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들렀더니 저에게 택배물이 도착해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이름자와 주소를 정확하게 모르시는 분이 교회로 보내신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분의 함자를 정확하게 모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하고 계시는 것만 아는 분인데 어쩌다가 레코드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블로그에 올린 글내용에 대한 댓글과 답글로 말입니다.
그 분은 제가 어느 교회를 섬긴다는 사실만을 아시고는 교회 주소를 쓰시고 깜쌤장로라고 보내셨는데 그게 용케 또 배달이 되었습니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싱긋싱긋 웃었습니다. 대강 짐작되는 것이 있어서 고마움과 설레임을 가득 안고 조심스레 뜯어보았습니다.
오돌토돌한 비닐 포장지속에 귀한 물건이 들어있었습니다. 무엇인지 단번에 감을 잡았습니다.
빨간 꽃그림이 들어있는 자그마한 카드 속에는 아주 짧은 글이 들어있었습니다. "깜쌤님, 편하게 음악감상 하시길 원하여 제 이름도 쓰지 않았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귀한 선물을 보내시면서도 성함조차 밝히지 않은 그분께 거듭 고개숙여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올해 4월 8일이 부활절입니다. 제가 생활근거지로 삼고있는 경주에서는 부활절 연합예배와 성탄절 연합예배때는 거의 예외없이 헨델의 메시아(어떤 분은 메시야라고도 씁니다) 중에서 할렐루야를 부릅니다. 헨델의 메시아 전곡이 들어있는 레코드판이니 이것은 정말 귀한 것입니다.
헨델의 메시아 속에는 제가 좋아하는 곡도 제법 많습니다. 지구인이라면 거의 다 아는 할렐루야는 수십년을 불러왔습니다. 찬양대안에서 테너 파트를 맡아하므로 테너 파트의 악보는 거의 외우고 있습니다.
레코드 명가였던 EMI사에서 제작한 판입니다. 어저께는 퇴근하면서 학교부근의 재활용 가게를 둘러서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턴테이블이 있는가 싶어서 살펴보았지만 없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턴테이블이 몇달째 고장상태여서 새것을 보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턴테이블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보내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빨리 들어봐야하는데...... 이런 실례가 어디있겠습니까?
오늘은 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갈까 합니다. 가는 길에 시골 가게라도 둘러봐야할 것 같네요.
요즘은 이런 LP판을 보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고 힘듭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귀한 것을 보내주셨으니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글로우웜님!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될 수 있는한 빠른 시간안에 턴테이블을 손본 뒤 반드시 곧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내 형통하시고 안녕히 계시기 바랍니다.
깜쌤
드림
'사람살이 > 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쑥털털이를 먹다 (0) | 2012.04.05 |
---|---|
한번 씩은 간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0) | 2012.03.30 |
대구 나들이 - 옥상에서 내려다보다 (0) | 2012.03.11 |
영어공부에 아주 유용한 책을 받았다 (0) | 2012.03.08 |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0) | 2012.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