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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탑 그림자가 그곳에 비칠리가 있나 1

by 깜쌤 2012. 6. 3.

 

오후 1시에 시작하는 결혼식에 참석하려니 하루 일정이 어중간해져 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오전에 출발해야 결혼식장이 있는 보문관광단지에 도착할 수 있으니, 그렇다면 오전에는 사이클링이나 조금 하고 오후에 잠시 쉬었다가 저녁에는 찬양대 연습에 나가기로 했다.

 

 

일단 안압지 부근으로 가본다. 황룡사지와 안압지 사이에 낀 논에선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써레질까지 곱게해둔 논바닥 흙이 무척 찰지게보인다.

 

  

맨발로 논에 들어가 밟으면 보드라운 진흙밭에서 노는 듯한 기분이 들것이다. 적당히 몰캉몰캉해서 모내기할 맛이 나리라.

 

 

박물관 앞에서 울산쪽으로 방향을 틀어 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갔다. 멀리 보이는게 남산이다.

 

 

아침햇살을 머금은 박물관 건물이 상큼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

 

 

지금은 빈논이어도 며칠 안에 모내기가 끝나면 텅빈 벌판이 모조리 푸르게 변할 것이다.

 

 

지금은 뻐꾸기의 계절이다. 7번 국도를 마구 내달리는 대형 트럭들의 엔진소리에 묻혀버리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안스럽기만 했다. 어찌 요즘은 새소리 한번 듣기도 이렇게 힘이 드는가 말이다.  

 

   

7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통일전으로 빠지는 도로를 달릴 생각이다.

 

 

신호등에 걸린 차들이 잠시 멈추어서는 동안이나마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다.

 

 

통일전 못미쳐서 남산기슭에 숨어있는 왕릉에 가보기로 했다. 나는 왕릉입구에 자전거를 세웠다.

 

 

통일전 부근에만 두개의 왕릉이 숨어있다. 분위기가 다 비슷하므로 한군데만 들어가보기로 했다.

 

 

남산자락에는 솔숲이 아주 진하다. 숲이 진한만큼 그늘도 짙어서 여름 더위를 피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말갛게 잘 관리된 이런 길은 너무 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도로에서 백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왕릉이 나온다. 부담없이 갔다올 수 있다. 부담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짧아서 탈이다.

 

 

확실히 소나무 숲에 들어오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왕릉이 보였다. 정강왕릉이다. 신라 후대에 해당하는 50대왕인데 재위 1년만에 죽어 후사가 없었기에 여동생을 왕위에 오르도록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 여동생이 51대 진성여왕이다. 왕릉을 둘러싼 소나무 뿌리들이 어른들 손의 힘줄마냥 땅바닥에 불끈불끈 솟아올라있었다.

 

 

왕은 왕이었으되 뚜렸한 업적이 없으니 어느누구도 기억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다.

 

 

한바퀴 왕릉둘레를 돌았으니 서슴없이 내려갈 일이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잠시 솔바람 소리라도 듣고가는 것이 주검을 눕힌 자에 대한 예의가 되리라.  

 

 

소나무 밑에는 어지간한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데 여긴 그래도 제법 우거졌다. 되돌아나온 나는 자전거를 타고 통일전 앞을 지나갔다.

 

 

통일전 앞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남산등반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주차장이 제법 휑하게 보였다. 여기에다가 차를 대고 남산에 오르는 분들은 그래도 양반 축에 들어가리라. 산 바로 밑까지 차를 몰고 가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

 

 

나는 통일전에서 동방으로 나가는 도로를 따라 달렸다.

 

 

이 도로에는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에는 장관을 이룬다. 

 

 

남산기슭에도 몇년전부터 전원주택이 한두채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좋은 일이지만 좀 그렇기도 하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