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산서원을 나온 나는 박제상 기념관 쪽으로 걸어갔다. 기념관과 치산서원은 붙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8월의 햇살아래 배롱나무꽃이 영롱하게 빛나는듯 했다.
박제상 기념관 건물은 언제봐도 단아하다.
그리고 정갈하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
여기를 보고 난 뒤 은편리로 향할 것이다. 은편을 넘어서면 범서가 되고 범서는 울산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다시 그분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은편으로 와서 만나자고 했다.
콩국수를 잘 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에서 만나자고 했다. 고마웠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약속장소에 먼저 가서 기다려야한다. 그게 사람사는 도리다. 내가 아무 예고도 없이 불쑥 시간을 내어달라고 제안을 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가야만 했다.
나는 박제상 기념관 앞에서 은편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달렸다.
도로가로 예쁜 전원주택 몇채가 자리를 잡았다.
어떤 집은 번듯한 한옥이었다. 저런 집이 한채 있어야 하는데..... 나는 입맛을 당겼다.
삼거리에서 울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두막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부요리집이 보였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 나는 그분이 음식값을 치러버릴 것을 예상해서 미리 계산대에 형편을 이야기하고 돈을 드려놓았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약속한 시간에 맞추어 그 분이 도착했다. 온갖 환자들에게 시달렸을 것이 뻔한데 이번에는 나같은 불청객까지 상대해야하니 얼마나 고생이 심하랴?
한시간 남짓한 정다운 시간을 보낸 뒤 헤어져야만 했다. 그가 자동차를 몰고 돌아가는 것을 본 뒤 나는 자전거 안장에 몸을 싣고 경주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이제는 부지런히 돌아갈 일만 남았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적어도 두시간 이상은 달려야 한다.
작은 야산 너머 박제상 유적지가 있다.
땀이 마구 쏟아졌다. 체력을 생각해서 너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구경을 해가며 슬금슬금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두동을 지나고 봉계를 향해 달렸다.
하늘색이 파란데다가 높아서 너무 좋았다.
봉계 못미쳐서 다시 꽃밭을 만났다.
왜 이런 꽃밭이 존재하는지 안내판을 보고서야 바로소 이해가 되었다. 가을에는 이 꽃밭을 배경으로 축제를 여는구나 싶었다.
뒤쪽으로 코스모스들이 피어있었다. 8월에 이미 코스모스라.... 요즘 꽃들은 계절을 모르고 사는가보다.
밭마다 가게 이름이 붙어있었다. 나는 처음 보았을때 품종 이름인줄로만 알았다.
불고기축제를 할때 와봐야하나? 하지만 나같은 서민이 소고기를 어떻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랴?
나는 다시 경주를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맞바람만 안불면 된다.
거의 4시가 넘어서 삼릉에 도착했다.
삼릉의 솔밭은 언제봐도 한결같다.
몇년전 태풍때 소나무들이 제법 많이 넘어졌었다.
지금은 제법 회복되었다고 해도 옛날만큼 빽빽하진 않다.
오릉을 지나서 남천 부근의 마을에 있는 마을쉼터를 찾아갔다. 너무 피곤했기에 쉼터 마루에 누워서 한 삼십분 가량 잠을 잤다. 그제서야 피로가 약간 풀리는듯 했다.
다시 출발했다. 집에까지 가야만 한다. 마지막 힘을 다해 집에 와서 몸을 씻은 뒤 그 분이 챙겨준 선물을 끌러보았다. 귀한 약이었다. 가슴이 뭉쿨했다.
맨날 신세만 지고사는구나 싶어서 감사함을 넘어서 미안하기만 했다. 내가 남에게 베풀어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데 남이 나에게 베풀어준 것은 이렇게도 많구나 싶으니 부끄럽기 그지 없다. 자전거로 경주에서 울산 다녀오기!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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