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중의 농사는 자식농사입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나 갑남을녀(甲男乙女)같은 보통 사람들이 짓는 농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입니다만 자식농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식 잘되는 것을 마다할 부모가 세상 어디에 존재하겠습니까? 나도 어설프지만 자식농사를 조금 지어보았으니 어찌 그 심정을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강변으로 나가보았습니다. 경주시내를 흘러가는 형산강을 경주사람들은 서천(西川)이라고 부릅니다. 나는 서천변에 나가본 것이죠.
남의 집 귀한 아이들이 제11회 화랑대기 유소년축구대회를 위해 전국에서 몰려들어 연습하는 바로 그 장소가 서천변에도 있습니다. 자녀를 축구선수로 길러내기 위해 고생고생하며 농사 짓는 분들께 연습 장소라도 소개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강변으로 나간 것이죠.
강변을 따라서 자전거길과 인라인타는 시민들을 위한 길, 그리고 보행자를 위한 산책로가 나란히 달리고 있습니다. 서천변에는 하얀 천막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초록색 천연잔디구장이 산책로 옆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곳을 연습장으로 제공하는 것이죠.
경기를 앞둔 아이들이 몸을 풀거나 잔디적응훈련을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장소입니다.
물론 사전에 신청을 해야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설을 멋지게 잘 갖춘 도시가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잔디밭 곳곳에 마련된 연습구장에서는 아이들 맑은 소리가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몸을 풀며 연습에 몰두하는 아이들 모습이 왜 그리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나는 평생 아이들을 돌보며 살았습니다만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것은 직업때문만이 아니지 싶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지금 운동장을 뛰고 달리는 저 아이들이 축구선수로 성공을 하든 못하든 그게 다는 아닐 것입니다. 축구를 통해 협동심이나 선의의 경쟁심, 혹은 최선을 다한다는 의식같은 것을 배웠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아닐까요?
이왕 하게 된 운동이니 모두들 다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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