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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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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11 중국-대륙의 극과 극:산동, 청해성(完

낙원에서 지상으로 1

by 깜쌤 2011. 10. 27.

 

우리는 내려가기로 했다. 산기슭 풀밭에 자리를 깔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과자 부스러기를 몇개 주워먹고 난 뒤였다.

 

 

여기를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 잊어버리기 전에 이 아름다운 경치를 가슴에 담아두고 눈에 넣어두고 머리에 기억해두어야 했다.

 

 

나는 산자락에 터를 잡고 사는 꽃들에게도 작별 인사를 해두었다.

 

"안녕!"

 

 

우리는 조심스레 산을 내려왔다. 절벽을 내려와야 했으므로 올라갈때보다 더 조심하며 살살 걸었다.

 

 

절이 있는 마을에 내려오자마자 어떤 라마승이 우리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달려왔다. 왜 그러는가 싶어서 의아해했는데 그는 놀랍게도 ㅂ형님이 흘려버린 선글래스를 가지고 쫒아왔던 것이다.

 

아마 아까 산에 오를때 모르고 흘린 것을 주워두었다가 우리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그렇다. 여행은 이런 맛에 하는 것이다. 경치가 좋아서 낙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순박한 사람을 만났을때 찾아간 여행지가 진정한 낙원임을 느끼는 것이다.  

 

 

라마승과 친구 몇몇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맙소! 라마승들이여. 모두 잘 계시오. 당신들의 착한 마음들은 꼭 기억해두었다가 나중 여행기를 쓸때 반드시 소개해 드리리다."

 

 

선글래스를 전해준 라마승은 지극히 당연한 일을 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서 걸어갔다. 우리는 집 뒤로 보이는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것이다.

 

 

우리는 다시 절간을 빠져나왔고 차를 타고 옥수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다.

 

 

포장도 안된 시골길 가에는 천막집들이 보였다.

 

 

이들의 임시가옥은 아닐테고......

 

 

몽골 계통의 사람들이 머무는 곳일까?

 

 

어쩌면 유목생활을 하는 장족 사람들의 여름나기용 천막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탄 자동차는 다시 옥수시내를 향해 달렸다.

 

 

아까 우리가 지나쳐왔던 호수가 나왔다.

 

 

물색이 고왔다.

 

 

우리는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하늘색은 더 고왔다.

 

 

하늘은 높았고 구름은 동동 떠서 흘렀다.

 

 

구름들이 산을 넘으면서 그늘을 만들기도 했다.

 

 

물에다가 손발을 담궈보지는 않았지만 엄청 찰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길을 따라 계속가게 되면 티벳으로 가게 되리라. 언젠가는 꼭 가보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눈에 보이는 길모퉁이마다 이상하게도 아스라한 그리움이 마구 묻어났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언젠가는 다시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과 느낌은 가슴속에 묻어두고 우리는 가던 길을 계속가기로 했다.

 

 

이런 경치를 다음에는 어디에서 만나랴?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또 만나랴?

 

 

오늘 여기를 떠나면 이번 여행에서 다시는 이런 푸른 하늘을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호수를 지나 시가지 쪽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속에 야크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녀석들은 이 선선한 날씨 속에서도 더위를 느끼는지도 모른다.

 

 

야크는 기온이 15도 이상 올라가면 고통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른다고 한다.

 

 

시내로 돌아가는 도로위에 야크 한녀석이 차를 막고 섰다.

 

 

인간이 모는 무시무시한 흉기가 자기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그런 상황을 파악한 녀석은 도로상태를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우리를 한번 더 쳐다보고는.....

 

 

방향을 바꿔 도로 바깥으로 걸어나갔다. 느릿느릿......

 

 

개울물가에 새로지은 시골마을이 보였다. 모두들 새집이었다.

 

 

같은 디자인과 크기로 지은 규격화된 집이지만 새동네여서 그런지 깔끔함이 묻어났다. 그래도 살아온 전통은 버리지 못하는지 개울가 빈 공터에는 천막집들도 보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