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숲에 밤이 스며들기를 기다렸어.
드디어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거야.
멀리 가게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계림, 첨성대, 반월성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기다렸던거야.
스멀스멀 다가오는 밤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오랫만이었어.
노란 유채꽃망울들과 조명을 받은 벚꽃들.... 어때?
나는 마음 속으로 탄성을 질렀어.
최씨고택으로 가는 길가에서도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어.
이런 풍경을 안보고 살면 약간은 억울한것 맞지?
벚나무숲 위로 달이 떠올랐어.
나는 갑자기 가슴부터 아려오기 시작했어.
어디냐고?
반월성이야.
큰지도 보기를 누르면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거야
달은 뜨고.....
꽃그림자는 그득한데.....
이렇게 대책없이 달이 뜨면 안되는데....
나륻 두고 값싼 감상주의자라고 해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
나는 원래 그렇잖아.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나에게 주어진 일분 일초가 너무 소중해서 그런거야.
정말이지 이렇게 마구 달이 뜨면 안되는데.... 정말 안되는데.......
반월성 너른 터 위로 삶에 찌들어빠진 내 발을 내디딜 수가 없었던거야.
이걸 두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야.
기막히게 아름다운 것들을 뒤에 남겨두고 앞으로 간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모독이야.
용서받을 수 없는 모욕이 되는거지.
세월 머금고 묵묵히 견뎌낸 첨성대조차도 빛을 내기 시작했어.
천몇백년간 안고 살았던 빛을 내뿜는거지.
그게 서라벌이라니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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