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얄밉게 놀던 사람이 불의의 횡액이나 재난을 당했을때 우리는 '고소하다'는 말을 씁니다. 고소한 맛과 구수한 맛은 차이가 납니다. 참깨를 볶거나 볶은 참깨를 가지고 참기름을 짤때 혹은 메주콩을 볶을때 나는 맛을 두고는 고소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어울리는 것 같고 가마솥에 밥을 하고 난 뒤 눌어붙은 밥에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고나서는 구수하다라고 하는게 어울릴 것 같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칼국수를 제법 많이 먹고 살았습니다. 특히 여름날 저녁 마당에 멍석을 깔고 시퍼렇게 자란 풀을 베어와서 모깃불을 피워 놓고 먹던 칼국수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불을 피워주셨던 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신지가 벌써 4년이 되었고 어머니마져 건강이 악화되어 있으니 사람사는게 대체 무엇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콩국수는 경주에 살기위해 와서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그게 이십대 후반의 일이었지 싶습니다. 칼국수맛에 깊이 길들여져 있었기에 콩국수를 처음 먹었을때는 그리 깊은 감동을 느끼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가는 편도 아니었고 아내에게 콩국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칼국수타령은 아내에게도 자주 합니다만......
어제는 퇴근 후에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교회 집사님 몇분과 함께 콩국수집에 갔습니다. 콩국수집에서 다시 다른 분을 만나게 되어 서로의 식성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은 사업을 하면서 음악활동을 하는 분들이라 심성이 그지 없이 순수하고 구수해서 살맛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콩국수집에는 이번이 두번째였습니다. 처음 갔을때의 인상과 음식맛이 워낙 출중해서 이번에는 재확인차 갔던 것입니다. 저번에 함께 갔던 분들도 그랬고 어제 모시고 갔던 분들도 모두들 한결같이 맛있다는 반응을 보여주시길래 다음에 한번 더 가본뒤에 소개하는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인터넷으로 그 집을 검색해 보았더니 아직은 아무도 소개를 안한것 같더군요. 제가 관찰하는 동안 다른분이 언제 먼저 글을 올릴지는 모르지만 한번 가보고나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시원하면서도 고소하고 그러면서 뒷맛은 오래동안 구수한 콩국수집을 탐색하는 중인 셈이죠.
오늘은 다른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을 모시고 사회과와 영어과 학습방법에 대해 강의아닌 강의를 해야할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장해둔 자료를 찾아봐가며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있다가 쓰잘데기 없는 짧은 글을 올리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열어봅니다. 구수하면서도 뒷맛이 오래도록 남는 강의를 해야하는데 은근히 신경이 쓰이네요.
어허허허허허허허허~~~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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