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토요일, 모처럼 노는 토요일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2주일마다 돌아오는 정말 소중한 휴식일입니다.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교회에서 생활하므로 노는 날이라고는 한달에 두번씩 가지는 놀토뿐입니다.
그 두번이 놀토 가운데서 한번은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가야하고 한번은 오후에 당회(堂會)가 열리게 되어있으니 사실은 노는 날이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어머니를 뵈러 가는 날은 경주에서 기차를 타고 영천을 거쳐 탑리까지 간 뒤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가서 뵙고 와야하니 하루종일 걸리는 셈이 됩니다.
놀토에 결혼식이라도 걸리면 영락없이 묶여버리게 됩니다. 결혼식은 한낮에 많이 하니 어디 마음놓고 갈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거기다가 제가 섬기는 교회의 규모가 경주 동네에서는 제일 큰 축에 들어가니 온갖 예기치 못한 일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26일에는 서울에서 아주 중요한 손님이 내려오시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벌써 한달전에 약속을 해두었으니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드려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보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그날따라 보문을 거쳐가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기에 도로 형편을 실펴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미리 길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도로 통제가 없었기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2년하고도 반년 전 봄에 거대한 산불이 훑고 지나간 자리를 이제 정리하는 모양입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구위의 그 많은 사람들도 여섯사람 반만 건너가면 서로 알아진다고 하더군요.
이런 날은 좀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만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것을 그렇게도 시기를 하네요.
켄싱턴콘도와 한화콘도로 들어가고 나오는 차들이 통과하는 굴다리 부근의 자전거 도로도 손을 본듯합니다. 지나다니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골프장에는 선남선녀들이 제법 많이 보였습니다.
나는 약속한 장소에 가서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귀한 자리이니 분위기가 더없이 좋았습니다.
모임을 끝낸후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내로 향했습니다.
보문에는 새로운 건물들이 조금씩 보입니다. 이 건물의 색감이 눈에 와닿았습니다.
아름다운 건물이 주는 느낌은 진한 감동을 선사해줍니다.
여기에서 일주일 동안 강의를 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나는 시내로 향하면서 소중한 만남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았습니다. 좋은 사람과의 선한 만남은 인생살이의 크나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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