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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내가 늦게 깨달아 알게된 것들

by 깜쌤 2011. 5. 29.

 

나는 크리스찬이지만 어머니 뱃속에부터 믿음을 가졌다는 그런 모태신앙인은 아닙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조금씩 교회를 나가본 적은 있으나 어린아이라는게 보통 그렇듯이 그냥그냥 다녀본 정도였습니다. 더구나 집안에서 어느 누구도 신앙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환경속에서 자랐으니 바른 믿음을 가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교회와 신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왜 크리스찬들이 주일에 교회나가기를 그렇게 강조하는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말을 듣는 그 순간부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분을 만나보기도 했고, 반대로 호의적인 자세로 다가서는 분들도 제법 만났습니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30대 중반에 크게 회심(回心)을 한 사람입니다. 저보고 신앙간증을 하라고 하면 한편의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자랑거리가 못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런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입을 열지 않는 것이죠.

 

  

믿음을 가진 이후에 저는 사고체계를 바꾸어야만 했습니다. 이른바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은 것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사고체계안에 갇혀사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삶을 얽어맨 요소중에 생각의 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나는 교육의 무서움과 위대함, 그리고 위력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과 경험에 의해 자기만의 사고체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성장과정에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라느냐 하는 것은 한 개인에게 참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받은 교육과 자기만의 체험을 통해 인간이 가지게 되는 사고의 틀은 평생 깨어지기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어쩌다가 나는 그런 틀을 깨고 나온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한때 옳다고 믿고 있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사고의 틀을 가지게 된 것이니 그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 되었을까요? 

 

 

그런 맥락에서 볼때 나는 한국의 석학이라는 칭호가 어울린다는 이어령씨의 회심 과정이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 분이 쓴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보신 분이라면 제가 지금 풀어놓는 이야기를 조금은 이해하실 수 있지 싶습니다.

 

 

제가 크리스찬이 되고 난뒤에 느낀 것 중에 하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바르게 살고있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제 자신도 완전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한 존재이므로 남을 깎아내리거나 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그런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러하다면 나부터라도 실천에 옮겨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부터 정작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나를 괴롭히고 어려움을 주고 모욕을 주었던 사람들을 가장 먼저 용서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쳐야했을때는 양심의 가책이 밀려와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며 살았고 장애인들의 고통을 모른체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크리스찬이라고 밝히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도 많이 했습니다. 

 

 

나 자신의 삶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어려운 문제들로 인해 가중되는 고통을 못견뎌하며 힘들어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찬이 되고나서 제일 먼저 버린 것이 교만이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나보다 훌륭하고 멋진 분들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인정했습니다.

 

남이 나보다 훨씬 나은 존재이며 한사람한사람이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깨달아지기도 했고 아이들과 직장 동료들의 장점을 찾아내는 눈이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험담보다는 칭찬이, 질책보다는 격려하는 말이 제 입술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 매여 신세를 한탄하기보다는 미래를 보기 시작했으며 절망속에서나마 희망을 찾으려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좁은 곳에 갇혀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돈을 아끼고 아껴서 적은 돈이나마 모아서 너른 세상을 다녀보기 시작했습니다.  

 

 

엄청 마셔댔던 술을 끊었고 사랑의 아픔과 이별을 주제로하는 노래보다는 한차원 높은 음악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찬이 되고 난 뒤에 생긴 제일 큰 변화는 술친구들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전에는 퇴근후 집에 와있으면 한잔하러 오라는 전화도 자주 걸려왔었지만 이젠 그런 전화는 깨끗이 사라져버린지가 너무 오래되어 오히려 은근히 그립기까지 한 단계가 되었습니다. 술을 끊은 덕분에 새로운 취미가 생겼고 점잖은 분들과 교제할 수 있는 기회가 한결 더 많아졌습니다.

 

 

작은 것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생겨났습니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자동차를 갖기보다는 서재를 갖기를 원했는데 그런 작은 꿈도 이루었습니다. 사진이나 외국어 같은 것도 거의 독학으로 공부를 했으며 아직까지는 큰병없이 살아왔습니다. 과로로 인해 곧 죽을것 같았지만 그때마다 이웃의 도움으로 신기하게도 회복되곤 했습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마다 묘하게 일이 풀려 선하게 매듭짓게 되었던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선한 일을 한다고 해서 칭찬해주고 도움을 주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크게 절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가진 단점을 더 확실히 깨닫게 된 것도 좋은 일입니다. 나에게는 부족함과 모자람과 어리석음도 너무 많아서 내가 가진 장점은 거의 없다는 사실도 알게되었습니다. 그렇게 깨닫는 것조차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하다는 것은 더 늦게 깨달았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