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감은사종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황룡사종이라도 한다. 고려시대 말기, 고려를 침략한 몽고군이 황룡사에서 큰 종을 탈취하여 바다를 통해 운반해가려다가 배가 기우는 바람에 동해구 앞바다에 빠뜨렸다고 한다.
어떤 이는 임진왜란때 왜병이 감은사에서 종을 빼앗아서 일본으로 가져가려다가 빠뜨렸다고도 한다. 풍랑이 심하게 이는 날에는 바다에서 종소리가 난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 여기가 그 사건의 현장이다.
만파식적 이야기와 옥대의 전설이 발생한 곳도 여기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전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동해구 옆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었다. 건너편 해수욕장으로 가볼 생각이기 때문이다.
바위 몇개가 수면위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곳에는 민물이 차있다. 그 너머는 바다이니 당연히 짠물이다.
여기에는 장어도 있고 은어도 있다.
언덕위로 보이는 정자같은 건물이 이견대다.
해안도로 오른쪽을 보면 민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여울목이 보일 것이다. 나는 거기를 훌쩍 뛰어 건널 생각이다.
바로 여기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곳! 나는 가볍게 뛰어건넜다.
여기에서 상류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감은사 터가 나온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탑이 두개 있다. 흔히들 감은사 쌍탑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감은사부근까지 바다물이 드나들었단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돌과 자갈과 모래가 퇴적되어 현재처럼 모습이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터키에 있는 에베소도 그렇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도 바울이 욕을 본 원형극장이 에베소에 있다. 누가복음을 기록한 의사 누가의 무덤은 에베소 시가지 유적지 입구쪽 수풀속에 있고.... 거긴 육지가 엄청 크게 확장되어 이제는 바다에서 제법 크게 떨어진 곳이 되고 말았다. 세월의 흐름을 이겨낼 인간도 없고 건축물도 없는 것 같다.
하류에서 상류쪽을 본 대종천의 모습이다. 해가 기울고 있어서 그런지 사진 속에서도 썽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드디어 나는 바닷가 모래밭에 섰다. 오늘 걸은 거리는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깍지질 1구간을 걸었다는 작은 자부심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해변에는 원투대를 가지고 낚시에 여념이 없는 조사들이 몇분 계셨다. 조황이 어떠냐고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재수가 좋을땐 도다리가 걸려들기도 한다. 어쩌면 숭어를 낚을 수 있을 수도 있겠다.
대왕암에는 갈매기들이 아예 진을 치고 모여앉았다. 시계를 보았다. 지금 경주로 넘어가야할 시간이다. 지금 출발해야만 해지기 전에 시내에 도착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시내까지 시내버스로 갈 경우 약 한시간 정도 걸린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대왕암 맞은편 횟집 동네에 있다.
시내버스 승강장에 도착하자마자 시내버스가 왔다. 양남에서 출발하여 시내로 가는 버스다. 한시간 간격으로 있는데 가자마자 만났으니 나는 하는 일 모두가 잘 되는 사람임이 확실하다. 버스가 대종천을 건너고 나서 모퉁이를 돌자말자 오른쪽 차창밖으로 감은사 탑이 보였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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