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시내 변두리를 훑어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출발한뒤 일단 북천을 따라 갑니다.
산업도로를 따라 가다가 낭산 뒷편으로 갔습니다.
낭산(남산이 아닙니다)과 명활산성이 있는 산 사이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나는 농로를 따라 갑니다.
여기저기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논에 물을 잡아둔 곳이 제법 많았습니다.
낭산자락에는 솔숲이 우거졌는데 그 부근에서 뻐꾸기소리가 들렸습니다. 5월의 하늘에 울려퍼지는 뻐꾸기소리, 낭만과 평온함의 극치입니다.
한옥민박집인 수오재앞을 지납니다. 일요일 저녁을 장식하는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 촬영이 이루어졌던가 봅니다.
이제 기억이 납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려다가 참았습니다.
여기는 낭산 뒤편에 있어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자전거가 비치되어 있었습니다.
산을 넘어오면 신문왕릉이 나옵니다.
봄풍경은 어떨까 싶어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신문왕릉이라고 해서 크게 독특한 점은 없습니다만 왕릉쪽을 향해 머리를 숙인 소나무가 약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붓꽃이 피어있었습니다.
보라색이 아닌 노랑붓꽃도 운치가 넘칩니다.
나는 왕릉을 한바퀴 돌아봅니다.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던지 왕릉 주위로 길이 나있었습니다.
여기에도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왕릉 전체에 꽃들이 가득합니다.
멀리 입구가 보였습니다.
여기는 무료입장입니다. 나는 배낭속에서 캔 커피를 꺼냈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인생에 대해 잠시 생각해봅니다. 이상 선생의 <권태>를 떠올렸습니다. 중간의 일부분을 소개해봅니다. 읽기 쉽도록 일부러 문단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댑싸리 나무도 축 늘어졌다. 물은 흐르면서 가끔 웅덩이를 만나면 썩는다. 내가 앉아 있는 데는 그런 웅덩이가 있다. 내 앞에서 물은 조용히 썩는다. 낮닭 우는 소리가 무던히 한가롭다. 어제도 울던 낮닭이 오늘도 또 울었다는 외에 아무 흥미도 없다.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이다. 다만, 우연히 귀에 들어왔으니까, 그저 들었달 뿐이다. 닭은 그래도 새벽낮으로 울기나 한다. 그러나 이 동리의 개들은 짖지를 않는다. 그러면 모두 벙어리 개들인가? 아니다. 그 증거로는 이 동리 사람 아닌 내가 돌팔매질을 하면서 위협하면, 10리나 달아나면서 나를 돌아다보고 짖는다. 그렇건만 내가 아무 그런 위험한 짓을 하지 않고 지나가면, 1000리나 먼 데서 온 외인, 더구나 안면이 이처럼 창백하고 봉발(蓬髮 텁수룩하게 마구 흐트러진 머리털)이 작소(鵲巢 까치집)를 이룬 기이한 풍모를 쳐다보면서 짖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어째서 여기 개들은 나를 보고 짖지를 않을까? 세상에도 희귀한 겸손한 겁쟁이 개들도 다 많다. 이 겁쟁이 개들은 이런 나를 보고도 짖지를 않으니, 그럼 대체 무엇을 보아야 짖으랴? 그들은 짖을 일이 없다. 여인旅人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도 연변에 있지 않은 이 촌락을 그들은 지나갈 일도 없다. 가끔 이웃 마을의 김 서방이 온다. 그러나 그는 여기 최 서방과 똑 같은 복장과 피부색과 사투리를 가졌으니, 개들이 짖어 무엇하랴? 이 빈촌(貧村 가난한 마을)에는 도적이 없다. 인정 있는 도적이면 여기 너무나 빈한한 새악시들을 위하여, 훔친 바 비녀나 반지를 가만히 놓고 가지 않으면 안 되리라. 도적에게는 이 마을은 도적의 도심(盜心)을 도적맞기 쉬운 위험한 지대리라.
그러니 실로 개들이 무엇을 보고 짖으랴. 개들은 너무나 오랜 동안, 아마 그 출생 당시부터, 짖는 버릇을 포기한 채 지내왔다. 몇 대를 두고 짖지 않은 이곳 견족(犬族)들은 드디어 짖는다는 본능을 상실하고 만 것이리라. 인제는 돌이나 나무토막으로 얻어맞아서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파야 겨우 짖는다. 그러나 그와 같은 본능은 인간에게도 있으니, 특히 개의 특징으로 쳐들 것은 못 되리라. 개들은 대개 제가 길리우고 있는 집 문간에 앉아서 밤이면 밤잠, 낮이면 낮잠을 잔다. 왜? 그들은 수위할 아무 대상도 없으니까다. 최 서방네 집 개가 이리로 온다. 그것을 김 서방네 집 개가 발견하고, 일어나서 영접한다. 그러나 영접해 본댔자 할 일이 없다. 양구良久에 그들은 헤어진다. 설레설레 길을 걸어 본다. 밤낮 다니던 길, 그 길에는 아무 것도 떨어진 것이 없다.
촌민들은 한여름 보리와 조를 먹는다. 반찬은 날된장 풋고추다. 그러니 그들의 부엌에조차 남는 것이 없겠거늘, 하물며 길가에 무엇이 족히 떨어져 있을 수 있으랴? 길을 걸어본댔자 소득이 없다. 낮잠이나 자자. 그리하여 개들은 천부(天賦 하늘이 줌)의 수위술(守衛術 무엇을 지키는 기술)을 망각하고 낮잠에 탐닉(耽溺 빠져듦)하여버리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타락하고 말았다.
슬픈 일이다. 짖을 줄 모르는 벙어리 개, 지킬 줄 모르는 게으름뱅이 개, 이 바보 개들은 복날 개장국을 끓여 먹기 위하여 촌민(村民 마을사람)의 희생이 된다. 그러나 불상한 개들은 음력을 모르니, 복날은 몇 날이나 남았나 전혀 알 길이 없다.
문밖으로 나오다가 청개구리를 만났습니다.
요즘은 이녀석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시내로 향합니다.
첨성대 부근 작약밭에는 작약꽃이 가득 피었습니다. 안보고 갈 수가 없습니다.
작약은 의성이 유명합니다. 언제 의성으로 작약꽃 구경이나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벚꽃이 지고나자 유채꽃이 피더니 조금 작은 규모의 작약꽃밭에는 이제 작약꽃이 만발했습니다. 이래저래 경주의 봄도 익어갑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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