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나는 시내에서부터 슬슬 걸어가보았다.
대릉원 뒤쪽에서부터 반월성쪽으로 말이다.
누가 11월이 삭막하다고 그랬던가?
가을 속에 스며든 겨울의 정취를 느끼기에 11월만한 때가 있던가?
대릉원 돌담을 따라걸어서 정문 앞을 지나갔더니 첨성대쪽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에는 만장이 수두룩했다. 의아하게 여겼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어떤 이는 연을 날리고 어떤 이들은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한담을 즐기고.....
도심 바로 부근 공원터에 모과는 노랗게, 감은 빨갛게 익어가고 있으니 이런 멋진 풍경을 어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랴?
오늘은 만장을 앞세우고 전통 장사 행렬을 보여주려고 하는가보다. 하지만 놀러온 관광객들에게 하필 장사행렬이라니.....
나는 첨성대 앞을 지나치기로 했다.
하늘이 워낙 맑아서 그런지 경주 남산이 내앞으로 성큼 다가온듯 했다.
이 맑은 날에 첨성대 혼자서 우두커니 반월성 앞 큰 공터를 지키고 서있었다.
첨성대담장을 낮게 해둔 것이 얼마나 멋진 경치를 제공해주는지 모른다.
계림의 나무들은 이제 제법 가지가 앙상해졌다.
떨어진 이파리사이로 붉은잎을 가득 매단 단풍나무가 보였다.
슾속 한가운데에서 불이 붙은듯 하다.
고분이 그려내는 둥근 실루엣이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나는 첨성대 앞을 지나 반월성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기로 했다.
작은 동산같은 느낌을 주는 반월성앞에 초록밭이 펼쳐졌다.
반월성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가보았다.
저 나무 가지마다 내년봄에는 벚꽃을 가득 달고 서 있으리라.
나는 벌써부터 내년 봄을 기다린다.
나는 고개를 돌려 서남쪽을 훑어보았다. 이런 부드러운 곡선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선도산 기슭에도 늦가을 기운이 가득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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