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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경주, 야생화, 맛/경주 돌아보기 Gyeong Ju 1 (完)

옛날 박물관은 이랬다

by 깜쌤 2011. 6. 14.

 

또 다른 단체가 더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경주에 두개의 문화원이 있다. 하나는 '경주문화원'이고 하나는 '신라문화원'이다. 경주문화원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옛 국립박물관터다. 인왕동에 자리잡고 있는 현재의 국립박물관은 1975년 7월  2일에 이전 개관을 했으니 기록만 가지고 본다면 그 전에는 시내 중심부에 있는 이 건물이 박물관이었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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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모임을 하기 위해 지나가다가 모처럼 문이 열려있기에 사진을 찍어보았다. 아침 햇살을 듬뿍 받은 건물이 고아한 자태를 뽐내는듯 했다. 나는 갑자기 루앙프라방이 떠올랐다. 루앙프라방! 라오스의 고적도시다. 한때는 수도였고.....

 

 

중국과 라오스의 국경지대는 열대기후 지역이다. 중국쪽은 시상반나(西雙版納)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곳인데 한자로 쓰고 읽으면 '서쌍판납' 정도가 될 것이다. 중국에서 드물게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시상반나의 중심도시는 징홍(景洪이다. 더 내려가면 멍라라는 도시가 나오고 더 내려가면 라오스국경이 나온다.

 

예전에 나는 징홍을 출발해서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하루종일토록 달려서 내려간 뒤 하루를 묵고나서 라오스와 중국 사이의 국경을 넘었다. 그리고는 라오스를 세로로 내리지르는 13번 도로를 타고 다시 또 종일내내 남쪽으로 달려 루앙프라방까지 갔던 것이다. 나중에는 태국으로 넘어가 말레이지아 부근의 국경도시까지 가게 되었었다.

 

 

내가 장황하게 루앙프라방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만한 사연이 있다. 루앙브라방은 도시 전체가 세계무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처음 가보는 사람들에게는 정글 속에 이런 참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있는가 싶어 놀랄 지경이 된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붉은 색 지붕을 가진 도시가 초록빛 녹음 속에 조용히 자리잡은 모습이 그런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듯 했다.   

 

 

루앙프라방에는 불교유산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다. 시설이나 관리상태는 조금 무엇했지만 유물을 받드는 현지인들의 자세는 대단히 경건했다. 그들이 최고로 여기는 보물이 우리가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을지라도 문화재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만은 한없이 진중했던 것이다. 나는 예전 박물관 건물들 볼때마다 자꾸 그런 기분을 느겼다. 내가 경주에 첫발을 디뎠을때 이 박물관 건물을 보고는 적잖이 실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후 위에서 이야기를 꺼낸대로 나는 태국에서 다시 라오스로 들어간 뒤 나중에 태국으로 되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의 배낭여행을 떠났던 것인데 루앙프라방에는 두번다시 가보지 못했다. 루앙프라방 박물관에서 느낀 분위기와 예전의 경주국립박물관 분위기는 너무나 닮았었다. 하지만 이젠 경주 경관이 너무나 달라져 버렸다.

 

 

경주에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해지면서 도시미관은 급속도로 달라져버렸다. 옛 박물관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이렇게라도 남겨둔 것은 너무 고마운 일이다. 그냥 버려둘수는 없으니 문화원으로 사용하는 모양인데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사무실용으로는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가을철에 여기에서 분재전시회도 하고 그랬다. 내가 아는 분들도 제법 분재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몇번 찾아가본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한때는 여기에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진 조각품을 가져다 놓기도 했었다. 고풍스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알맞는 전시품을 배치할 줄 아는 눈이 아쉽다. 어울린다는 것에 대한 높은 수준의 안목을 가지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자동차가 서있는 앞쪽 건물에 성덕대왕신종, 일명 에밀레종이 걸려있었던 모양이다. 1975년에 현재의 국립박물관으로 이동을 했는데 그게 또 하나의 대단한 사건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온 시민이 거의 다나와서 구경을 했단다.

 

 

금관을 비롯한 귀중한 유물을 이런 집에다가 보관을 했던 때가 있었다니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같다. 당시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순박해서 훔쳐갈 생각을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라의 보물을 훔치겠다고 속으로 마음먹은 자가 있을지라도 직접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매국노나 마찬가지다. 요즘 젊은이들이 알기나 하겠는가마는 이순신장군이 직접 쓰신 난중일기를 훔쳐간 도둑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호소하는 바람에 다시 돌려준 전설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이젠 이 동네엔 고즈녘함만이 가득하다. 아침이면 더욱 더 그렇다. 부근에 있던 여학교도 외곽으로 옮겨나가고 난 뒤에는 소녀들의 자잘한 웃음소리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경주시내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여기만큼 조용한 곳은 드물다. 나는 이 동네를 사랑하게 될것같다.

 

 

자동차 왕래도 그리 많은 곳이 아니어서 더 좋다. 청소중이어서 잠시 문을 열어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아침햇살이 정원에 가득해서 그런지 눈이 부셨다. 자색으로 칠한 대문에는 작은 위엄이 흐르는듯 했다.

 

 

두고두고 간직해가면서 다시 찾고 싶은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더더욱 좋겠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