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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청운의 꿈이 가득한 경주향교를 둘러보았다

by 깜쌤 2012. 5. 3.

 

최부자집으로 유명한 경주시 교촌에는 경주향교(慶州鄕校)가 있다. 향교란 이름 그대로 하자면 고을에 있는 학교라는 뜻이지만 그 근본은 유교의 이념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에서 찾는게 정석일 것이다.

 

 

계림(鷄林)에서 나온 나는 향교를 향해 걸었다. 숲은 가지에서 움트는 신록의 연한 녹색으로 인해 사방이 싱그럽기만 하다.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지 싶다.

 

 

그리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돌담으로 둘러쌓인 향교의 옆문으로 들어갔다. 열려있는 옆문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관리인이 사는 집인 주사가 반겨준다.

 

 

주사 앞 마당에는 신라시대부터 사용해왔다는 우물이 있다.

 

  

잘 다듬은 돌로 우물터를 정갈하게 덮은후 널빤지를 짜맞추어 뚜껑을 해덮었다.

 

 

우물을 둘러싼 낮으막한 울타리가 정겨움을 더해준다.

 

 

관리인이 사는 건물 마당 안쪽을 보면 문이 보인다. 그 문을 통해 들어가면 향교가 나오게 되어있다.

주사 벽은 회칠을 했다. 확실히 하얀 색깔 벽은 집의 품위를 돋보이게 함과 동시에 정갈함까지 더해주는듯하다.  

 

 

향교로 들어서기 전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뜻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뒤에야 나는 토담 중간으로 솟아오른 대문을 들어서보았다. 잠깐만.....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 주사 맞은편 건물에 눈길이나마 한번 주고 가기로 했다.

 

 

맞은편에는 단아함이 가득배인 건물이 단정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부는 저런 곳에서 해야 맛이리라. 공부를 멋으로 하고 맛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책은 저런 분위기에서 읽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는 말이다.

 

 

향교문을 들어서면 동재의 뒤편이 나를 맞아주었다. 동재서재주사니 하는 낱말을 알아두고 향교서원을 보면 이해하기가 편하다.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이 서재(西齋)다. 동재니 서재니 하는 건물은 일종의 기숙사라고 보면 되는데 보통 중앙의 핵심건물인 명륜당 좌우로 자리잡는다.

 

 

동재 서재를 거느린 가운데 건물이 보통 명륜당이다. 명륜당은 요즘의 강당이나 교실 정도로 보면 된다.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이 명륜당이다.

 

 

서재 뒤편으로 솟아오른 나무에는 새로 돋아난 이파리들이 가득 달렸다.

 

 

동재 앞에는 향교에 묵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나는 저 뒤에 보이는 문을 통해서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다.

 

 

경주향교에서는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통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장소를 빌려주는 모양이다.

 

 

젊은이 한쌍이 향교건물을 차분히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명륜당으로 다가가 보았다.

 

 

대청 한가운데는 명륜당이라고 쓴 현판이 달려있었다.

 

 

청록색으로 칠한 서까래가 인상적이다.

 

 

명륜당 대청 한쪽엔 상(床)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명륜당 대청에 잠시 걸터 앉았다. 하늘에 구름이 동동 떠가고 있었다. 여기서 공부를 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나름대로 청운(靑雲)의 꿈을 키웠으리라.  

 

 

명륜당 뒤편에는 존경각이 자리잡았다.

 

 

향교는 오늘날의 학교체제로 치자면 공립 중고등학교에 해당한다. 서원은 사립 중고등학교로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서당은 초등학교 정도가 되리라.

 

그렇지만 항교가 단순히 학교구실만 한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의 미풍양속을 교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공자를 중심으로 하는 유학의 성현들을 제사지내는 구실도 했기 때문이다.

 

 

명륜당 모퉁이에 서서 서재쪽을 살펴보았다.

 

 

나는 동재 마루에 걸터앉았다. 잠시 쉬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제왔는지 나들이를 나온 일가족이 명륜당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도심의 번잡함을 떠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한나절을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정말 좋다. 고요함과 정갈함과 단정함 말이다. 공맹(孔孟)의 가르침이 중국에서 시작하여 한반도까지 흘러들었다는 정말 대단한 일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평생토록 학문의 길을 걸어보는 것은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법학과 언어학과 역사학 공부였지만 이젠 다 헛것이 되고 말았다.   

 

 

명륜당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