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에 쑥버무리를 먹게 되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쑥털털이라는 말로 나타내기도 한다. 쌀가루나 밀가루에 버무린 쑥을 쪄서 먹는 음식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에 참 많이도 굶었다. 밥이 없어서 아침으로 쑥털털이를 몇점 집어먹고 학교에 간 기억도 제법 된다. 이것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면 그나마 행운이라고 해야한다.
설탕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시절이었으니 사카린(Saccharin)을 설탕 대용으로 넣었다. 사카린이 많이 엉겨서 들어간 부분을 집어먹으면 단맛이 지나쳐 쓴맛이 날 지경이었다. 쑥버무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금도 약간 넣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소금맛과 단맛이 적당하게 어우러진 그 맛을 어찌 잊을까? 위키백과에서는 사카린(saccharin)을 "대표적인 단맛을 내는 인공 첨가물(감미료)의 일종으로 정의하고 있다.
감자밥도 많이 먹었다. 밥에다가 감자를 쑹덩쑹덩 썰어넣어서 밥그릇에 밥이 반, 감자가 반이었던 기억이 새롭다. 무밥도 자주 해먹었는데 나는 무밥만은 먹을 수가 없었다. 배가 그렇게 고픈데도 이상하게 무밥은 넘어가지 않았다. 무밥을 주는 날은 영락없이 굶었다. 무밥이라고 하니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조차 못하지 싶다. 무를 잘게 채썰어 밥을 지을때 쌀 위에다가 얹고 익힌 뒤에 밥과 함께 섞어 먹는 것이다. 나는 그게 왜 그리 역겨웠는지 모른다. 음식을 거의 가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무밥에 대해서만은 아직도 낯을 가린다.
어제 저녁에는 아내가 작년에 만든 떡 가운데 마지막이라며 쑥떡을 조금 꺼내주었다. 그동안 냉장고의 냉동실에 보관해오던 것을 녹여서 준 것이다. 낮에도 직장에서 다른 동료분이 만들어온 쑥떡을 조금 먹었으니 하루종일 쑥으로 산 셈이다. 먹을 양식이 매일매일 공급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요즘처럼 다양한 음식을 아무때나 항상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 큰 행운을 누리고 사는게 아니던가?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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