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내버스 3번을 탔다. 요금은 1원이었다. 버스안은 만원이어서 배낭도 간신히 내려놓을 정도였다. 내가 서있던 곳 앞에 앉아있던 아가씨가 영어로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녀는 무한(武漢)에 살고 있는데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서 서녕에 피서를 왔다고 한다. 호텔이 만원이어서 간신히 예약을 했다며 호텔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을 해주었다.
일본어를 전공한다는 그녀는 친절하게도 차 안의 사람들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어떤 중년의 사나이를 가르키며 저 양반이 내릴때 같이 내리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원래 하는 일이 잘되는 사람이어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 있어도 꼭 있다는 느낌이 강한데 그런 느낌은 거의 틀림이 없었다.
우리는 사나이를 따라 내렸고 그는 이 부근에 호텔이 있다는 정도로만 이야기를 하고는 사라져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내린 장소는 청해성박물관 부근이었던 것이다. 버스안에서 대화를 나눈아가씨에게 명함이라도 한장 주지 못하고 내린 것이 끝내 마음아팠다.
노란색 점이 있는 곳이 청해성박물관이다. 빨간색 점은 우리가 3번 버스에서 내린 지점이고 분홍색점은 우리가 묵었던 호텔의 위치를 나타낸다. 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은 두팀으로 나누어 P형님과 S군은 짐을 보도록 남겨두고 친구와 나는 호텔을 구하러 갔다.
첫번째 들른 곳은 가격도 비쌌을뿐만 아니라 이미 만원이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때 내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찾아가서 알아보니 방이 있었다. 요금은 240원이었다. 1인당 120원인 셈이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묵기로 결정했다. 미리 체크인을 해두고 나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멤버들에게 돌아가야만 했다.
우리 멤버에게 돌아온 나는 정색을 하고 이야기를 꺼냈다. 좀 놀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형님, 지금 서녕시내의 호텔 사정이 장난아니게 심각합니다. 우리가 가본 모든 호텔이 모두 만원이었습니다. 간신히 일인당 200원을 주고 호텔을 하나 구해두었는데 시설이 말이 아닙니다. 주인이 큰소리를 치면서묵으려면 묵고 말라면 말고 하는 식으로 나오는데 별 수 없이 묵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팀장이 하자는대로 해야지. 뭐 별 수 있나?"
확실히 P형님은 너그러우셨다. 몇번 같이 여행을 다녀본 선배인데 대인이었다. 불평하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분이기도 했고...... 배낭여행이든 패키지 여행이든 일행을 잘만나야 한다.
다시 만난 우리들은 배낭을 메고 호텔을 향해 걸었다. 박물관 옆에 작은 여행사가 있길래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기차표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 서녕에서 다시 청도(靑島 칭다오)로 나갈 경우를 대비해서 예매가 가능한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쪽에서 시커먼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우리를 덮치기 전에 호텔로 빨리 가야만 했다. 이내 빗방울이 조금씩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무엇이든지 잘되는 사람들이니 결정적으로 내리는 큰비는 피할 수 있었다.
"아니, 무슨 호텔이 이렇게 좋은가? 멋지네그려."
P형님과 명문대 다니는 총각은 은근히 좋아했다. 이제 서녕에 도착을 했으니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했다. 서녕 부근을 보고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청해성의 오지인 옥수(玉樹)까지 갈 것인지를 말이다.
팀을 이끄는 팀리더는 이럴때 괴롭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본 결과 옥수까지의 거리는 800킬로미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0킬로미터라...... 버스를 타고 그 거리를 이동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가 430킬로미터 정도인데 이 정도 거리라면 약 두배가 된다. 도로 사정도 모르는데 그런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것도 침대버스를 타고 견뎌내어야하니 기가 찰 일이다.
하지만 장고를 거듭하던 나는 결국 나는 서녕 부근만을 둘러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옥수에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이니 한번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일먼저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야만 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서녕역 부근에 있다는 장거리 버스터미널을 찾아가야만 했다. 중국인들은 버스터미널을 장도기차점이라고 부른다.
네명이 한꺼번에 움직일때는 택시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몰 시간도 촉박한데 버스노선표를 구해서 고생하며 다닐 일이 없는 것이다. 서녕은 그런대로 깨끗한 도시였다. 청해성(靑海省)의 성도(省都)답게 깔끔했다. 감숙성의 성도가 난주라면 청해성의 성도는 서녕이다.
택시 요금은 10원 정도였다. 버스를 타면 4원을 써야한다. 이런 것을 가지고 비교해보면 택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서녕 장도기차점에 와서 확인해보았더니 문이 잠겨 있었다. 하기사 북경시간으로 치면 벌써 오후 7시 반이 지난 시각이다.
어떤 사람이 와서는 말을 붙여온다. 그는 우리에게 내일 아침 6시 경에 문을 열게 될 것이니 그때 오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붙들어타고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말이다, 서쪽 하늘이 불붙고 있었다. 이게 무슨 횡재인가 싶다.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이런 기회는 드물다. 마구 찍어두어야 한다.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저녁노을도 너무 선명하기만 했다.
아름다운 저녁노을 보았으니 이젠 저녁을 먹을 차례다. 우리는 대중음식점을 찾아갔다.
서민들이 모이는 음식점이니 가격부담이 없다. 내일은 옥수로 떠나야하니 조금 거하게 먹기로 했다. 우리가 주문한 요리는 다음과 같다. 바로 위 사진은 회과육이다.
1. 마파두부(麻婆豆腐) - 너무나 유명한 두부요리다 : 9원
2. 회과육(回鍋肉) - 삼겹살 두루치기 정도로보면 된다 : 18원
3. 궁포육정(宮暴肉丁) - 暴자를 이럴때 포로 읽어야할지 폭으로 읽어야할지 모르겠다. 구별이 안된다. 궁보계정 요리의 변형판으로 봐야할까보다. 당연히 닭고기 요리다 : 18원
4. 산랄백채(酸辣白菜) - 채소요리다 : 9원
5. 어향육사(魚香肉絲) - 물고기맛이 나는 고기요리라고 해야할까? : 15원
6. 미반(米飯) - 그리고 공기밥 4개 : 4원
총 73원 : 우리돈으로 치면 약13,000원정도다. 4명이 먹었으므로 일인당 3,300원가량으로 보면 된다. 음식맛은 어떠했느냐고? 저녁 노을이 그렇게 좋은 날이었는데 음식맛도 당연히 멋지지 않았겠는가? 우린 모처럼 정말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왔더니 이번에는 기가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야경이 우리를 반겨주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 하기로 하자.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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