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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낙원에서 지상으로 4

by 깜쌤 2011. 11. 1.

 

고개 정상에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그냥 마구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한다. 이제부터는 평평한 고원이라는 이야기다.

 

 

반달이 버스를 따라오고 있었다. 초원에 점점이 박힌 야크떼들이 초록실크위의 까만점처럼 느껴졌다. 

 

 

언제 이런 풍경을 또다시 눈에 넣을 수 있으랴?

 

 

유목민이 쳐놓은 천막들이 어쩌다가 한번씩 나타나는 것 말고는 초록 융단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한번씩은 하얀 털색을 지닌 양떼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초원사이를 헤집고 들어선 작은 실개울들이 보이기도 했다. 겨울에는 인정사정없이 얼어붙어버리리라.

 

 

어쩌다가 작은 시골마을이 나타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원초적인 정겨움을 느꼈다.

 

 

하늘과 구름과 풀밭뿐이다. 단순해서 좋았다.

 

 

낙원같은 여기를 침입해 들어온 인간들이 문제였다. 파헤치고 뒤집고 긁어가며 대지에 상처를 만들어나가는 인간들.....

 

 

인간이 가지는 아련한 그리움의 원초는 초원에서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초원에 서면 그리움만 남지 싶다.

 

 

새로운 도로를 닦는가 보다. 파헤친 초원과 건설장비들이 눈에 가시가 되어 박히는듯 했다.

 

 

파헤쳐놓은 흙들이 흉물스러운 잔해가 되어 초록 융단위에 나뒹굴었다. 그러다가 우리가 탄 버스는 초원위의 작은 도시에 들어섰다.

 

 

일단은 화장실부터 가야했다. 공짜가 아니다. 사용료는 1원이었는데 완전 재래식이었다.

 

 

모두들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둘렀다.

 

 

버스를 따라온 저녁달이 하늘에 걸려있었다.

 

 

2층버스의 옆모습이다. 이제 구조가 대강 이해되지 싶다.

 

 

청수하라는 도시였다. 도시랄것도 없는 작은 마을정도지만 이 부근에서는 제법 큰 마을이다.

 

 

버스 옆을 서성거리는 개한마리가 보였다. 장오였을까?

 

 

제법 순하게 그러면서도 실하게 생겼다.

 

 

얼굴이 보라색으로 보였던 사내였는데 무뚝뚝했다. 장족 경찰이었던가 보다. 제복을 입혀놓으면 괜히 힘이 들어가는 그런 존재들이랄까?

 

 

 공사중인 집들이 길가로 보였다.

 

 

초원위에 놓인 덩그렇게 놓인 도시라고 하면 되지 싶다. 위치나 구조가 그렇게 단순했다.

 

 

도로가에 설치된 많은 당구대들이 눈길을 끌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기는 놀이같았다.

 

 

장족들의 모습은 사진으로만 보아온 잉카족들같다. 어찌보면 하층 멕시칸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보면 등장인물만 달라진 서부영화의 조연들같기도 했다.

 

 

그런 엑스트라들이 가득한 마을이라고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았다.

 

 

모두들 다 나와서 노는 분위기다. 일은 누가 하는지 모르겠다.

 

 

중절모와 카우보이모자를 눌러쓴 불한당들이 우글거리는 서부의 카페라고 해도 곧이 들을만한 분위기다.

 

 

나는 괜히 안타까워졌다. 저들에게 독립의지는 있기나 한 것일까?

 

 

너무 무능했던 조선정부가 을미사변과 아관파천같은 일을 당하며 세계인들에게 외면당했던 역사를 이들도 되풀이하고 있는게 아닐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식과 자기자존심이 없는 민족에게는 앞날이 없는 법이다.

 

 

청수하를 벗어나 한참을 달렸더니 드디어 호수가 가득한 고원지대를 통과하기 시작했다. 곳곳이 호수였다. 황하의 발원지를 지나고 있는게 아닐까?

 

 

물웅덩이에 빠진 구름 조각들이 움직일줄도 몰랐다. 서서히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도 차츰차츰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고......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 눈을 떠보았더니 버스는 험하디 험한 고개를 감아돌고 있었다. 사방이 깜깜한데 버스 차체에 매달린 불빛이 주위를 조금 밝히고 있었을뿐 천지가 모두 검정세상이었다. 고개를 오를때 간혹 뒤차에서 비추는 전조등이 우리 주위를 훑고 지나가기도 했다.

 

나는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다. 몸무림을 쳤는데 앞자리에 누웠던 친구가 내 무릎을 흔들었다. 잠이 깼다. 밖이 조금 훤해오기 시작했다. 다시 졸다가 눈을 떴을때 버스는 고개를 내려가고 있었다. 경치가 조금씩 익수해지기 시작했다. 서녕 부근에까지 온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