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눈이 떠졌지만 조금더 자기로 했다. 어제 하루종일 자전거를 탔더니 피곤했던가 보다. 오늘은 영주 무섬마을 부근에서 청송 도평이나 포항 죽장까지는 가야한다. 펑크를 때울 수 있는 준비를 해오지 않았기때문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어제는 도로가에 자리잡은 작은 시골마을의 쉼터를 빌려 잠을 잤다. 올해는 특별히 여름가뭄이 극심했던데다가 더위가 엄청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모기들의 발생빈도가 현저히 줄었던 것 같다. 그래도 모기 한마리가 텐트안으로 들어와서 수시로 공습경보를 울려댔다.
자다가 몇번이나 잠을 깨서 물파스를 마구 발랐다. 전문가용 1인용 텐트여서 그런지 보온은 확실히 잘되는 것 같은데 대신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모기장을 살짝 열어둔 것이 화근을 키운 셈이다.
텐트를 걷고 출발준비를 했다. 오늘은 적어도 80킬로미터 정도는 달려야 한다. 어제 밤새도록 비가 내려서 그런지 비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다.
오늘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펑크가 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사진 지도를 누르면 좀더 큰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제 저녁은 라면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이 조금 푸석푸석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아침은 김밥 한 줄, 점심은 콩국수를 먹었다. 나는 어제 안동에서 출발해서 봉화군 경계지점까지 갔다가 영주부근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동네엔 아직도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동네사람들이 일어나서 일을 나가기 전에 출발했다.
영주댐 공사장 부근을 지났다. 먼산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공사현장에 쳐놓은 망너머로 댐이 보였다. 제법 공사가 진척되었다.
공사장 부근을 흐르는 내성천 물길이 이미 흐름을 멈추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물에 잠길 것이다.
이젠 이 모습을 볼 수 있는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2006년에는 이런 모습이었던 곳이 이제는 한장 위의 사진처럼 변한 것이다.
저멀리 안개가 피어오르는 곳이 댐공사현장이다. 산을 파헤친 것은 댐공사후 만들어질 호수 주위를 도는 일주도로가 된단다.
물론 이 철길도 물속으로 들어간다.
중앙선 일부구간의 이설공사도 한창이다. 새로 이설되는 철도는 영주댐 밑으로 지나간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골짜기를 지나 고개를 넘을 생각이다. 자전거로 넘으려니 아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맑은 모래밭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마는 것이다. 물론 철교도 물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고려시대 공민왕이 안동으로 피난가는 길에 머물다가 갔다는 왕류마을 뒷산을 넘었다. 마지막 구간의 도로 경사도가 제법 심해서 자전거를 끌고 넘었다.
드디어 안동시로 넘어들어온 것이다. 여긴 조씨들 집성촌이다. 아담한 분지모습이다.
마을이 자리잡은 지대가 제법 높은 곳에 위치해서 그런지 냉대성 과일인 사과를 재배하는 곳이 많이 보였다.
마을 뒤에 자리잡은 산이 제법 참하다. 소나무들은 또 어떻고?
벌써 사과알이 제법 굵었다. 이젠 익기만 하면 되겠다.
산비탈에 보이는 고가가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도로가 내리막길이었지만 경사가 급해서 브레이크를 잡아가며 살살 내려갔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안동시이지만 고가 뒤로 보이는 솔숲너머는 영주시가 된다.
아까 산기슭에서 보았던 고가(古家)가 한사정(寒沙亭)일까? 횡성 조씨 한사공파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동네인것 같다.
나는 안동시 북후면 옹천으로 넘어가는 고개를 넘어가는 중이다. 배가 고파서 그런지 자전거를 탄채로 넘을 수가 없어서 끌고 고개길을 올라갔다.
골짜기 경치가 풍요롭게 느껴졌다.
햇볕이 드는 쪽의 마을 이름은 양지이고 반대쪽은 음지인 모양이다.
양지마을이다.
반대쪽은 음지마을이고.....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넘었다. 아침부터 땀이 마구 쏟아졌다. 고개마루에 올라서니 살것 같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옹천까지는 내리막이니 가만있어도 마구 내려간다. 그동안 흘린 땀이 한꺼번에 다 마르는 것 같다.
자주 느낀 사실이지만 안동이나 영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살기에 적당하다 싶은 곳에는 곳곳에 재사나 종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옹천에는 진주강씨 집성촌이 있다.
배가 고팠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시골마을에서는 보이는대로 들어가는게 상책이다. 옹천역앞에 소문난 식당이 하나 있다는 것을 인터넷 공간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집인지 가릴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무조건 문을 열어둔 집을 찾았다.
요즘 기차역은 모두 깨끗하다. 옹천역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선다.
옹천역 앞 작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벌써 두시간가까이 자전거를 탔으니 서서히 체력방전이 일어나는 중이다. 음식맛이 꿀맛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저 뒤에 보이는 고개를 두개나 넘어온 것이다.
자전거로 포항부근까지 갈 생각이라고 했더니 주인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젊은이도 아닌 사람이 어떻게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 자전거 여행은 젊은이들만 하는게 아니다.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변해버린 중늙은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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