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도서관에서 남쪽을 보면 아주 작은 공원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주시민의 보배라고 할 수 있는 황성공원과 바로 곁에 붙어 있는 미니공원이다. 이름하여 내량(奈良)공원이다. 내(奈)라는 글자는 어찌라는 의미이다.
내량이라는 말에서 단번에 일본의 고대도시 나라(奈良내량)를 유추해낼 수 있다면 세계사를 공부해둔 분이 틀림없다. 그런데 왜 나라라는 이름을 유추해내는 것일까? 우리는 奈良을 내량이라고 발음하지만 일본인들은 '나라'로 읽어준다. 위의 지도에서 노란색 점이 찍혀있는 곳은 교토(토쿄가 아니다)이고 빨간색 점이 찍혀있는 곳이 나라다. 하늘색 점이 찍혀있는 곳이 일본의 수도인 도쿄(=토쿄)다.
만약 지도가 작게보인다면 자판 제일 왼쪽의 컨트롤 키를 누름과 동시에 마우스 중간의 바퀴를 굴려보면 크게 보이거나 작게 보이는 식으로 변화가 올 것이다. 작은 것이지만 알아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경주시립도서관 현관에서 보았을때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작은 공원이 '나라공원'이다. 성처럼 보이는 아파트는 푸르지오 아파트이다. 왜 경주 한복판에 나라라는 이름을 가진 공원이 있는 것일까?
나라공원(奈良公園)임을 나타내는 작은 조형물에는 내량이라는 한자(漢字)와 함께 사슴과 비둘기 비슷한 새가 새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왜 하필 그많은 짐승들 중에서 사슴이며 그많은 날짐승들 가운데서 비둘기일까?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라에 관해 조금은 알고 있어야만 한다.
경주는 일본의 나라와 1970년 4월 15일에 자매도시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서안(西安 시안)과도 자매도시 관계를 맺고 있다. 나라가 일본의 역사도시라면 서안은 중국이 자랑하는 역사도시다. 그러니 경주에 '나라공원'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라는 일본 고대사에서 한때나마 수도로 성정한 도시였다. 우리나라 역사기록과도 연관성이 깊은 정창원도 나라에 있고 동대사와 흥복사같은 큰 사찰도 나라시에 있다. 담징이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지는 호류사의 금당도 나라부근에 있다. 나라의 상징은 사슴이다. 흥복사와 동대사 앞에는 사슴들이 즐비하다.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사슴들은 나라가 자랑하는 명물인 것이다. 일본의 나라는 경주와 분위기가 흡사한 도시라고 알고 있다. 나라에 직접 가보았으므로 그렇게 말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나라 기차역이다. 나라에서 기차를 타고 십여분 정도만 가면 호류지 역에 도착한다. 우리식으로 발음하면 법륭사역이다. 나라에서 제법 가깝다.
내량반구식당 (奈良斑鳩食堂)이라..... 나라에서 찍은 사진이다. 내량은 '나라'이다. 땅이름이다. 반구는 산비둘기를 말한다. 반은 얼룩얼룩하다는 뜻이고 구는 비둘기를 말한다. 어떤 사람은 찌르레기와 비슷한 새를 일컫는다고도 한다. 반구를 일본 발음으로 하면 이카루가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와 발음이 비슷하다. 법륭사, 즉 호류지가 있는 부근의 지명이 이카루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둘기 비슷한 새를 새겨넣은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나라는 돌아가신 선친과도 관계가 깊은 곳이다. 선친께서는 젊었던 날에 나라시에서 노동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나라 시내 어디쯤에서 사셨는지를 여쭤보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한으로 남았다.
그래서 나는 일본의 나라시를 기어이 찾아가 보았다. 선친의 흔적을 찾아서 말이다. 물론 찾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대강의 분위기는 파악할 수 있었다.
나라공원!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는 참으로 깊은 의미를 지닌채로 다가왔다. 비가 오는 날에 사진을 찍었기에 하늘이 회색으로만 나타났다. 우중충하게만 찍혀버렸다.
사람은 자기와 연관이 있는 곳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경주에 나라공원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셨으리라. 선친께서는 나라시에서 고생하셨던 일을 자주 말씀하셨다.
책을 좋아하셨지만 공부할 기회를 잡지 못하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오늘따라 유난히 새삼스럽게 그리워졌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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