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메일을 열어본 나는 깜짝 놀랐다. 어떤 녀석이 내 아이디를 도용해서 메일을 보냈는데 내용이 가관이었던 것이다. 나의 아이디를 도용했으니 당연히 내 앞으로 온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메일 내용에 나타난 주소를 클릭해보았는데 예상한대로 음란사이트로 연결되었다.
순간적으로 열불이 치솟아 올라서 그랬는지 클릭을 잘못해서 소중한 증거를 지워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은 어리바리인 것이다. 며칠 뒤에 같은 내용으로 또 한통이 다시 왔길래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연히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했다.
며칠 뒤에 연락이 왔다. 형편이 되는대로 경주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사무실로 한번 나와 달라는 것이었다. 신고를 해두었으니 당연히 가야한다. 퇴근 시간에 맞추어서 약속을 해두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서 앞을 하루에 한번꼴로 지나다니지만 일 때문에 안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 경찰서 출입 그 자체가 평생에 처음인 것이다.
눈매가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점잖게 생긴 분이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 수사를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나에게 보낸 음란 메일 한통은 지우지 않고 보관을 해두었다. 그게 도움이 되었다.
이 블로그를 출입해오신 분들은 아는 이야기이지만 나는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그리 터무니없게 산 것은 아니어서 나를 아시는 분들이 제법 되는 편이다. 그것뿐만 아니다. 교회일도 감당을 하고 있으므로 그쪽으로도 지인이 제법 된다.
내 아이디로 그런 내용의 메일을 받으면 나를 어찌 생각하겠는가 말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남의 아이디를 도용해서 음란한 내용의 메일을 발송한다는 것은 한사람의 일생을 망치는 악질적인 행위와 마찬가지 아닌가?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아이디를 훔쳐갔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터넷 주소를 따라 가본 곳은 정말 가관이었다. 아이들이 볼까 두려워서 가장 점잖은 일부 화면을 캡쳐해서 보여준 것이 이 정도다. 성(性)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한없이 고결한 것이지만 이들 눈에는 한순간 즐기는 것으로,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담당하신 경찰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물론 범인을 잡지는 못했다. 혹시 나를 아는 분 가운데 그런 메일을 받으신 분이 계신다면 오해를 풀기 바란다. 나는 그런 식으로 더럽게 인생을 살아오진 않았다.
깜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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