는 육중한 덤프 트럭들이 도로를 따라걷는 내곁을 지나칠때마다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럴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마구마구 흔들렸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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