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이야기한 소설과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의 실제 무대를 놓고 사람들 사이에 말이 많았다. 요즘 관광은 스토리텔링이 대세라고 한다. 그렇다. 관광지에 스토리가 없으면 그건 앙꼬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산자락에는 하얀 탑이 하나 서있었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저 하얀 탑에 갖다 붙이면 이런 식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은 우연한 기회에 중국인 장족 출신의 요리사 한사람을 알게 된다. 싱가포르에 와서 식당 주방장으로 일하던 사나이였는데 그는 중국 서남부 옥수라는 작은 도시 부근의 상바라 촌에서 온 사람이었다.
중국인의 이름은 '상바그리'였다.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했던 상바그리는 향수에 젖은 상태로 자기 마을에 전해오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영국인 친구 제임스 힐튼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중국인 주방장이 전해준 낙원 이야기에 깊이 감동받은 소설가 힐튼이 영감을 얻어 며칠밤 사이에 써내려간 소설이 바로 '잃어버린 지평선'이다.
중국인 주방장이 살았던 마을 상바라에서 조금만 더 동쪽으로 가면 산자락에 거대한 초르텐이 있는데 그 부근에 하얀 탑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 주방장이 사랑했던 여자가 그 산자락 밑에 살았기로 두 사람은 탑 부근에서 자주 만나 사랑을 엮어나갔다고 한다."
이 정도로만 꾸며도 교과서나 소설책을 통해서 소설을 읽었거나 영화를 본 사람들은 사건의 현장을 찾아 옥수까지 찾아오게 되어 있다. 이런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관광지 유적 속에 스토리텔링이 녹아든다면 더없이 현명한 일이건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기법을 사용하는데 너무 약하다.
소설가 현진건의 작품 중에 <무영탑>이라는 소설이 있다. 1936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운수좋은 날>이 잇다. 예전의 예비고사나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그리고 장학퀴즈 같은 프로그램에 소설의 일부분이 한번씩 출제되어 더 유명해졌다.
경주시에서는 경주 출신 작가인 박목월 선생이나 김동리 선생만 집중부각시킬 것이 아니라 현진건의 무영탑의 배경이 되는 영지(影池)같은 장소도 관광명소로 부각시킬 수 있건만 착상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선덕여왕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 재미를 본적이 있다. 소설 무영탑에 등장하는 남녀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제법 재미있다. 중국에서는 티벳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장족들을 대상으로 해서 줄기차게 문성공주를 팔아먹는다.
조금 더 있으면 제임스 힐튼과 '샹그릴라'를 팔아먹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샹그릴라라는 이름을 선점한 도시가 있다. 이미 옥수는 한발 늦은 것이다. 샹그릴라라는 이름으로 개명(改名)을 한 도시가 나왔다는 말이다.
운남성의 장족 도시 종디엔이다. 한자로는 중전이라고 쓰는 곳인데 도시 이름자체를 샹그릴라 시로 고쳤다. 덕분에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특히 백인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잘 살펴보면 소설책 한권쯤은 기본으로 들고다닌다. 무슨 소설 같은가? 당연히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다.
일본 큐수섬 서부해안에 나가사키라는 도시가 있다. 세계 제2차대전때 히로시마와 함께 원자폭탄을 얻어맞은 도시로 유명하다. 원자폭탄 피폭지로도 유명하지만 나가사키는 음악적으로 더 유명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기차를 타고 나가사키를 간다면 음악을 유심히 들어보기 바란다. 나가사키 역 도착 직전에 기차 속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푸치니가 작곡한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나비부인)" 중에서 "어느 개인날 "이라는 오페라 아리아가 나오는 것이다. 나가사키시는 그것을 팔아먹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촬영지나 무대가 되었던 곳을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해서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기도 한다. 그런 것에 눈을 빨리 뜨는 지방자치단체가 돈을 벌게 되어있다.
미국 출신의 소설가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 1783-1859)이 쓴 유명한 작품이 있다. 영어교과서에도 한번씩 소개된 글이어서 아는 분들이 많지 싶다. 주인공은 립 밴 윙클(RIP VAN WINKLE)이라는 가엾은(?) 늙은이다.
소설의 무대가 된 곳은 미국 동부의 뉴욕주(뉴욕 시가 아니다) 북부 캐츠킬 근처라고 전해진다. 나야 물론 못가본 곳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 소설의 번역본을 읽어보았다.
“허드슨 강변에 있는 작음 마을에 잔소리꾼 마누라를 둔 게으름뱅이 립 반 윙클이 살았다. 어느날 그는 애견과 함께 캐츠킬산으로 사냥을 갔는데 큰술통을 지고 가는 노인들을 만나서 따라가게 된다.
노인들과 함께 어울렸던 립 반 윙클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는데 깨고 난 뒤에는 노인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보고 소스라쳐 놀라게 된다. 그 사이에 20년의 세월이 흘러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뉴욕주 캐츠킬산 부근마을에서는 이 소설의 내용을 요리조리 튀겨서 찜쪄 팔아먹는다. 당연히 소설가가 최후를 보낸 장소도 관광명소로 뜨는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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