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골짜기를 가로질러 만든 둑을 보았다.
감포댐인가보다. 예전에는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감포사람들은 물부족현상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 올해처럼 보름동안이나 빗방울하나 안떨어지는 여름을 만나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물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안전적인 식수공급이 우선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감포댐이다. 조금 있다가 감포정에 올라가면 볼 수 있으리라.
나는 산으로 올라가는 진입로 부근 풍경을 살펴보기 위해 자전거에서 내렸다.
진입로 맞은편 해변에 "경주시 지정 연동마을기업"이라는 간판을 단 음식점이 보였다. 이 부근의 마을이름이 연동이다. 마을기업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서울광진구청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아하! 그래서 가게앞에 놓인 개업축하 화환가운데 감포읍사무소 명의의 것이 있구나 싶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이런 사업도 추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농어촌과 마을을 살리기 위해 낸 아이디어이리라.
나는 마을기업 앞마당에서 저 멀리 바닷가 야산에 세운 풍력발전기를 살펴보았다.
거대하다. 거인의 바람개비같다.
확실히 몇년 사이에 바닷가 풍광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한번 들어가보려다가 참았다. 점심식사를 하기에는 아직은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멍게비빔밥 사진을 보니 구미가 당겼다. 깍지길의 첫번째 구간은 이견대 부근에서 시작하여 연동마을에서 끝나는 셈이다.
이젠 깍지길 두번째구간을 밟아볼 차례다. 감포정으로 올라가는 안내표지판이 보였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표지판이 조금 더 컸으면 눈에 잘 띄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산으로 난 포장길을 따라 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체력이 안되어서 끌고 올랐다. 하늘에 뭉게구름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조금 가다가 뒤를 돌아보며 사방을 살폈다. 역시 높은데 오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굽이를 돌았더니 이내 갈림길이 나왔다. 왼쪽으로 가면 감포정이 나온다. 감포정에서 댐을 보는 경치가 좋았다. 물론 나는 왼쪽 길로 먼저 접어들었다.
감포정을 보고 난 뒤에 다시 내려와서 수변길을 따라 가볼 것이다.
감포정 가는 길로 조금 따라 갔더니 이내 너른 공터가 나왔다. 화장실도 준비되어 있었다.
감포정이라고 알려진 정자가 나왔다.
정자 왼쪽에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동그란 거울 조형물이 있다.
2006년 7월 6일에 세웠졌단다. 거울 속에 비치는 내모습이 작은 점처럼 비쳐졌다.
나는 감포정으로 다가갔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조심하는 사람이다. 아무도 없기 때문에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신경쓰고 조심한다는 말이다.
2006년에 완공된 소형댐이지만 이 지역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정도로 충분한 가치를 하고 있다.
나는 신발을 벗고 감포정 마루에 올랐다.
아까 도로에서 본 댐이 바로 밑에 보였다.
건너편 산봉우리가 제법 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지도보기를 누르면 더 크게 나타난다.
잘은 모르지만 이 골짜기 안에도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댐이 건설되면서 정든 곳을 떠나야했던 사람들도 있었으리라.
멀리 오류가 보였다. 왼쪽으로 튀어나온 작은 언덕배미 너머가 감포다. 감포앞바다에 버티고 선 등대가 보였다.
눈길을 아래로 돌렸더니 연동포구의 방파제가 보였다. 요즘은 어지간한 갯마을에는 거의 다 방파제가 만들어져 있다.
자전거를 끌고 한번 올라가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런 곳에 올라볼 수 있도록 길에다가 이름을 붙여가며 볼거리를 찾아낸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깍지길을 소개한 책을 보니 밤에 감포정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야경이 멋지다고 소개를 해두었다. 충분히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방울 거울 한쪽으로 작은 쪽문이 있는데 그리고 가면 적바우로 갈 수 있다고 한다.
내려가보려다가 참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하기사 그날은 날이 너무 뜨거웠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해 날씨 핑계를 댔지만 여행에서는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법이다.
감포정을 내려온 나는 수변길을 자전거로 달렸다. 감포정에서 내려갈때는 제법 급한 내리막이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 부근에서 고라니새끼인지 노루새끼인지는 모르지만 작고 귀여운 짐승을 보았다. 고라니와 노루는 다른 종류이니 확실히 말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눈앞으로 멧꿩이 마구 날기도 했다.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짐승들도 마음놓고 먹이를 구하다가 사람기척을 느끼고는 허겁지겁 도망을 가는 것이다.
저수지를 감아돌아가는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었다.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코스모스들이 쭉쭉 자라오르지 못하고 낮춤하게 자랐는데 그나마 새들새들 곯아가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큰비가 오면 좋겠다.
올해같은 이런 가뭄에는 견뎌날 작물이 없다. 비가 와야하는데...... 와도 많이 빨리 와야한다.
이런 댐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큰 고생을 했으랴싶다.
선구자가 가는 길은 항상 외로운 법이다. 앞서가는 사람의 높고 큰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저 반대만을 일삼는 인간들을 보면 정말 답답하다.
자연환경보호운동을 자기 혼자서 오로지 전세낸듯이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말따로 행동따로 움직이는 그사람을 보면 경멸감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상류로 상류로 올라갔다. 사람기척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멋진 골짜기 안에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젓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의 마지막 지점까지 가보았다.
골짜기 안에 묵정밭과 묵어빠진 논이 보였다. 사람이 떠나면서 농사를 짓지않게 된 모양이다.
골짜기 안에도 코스모스가 자라고 있었다. 이 속에까지 들어와 꽃씨를 뿌리고 가꾸어온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깍지길의 구번째 구간인 수변길은 호젓함을 맛보는 길이다. 속이 탁 트이는 느낌을 주는 호젓함으로 가득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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