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문호반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까치를 보았다. 녀석은 나를 보는둥 마는둥 해가며 제 할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수필가 윤오영님의 <까치>가 생각났다.
까치 소리는 반갑다. 아름답게 굴린다거나 구슬프게 노래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기교 없이 가볍고 솔직하게 짖는 단 두 음절 '깍 깍'. 첫 '깍'은 높고 둘째 '깍'은 얕게 계속되는 단순하고 간단한 그 음정(音程)이 그저 반갑다. 나는 어려서부터 까치 소리를 좋아했다. 지금도 아침에 문을 나설 때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 날은 기분이 좋다.
중략
나는 까치뿐이 아니라 까치집을 또 좋아한다. 높은 나무 위에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다가 엉성하게 얽어 논 것이, 나무에 그대로 어울려서 덧붙여 논 것 같지가 않고 나무 삭정이가 그대로 떨어져서 쌓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소쇄한 맛이 난다. 엉성하게 얽어 논 그 어리가 용하게도 비가 아니 샌다. 오직 달빛과 바람을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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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이담에 내 사랑채를 짓는다면 꼭 저 까치집같이 소쇄한 맛이 나도록 짓고 싶었다. 내가 완자창이나 아자창을 취하지 않고 간소한 용자창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정서에서다. 제비집같이 아늑한 집이 아니면 까치집같이 소쇄한 집이라야 한다. 제비집은 얌전하고 단아한 가정 부인이 매만져 나가는 살림집이요, 까치집은 쇄락하고 풍류스러운 시인이 거처하는 집이다.
비둘기장은 아무리 색스럽게 꾸며도 장이지 집이 아니다. 다른 새 집은 새 보금자리, 새 둥지, 이런 말을 쓰면서 오직 제비집 까치집만 집이라 하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의 집에 대한 관념이나 정서를 알 수가 있다. 한국 건축의 정서를 알려는 건축가들은 한 번 생각해 봄 직한 문제인 듯하다. 요새 고층 건물, 특히 아파트 같은 건물들을 보면 아무리 고급으로 지었다 해도 그것은 '사람장'이지 '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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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 오는 저녁 안압지 연밭에서 잠시 외출나온 오리 두마리를 보았다. 녀석들은 얕은 논물에서 유유히 헤엄을 즐기고 있었다. 행복해보였다. 그런데 저기 저렇게 우두커니 묶여있는 저 두마리 덩치큰 오리녀석들은 도대체 무엇하는 녀석들일까?
3.
안압지 연밭의 오리 식구들은 항상 뭉쳐 다녔다. 행복해보였다. 나는 이제 그녀석들을 찾아나서리라. 벌써 안압지 부근 연밭에 연꽃이 피었다. 나도 행복이 그립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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