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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부근에는 선비들이 가득하다 3

by 깜쌤 2012. 5. 19.

 

가끔씩 뱉어내는 관광객들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취한대를 감싸고 있는 고요함을 깨뜨렸다.

 

 

최근에 청소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 기둥의 색깔이 너무 밝은듯했다. 

 

 

죽계천 건너편으로 보이는 작은 문이 소수서원 정문이다.

 

 

취한대라는 이름은 퇴계선생이 지었다고 한다. 취한(翠寒)이라는 말뜻은 '푸른 연화산의 산기운과 맑은 죽계의 시원한 물빛에 취하여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긴다'는 뜻에서 송취한계(宋翠寒溪)의 비취 취(翠)자와 차가울 한(寒)자에서 따왔다고 한다. - 선비촌 안내 유인물에서 옮겨옴

 

 

때를 말끔하게 벗겨낸 마루바닥에는 누가 던져놓고간 팜플렛이 누워있었다.

 

 

기둥사이로 보이는 솔밭의 소나무 줄기가 일품이다.

 

 

멋진 액자 속에 녹아든 자연풍경이 일류화가의 작품보다 낫다.

 

 

죽계(竹谿)의 맑은 물 건너편에 소수서원의 출입문이 단정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서원 입구부터 봐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까 내가 건너온 징검다리가 보였다.

 

 

나는 왔던 길을 되짚어걸었다.

 

 

그 바람에 경(敬)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경자바위를 못보고 말았다.

 

 

이젠 서원의 입구로 갈 차례다.

 

 

등산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새댁들 앞에 엄청나게 큰 은행나무가 그 어마어마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면 노거수(老巨樹)라 할만하다.

 

 

짐작이 맞았다. 보호대상으로 정해진 보호수였던 것이다.

 

 

개울쪽으로 다가섰더니 건너편의 취한대가 보였다.

 

 

이제 서원의 정문이 나타났다.

 

 

규모도 클뿐더리 무엇보다 깔끔해서 좋았다. 모든 곳이 다 이렇게 단정했으면 좋겠다.

 

 

서원 입구 오른쪽에는 멋진 정자가 자리잡고 있다. 경렴정이라는 곳이다.

 

 

 

안내도를 안보고 가면 나만 손해다. 정보가 담긴 시설물은 반드시 훑어봐야 한다.

 

 

내가 지금까지 서원입구라고 했던 곳은 지도문(志道門)이다. 한자를 써서 표시해두니 이해하기가 한결 쉬웠다. 매표소로부터 지도문까지 이어지는 솔숲은 학자수(學者樹)라고 한단다. 이름 하나하나가  참 멋지다. 학자수라..... 마지막 수(樹)자는 나무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서원은 요즘 말로 치지만 사립교육기관이다. 학교라는 말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학교나 도서관같은 곳에서 스며나오 독특한 분위기와 냄새가 좋은 것이다.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을 새긴 돌비가 보였다.

 

 

소수서원은 사적 55호다.

 

 

경렴정이라.....  중간에 보이는 글자가 어렵다.

 

 

경렴정 앞에도 커다란 은행나무가 버티고 서있었다.

 

 

나는 찬찬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나만의 독특한 구경법이다. 그냥 휙 보고 지나가는 것은 딱 잘색이다. 두번 온다는 것은 거의 거짓말이므로 가능하면 천천히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아는 상식이 없으니 매양 겉만 보고 지나치고 마는 것이다. 

 

내가 가진 그릇이 작으니 소인이 되었고, 머리에 지닌 지식이 부족하니 어리바리한 자가 되고 말았다. (어리바리가 표준말이고 글 끝머리마다 붙이는 어리버리는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길래 나는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반성한다는 뜻으로 글 끝마다 어리버리라는 말을 붙인다

 

 

작은 보를 쌓았더니 물이 고였다. 물없는 풍경은 삭막함 그 자체다.

 

 

경렴정 안에는 작은 글자판들이 가득했다.

 

 

누가 어떤 뜻으로 썼는지 모르겠다. 한자 실력이 너무 떨어지는 탓이다.  

 

 

결국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야했다. 몇군데를 뒤져 간신히 유래를 찾아냈다. 이 건물은 물론 최근에 전면적인 보수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주세붕 선생이 이 서원을 건립할때 만든 정자란다. 경(景)자는 서원에서 모시고자 했던 안향 선생을 기리고 높이는 의미에서 취해왔고, 렴(濂)자는 염계(濂谿)라는 호를 썼던 중국의 학자 주돈이를 기린다는 뜻에서 가져왔단다. 앞에 보이는 현판의 글씨는 신재 주세붕 선생의 작품이라고 한다.  

 

 

경렴정에서 맞은편을 본 모습이다.

 

 

경렴정에서 아래를 보면 죽계가 보인다. 그러니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기에 딱 알맞은 장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경렴정은 그런 의미에서 지었다고 한다.

 

 

초서로 된 멋진 현판이 보이는가? 퇴계의 문인이었던 고산 황기로라는 어른이 쓴 글씨란다. 그저 사람은 모르면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여름 같으면 매미소리가 울창했을텐데 봄이어서 그런지 사방은 고요하기만 했다. 갑자기 내가 학생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