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존재를 향해 자기의 간절한 바램을 빈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빈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한 특권적인 신의 은혜가 아닐까 싶다. 신이 안계신다면 빌거나 기도할 필요가 있을까?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티벳에 중국스타일의 불교를 전해준 이는 문성공주(文成公主)다. 그녀는 서기 623년경에 출생해서 680년경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설에 의하면 당태종 이세민의 조카딸이라고 한다.
그녀는 독실한 불교도여서 티벳에 불교를 전파했다고 한다. 그녀가 시집을 갈때 많은 수의 불교서적과 승려를 함께 데리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분명 라사로 시집을 간 것인데 묘는 여기에 있으니 거기에 관한 사연은 잘 모르겠다.
문성공주묘라고 전해지는 것이 단순한 건물인지 아니면 공주의 시신이 여기에 묻혀있는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티벳을 대표하는 라사의 포탈라 궁전건물도 그녀를 위해 지은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 것을 보면 그녀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된다.
그 한사람의 영향으로 오늘날까지 이렇게도 엄청난 불교유산을 남긴 것이라면 할말을 잃고 만다. 공산주의 이론을 만들어낸 칼 마르크스는 종교는 아편이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는데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아편보다 무서운 종교의 힘을 보여주는 이 모순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정말이지 황당하기만 하다.
긴 밧줄에다가 만국기같은 깃발을 매어단 이런 존재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서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했지만 정확한 용어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안군님의 댓글을 통해서 드디어 핵심 용어를 찾아내게 되었다.
타르초(=타르쵸)였던 것이다. 긴 줄에다가 사각형 모습의 깃발을 가득 달아놓은 것의 이름이 타르초였다. 라마탑 뒤로 바람에 펄럭이는 타르초를 볼 수 있다. 온 산에 타르쵸가 가득했다.
타르초만 가득한게 아니었다. 개울가로 지나가는 도로의 옹벽을 보라. 옹벽위 시멘트 난간에는 불경을 적어두었다. 타르초에 잘 적는다는 그 유명한 '옴마니 반메훔'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티벳 글자가 씌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타르초를 이루는 천 한장마다 쓰여진 글자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옴마니 파드메훔(옴마니 반메훔)이라고 한다는데.....
우리는 산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갔다. 길에도 산에도 모조리 타르초였다. 안터넷을 검색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타르초의 색깔은 우주의 다섯가지 원소를 나타낸다고 한다. 파란색은 하늘을, 노란색은 땅을, 빨간색은 불을, 흰색은 구름을. 초록색은 바다를 상징한단다.
우리는 저 도로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온 뒤 이리로 올라왔다.
룽다란 것도 있다. 긴 장대에 매달아놓은 한폭의 길다란 깃발이라고 보면 된다. 어떤 곳에는 룽다를 가득 세워두기도 했다. 그 모습은 나중에 소개해 드린다. 티벳 사람들은 타르초가 있는 고갯마루에 오르면 향을 피우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의 평안함과 환생을 빈다고 한다.
타르초가 가득하게 걸린 산을 올랐다. 길이 제법 반들반들했다.
절벽밑에 보이는 황금색 지붕을 가진 건물이 있는 곳 앞에서 우리가 내렸었다.
보라색 들꽃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경치를 조금 끌어당겨보았다. 문성공주묘의 분위기를 파악해보자는 뜻이다.
우리는 저 아래에서부터 자동차를 타고 올라온 뒤 내려서 지금은 산길을 걷고있는 중이다.
산봉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온 산 전체에 타르초가 가득 걸려있음을 볼 수 있다.
어쩌다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작은 나무가지에도 묶어두었다. 비닐봉지를 가지고도 묶어두었다.
이 놀라운 종교적인 열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그런데 그들은 왜 이렇게도 가난한 모습으로 다른 민족에게 눌려가며 살아야하는 것일까? 칼 마르크스의 말대로 종교라는 아편에 취한 까닭일까? 잘살고 못사는 것으로 종교의 우열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도대체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밀려왔다.
어느 정도 올라오자 길은 문성공주묘가 있는 뒷산으로 꼬부라져 있었다. 이제사이해가 되었다. 이 길은 순례길인 것이다. 그러길래 아까 라마승 한사람이 양산을 펴들고 이 길을 따라 걸었던 것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길을 따라 방향을 틀었다.
초르텐 사이로 저어기 저밑에 도로가 보인다.
라마탑도 보였다.
그런데 조심할 일이다. 방심하면 큰일난다. 여기서 미끄러지면 그냥 황천길이다.
저 멀리 티벳으로 가는 중심도로가 보였다.
이건 새로 설치한 초르텐인 모양이다. 색깔이 선명했다.
도로 건너편 산에도 깃발들이 가득했다.
나는 여기에서 까닭모를 슬픔을 느꼈다. 종교적인 열정은 좋지만 종교에다가 모든 것을 다 걸어놓고 산다면 인생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해탈과 극락왕생! 그게 삶의 전부일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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