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밑에서보는 경치와 위에서 보는 경치는 완전히 달랐다.
풍경이 탁 트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 오른쪽에 산모롱이 근처에 보이는 마을이 향파랍이다. 이 글을 쓰면서 구글 지도를 보고 확인했다.
산으로 조금씩 올라갈수록 보이는 범위가 넓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니던가?
우리는 골짜기 오른쪽에서부터 올라온 것이다. 나중에 우리는 오른쪽으로 해서 옥수로 돌아갈 것이다. 아까 부처가 새겨진 절에서 보았을때 위에 올려다 보이던 절벽위의 집이 건너편에 보였다.
골짜기가 엄청 너른 것으로 보아 비행장을 건설하는게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 같다. 구글 위성지도로 확인해보니 저 너른 골짜기 안에 실제 비행장이 존재했다. 옥수지구를 개발하기 위한 비행장 건설이 이제 완료된 것이다.
절벽 위에도 초르텐을 걸어두었다. 건너편 절벽 위에서 보는 경치는 일품이겠다.
저런 곳에 살면 굳이 도를 닦지 않더라도 도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어찌보면 여기가 이상향일지도 모르겠다.
이 자그마한 건물에도 사람이 살았다. 올라오는 길이 제법 가파르게 되어 있어서 조심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방심해서 미끄러지면 절벽 밑에서 신체에 이상이 있는채로 만나야 한다.
문성공주묘를 찾아가는 첫번째 글에서 티벳어에 '샹바라'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상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한자로는 향파랍(香巴拉)이라고 쓴다고도 했다. 나는 여기에서 샹그릴라를 생각했다. 한자로 향격리랍(香格里拉)이라고 쓰고 '샹그릴라'라고 발음하는 말도 이상향을 나타내는 말이다.
여기만 해도 해발고도가 4천미터는 넘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 중이다.
저 멀리 위로는 암봉을 정수리에 단 산봉우리가 하늘로 솟아있었고 초르텐을 이루는 깃발들이 산들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아, 세상에 이런 곳이 또 있다는 말인가? 엄청난 골짜기와 광활한 대지와 드넓은 목초지! 겉으로만 본다면 정말이지 낙원이겠다.
골짜기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몫을 더하고 있었다.
하늘은 또 어떻고? 나는이 푸른 하늘이 보고파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게 룽다(風馬)이다. 깃대에 매단 기다란 천에다가 불경을 적어서 세워놓은 것이다. 티벳 달력의 설날에 해당하는 1월 3일에 새 것으로 바꿔세운단다.
여긴 누가 다녔던 길일까? 오솔길 끝자락에도 룽다가 보였다.
티벳사람들의 불심의 한도는 어디까지일까?
이들이 다른 종교를 믿었더라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생활을 해나갔을까라는 의구심이 머리 속에 가득했다.
나는 여기에서 운남성 여강(리지앙)의 옥룡설산을 떠올렸다. 어찌보면 풍경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옥룡설산에서는 타르초와 룽다를 만나보기는 어려웠었다. 거기와 여기는 사는 민족이 다르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시간만 좀 더 넉넉하다면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수 있으련만......
같이 온 일행은 뒤에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숨이 차는 모양이다.
나는 그들이 올라올때까지 기다리며 하늘을 감상하기로 했다. 하얀 뭉게구름이 솟아오르기도 하고 흰구름이 동동 뜨기도 했다.
풀밭에는 꽃들이 소복소복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름에는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갈 수 있는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북한에 있다는 개마고원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거기는 어떤 모습일까 싶은 궁금증이 가슴속으로 마구 치밀어 올라왔다.
더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애써 참기로 했다.
사실 저 꼭대기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무리는 아니다. 이제는 고산체험을 자주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는 적응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가능하다고 해서 만사가 다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함께 온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이런 배낭여행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팀멤버들간의 상호신뢰와 교류와 협동심을 무시하면 여행 자체가 힘들어지고 괴로워지기 마련이다.
나는 일인용 휴대용자리를 꺼내고는 펴서 앉았다. 저 멀리 향파랍마을이 보였다. 갑자기 그리움이 왈칵 솟아올랐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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